-
-
보석 / 목걸이 - 어떤 정열 / 달빛 / 어느 미망인 / 후회 / 행복 / 첫눈 ㅣ 루켓유어셀프 6
기 드 모파상 지음, 최내경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2월
평점 :
여행다닐 때 읽기 좋게 알맞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감이 기분 좋은 책이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은 주로 <보석><목걸이>를 기억하고 있는데 그 외에 여러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독서모임에서 한차례 읽었던 책이지만 소장하고 읽으니 더욱 즐겁다.
보석, 목걸이-기 드 모파상
옮긴이 최내경
기 드 모파상
185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어머니의 친구였던 플로베르에게 문학 수업을 받았다. 플로베르의 소개로 에밀 졸라를 비롯한 당시 파리의 자연주의파 문인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그 문인들이 낸 단편집에 <비곗덩어리>를 싣게 된 모파상은 일약 문단의 스타가 된다.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벨아미>
<피에르아 장>등의 장편소설을 남겼다.
작가 소개를 보고 첫 소설 <비곗덩어리>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았다. 모파상의 단편소설들은 친근한 일상에서 각양각색 인간의 위약함과 허점, 위선 등을 특유의 재치로 그려내고 있다. 읽다보면 웃기다가 슬프다가 당황하기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여보, 진짜 보석을 살 능력이 없으면 타고난 아름다움과 우아함으로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법이라오.
이것이야말로 가장 진귀한 보석이지.
<보석>
사람마다 자기가 추구하고 행복을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가구를 취미로 모으는 사람, 그릇을 사 모으는 사람, 옷이나 명품 가방을 사는 사람, 차를 최고로 갖고 싶은 사람, ...
이 소설의 부인은 보석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싸구려 모조 목걸이와 반지들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죽은 아내를 애도하며 슬픔에 잠겼다가 살길이 막막해져서 아내의 물건 중 그나마 값이 나가보이는 목걸이 하나라도 팔아 보려고 한다.
싸구려 모조품이라고 생각했던 그 보석들이 전부 생각지도 못했던 진품이었다니..
배신감이나 당혹감도 잠시, 죽은 부인의 보석함을 보며 희열로 가득차는 남편의 모습에 슬픈 웃음이 났다.^^;;;
부인이 살아 있을 때 진짜 보석이라고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누가 알 수 있으랴?
과연 누가 알겠는가?
인생이란 참으로 기묘하고 변화무쌍하다!
한 사람이 파멸하거나 구원을 얻는 것은 늘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로도 충분한 것이다.
<목걸이>
비슷한 듯 다른 두 소설이다. <보석>이라는 소설은 부인의 가짜 보석들이 진품으로 본질이 바뀌면서 갑자기 부자가 되는 설정이고, <목걸이>에서의 부부는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 친구에게 빌렸다가 잃어버린 모조품 목걸이가 진짜라고 생각해서 벌어진 일이다.
진짜든 가짜든 보석이나 사람이나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진품이 가짜처럼 보이고, 모조품이 진짜 보석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함을 풍자해서 그린 소설이다. 인간의 깊은 내면에 숨겨진 본질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만일 그의 인생이 가득 채워져 있었더라면.
만일 그가 뭔가 했더라면, 모험이라든지 커다란 쾌락, 성공, 온갖 종류의 만족을 맛보았더라면, 그러나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잠자리에 든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은가, 그 기회란 것을!
그가 무사태평했기 때문이다. 매사에 열의가 없는 것이 그의 큰 병이고 결점이었으며
나쁜 버릇이었다.
<후회>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 웃으면서 읽게 된다. 이야기도 재치있게 하지만 묘사를 하는 장면들도 멋있었다.
저녁 나절, 차를 마실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직 등불을 밝히기 전이었다. 별장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다. 이미 사라진 태양은 지나가면서 황금 가루를 문질러 놓아 하늘을 온통 불그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중해는 물결 하나, 떨림 하나 없이 미끈하며 석양을 받아 아직도 반짝이는데, 마치 한없이 크고 잘 닦인 금속판 같았다. 멀리 오른쪽에는 톱니 모양의 산들이 석양이 남긴 창백한 주홍빛을 배경으로 검은 윤곽을 그려냈다.
<행복>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행복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결국 인생이란 얼마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주제는 바로 지금을 사는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격렬한 사랑으로 인생을 걸어도, 사랑이 지나고 나면 헛헛해지는 인생임을 짧은 단편을 읽으며 기억을 더듬고 추억에 빠져들며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충격적인 결말과 반전도 있지만 진짜와 가짜, 사랑과 배신, 진실과 위선 등을 다양한 이야기로 엮어 흥미롭다. 모파상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여러 단편들을 읽으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삶이 지금의 우리의 삶과 많이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미 그 때부터 인간의 본질은 다양한 듯하면서도 비슷한 일들의 연속과 반복이다.
진짜와 가짜 물건을 고르고 고르듯이
진짜 내 사람은 가장 힘들거나 가장 기쁜 순간에 빛이 난다.
작은 것에 행복하고 감동하는 우리의 삶을 가장 정직하게 살아내고 그것이 행복임을 오래오래 음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