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기억을 지워 드립니다 - 기시미 이치로의 방구석 1열 인생 상담
기시미 이치로 지음, 이환미 옮김 / 부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며 기시미 이치로 작가에게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서 <미움받을 용기>로 사랑받고 나서 보답하기 위해 한글을 배웠다고 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한국의 영화들을 보았다. 이 책의 내용은 스무편 가까이 되는 영화들의 주인공들과 철학자가 속깊은 대화를 시원하게 하며 자신의 실수나 잘못인 줄 모르고 했던 행동들에 대해 대화하는 형식으로 엮었다.

내가 보았던 영화들이 많아서 쉽게 공감이 되었고 아직 보지 않은 영화들은 보고나서 읽으면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하며 아껴둔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로
지금, 여기, 우리의 마음을 직면하다!"

책을 접어둔 곳이 너무 많아 정리가 어려울 정도로 좋았다. 인생에서 외로움과 고독을 온전히 떨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누군가와의 사랑을 갈망한다.
사랑에 서툰 남자 '상우'와 사랑을 버거워하는 여자 '은수'의 만남과 헤어짐을 섬세하게 그려 낸 영화 <봄남은 간다>를 소환한다.

어쩌면 어색하고 서툰 사랑과 드러내지 못하는 진실을 고민하는 문제들이 우리의 경험들과 맞닿아있다.
사랑하는 남녀는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기도 하고 듣고 싶은 말을 듣지 못하기도 한다.
그렇게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생각을 묻거나 함께 의논하기 보다는 앞서서 생각하고 넘겨짚어 감정을 헤아리기도 한다.

같은 사건 속의 대화이지만 상수의 입장과 은수의 입장이 극명하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서로의 속마음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넘겨 짚어서, 혹은 지난 상처가 두려워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서 그렇게 이별을 고한다.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은 받아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느낌이고 사랑받고 있을 때 실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믿음이 생긴다.
항상 사랑을 확인하고 구걸하고 불안해 한다면 상대도 마음 놓고 사랑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의 감정이 변한다.
사랑을 할 때 주고 받은 맹세는 어디가는지 영원할 것처럼 쌓아올린 약속들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허무한 감정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두 사람이 겪은 일 때문도, 두 사람이 미숙했기 때문도 아니다.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법을 서로가 몰랐기 때문이다.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현실적으로 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기를 맞이하는 일이 왜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내도록 하는가하면 서로가 현실을 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때 두사람이 현실적으로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현실의 여타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었으리라."

삶에서 죽음만큼 다양하면서도 낯선 영역이 또 있을까. 누구에게나 마지막 순간은 찾아온다. 이 세상에 이별을 고해야 하는 이는 불안과 고통을 감내하며 죽음과 마주한다.
그 고독한 숙명을 오롯이 홀로 견디는 남자 '정원'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 낸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오래전 심은하와 한석규가 주연으로 나온 잔잔한 드라마 같은 추억돋는 영화였다.

사람의 마음을 잘 들어주는 일.
지혜로운 상담자와 대화할 수 있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나은 사랑을 하고
조금 더 현명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시인으로서 시를 쓰는 것조차 부끄러워했던 <동주>영화까지..

"동주: 아무리 시를 써도 이 부조리한 세계를 조금도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시를 쓰길 바라고, 시인 되길 원했던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철학자: 그런가요? 말씀하신대로 물론 직접 행동에 나서는 사람이 있습니다.
동주: 저는 앞장서지는 못합니다.
철학자: 지금처럼 살기 힘든 시대를 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 그런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동주: 저는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하지만 행동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철학자:시를 쓰는 것이 왜 부끄러운가 하는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동주: 시인이란 슬픈 천명입니다. 쓰고 싶지 않은 일도 쓸 수밖에 없는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철학자: 사람에게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 있습니다.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은 쓰는 것이 천명이란 의미입니다.
더구나, 슬픈 천명이죠."

일본 철학자가 <동주>영화 속의 독립시인 윤동주와 대화를 시작할 때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제대로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상담할 수 없고 자기 혼자만의 방에 가둬야 했을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들을 잔잔하게 들어주고 받아주는 내용들에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들어주는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그리고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되는지 보여준다.

사랑과 예기치않은 이별, 그리고 결혼 이후의 변화들과 가족과 인생에 대해, 세상과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집 짓기 - 이별의 순간, 아버지와 함께 만든 것
데이비드 기펄스 지음, 서창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든이 된 소설 속의 아버지는 여전히 부지런하게 일하신다. 그것을 늘 지켜보는 것이 행복인 아들이 있다.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가 이렇게 가까운 관계는 드문것 같은데 함께 공동작업을 해 나가는 일지의 기록이 뭉클하고 인상적인 에세이이다. 

"내 기억에 근육질로 남아 있는 아버지의 팔은 지금은 주름이 졌고 피부가 푸석푸석하다. 그렇지만 내가 있는 그대로 보려 할 때도 아버지의 팔은 여전히 예전 모습처럼 단단하고 튼튼해 보였다. 
아버지의 머리카락은 하얗다.
하지만 그 머리털이 내 눈에서 내 마음으로 넘어갈 즈음에는 흰색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의 억센 팔, 곱스곱슬한 밤색 머리털.
이것들이 내 마음속에 굳게 자리 잡은 기본적인 진실이고, 세월의 배신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한다. 
기억은 사실보다 강한 법이다."

우리의 젊음도 가고 있으면서 부모님의 세월에 더 큰 깊이를 느낀다. 
나이든 아버지와 아들이 한 공간에서 작업을 한다. 그것도 유년시절 추억이 가득한 아버지의 작업장에서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배워가며 아들은 자신이 죽어서 눕게 될 <관>을 만들어간다.

이 때서야 알았다.
제목의 의미를...영혼의 집짓기

한때 자신의 유언장 만들기, 죽음을 가상 체험하기 위해 관 속에 들어가기..등등이 유행했었다.
작가는 그것과 달리 자신이 눕게 될 관을 직접 설계하고 재료를 구하고 자르고 잇고 사포질을 해간다. 

어버지의 작업장에는 온갖 종류의 연장들이 있다. 자신은 잘 다루지 못하는 연장들을 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신사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관리해 두셨다.

"나는 이렇듯 도구를 통해 부모님을 더 잘 알게 되었다.
나는 어머니와 나누었던 어떤 대화보다도 어머니의 조그만 십자말풀이 표와 그를 위한 광범위한 참고 서적을 통해 어머니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풍부한 증거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 보였다."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 줄겨 사용하던 물건을 바라보며 부모님을 더욱 알게 되는 것은 맞는 말일 듯 싶다. 부모님께서 남기는 흔적들을 바라보는 일이란 상상만으로도 벌써 눈가가 촉촉해진다. 

"아버지에 대한 가장 좋은 기억은 아버지를 지켜 보았던 것, 아버지를 도와주었던 것, 아버지에게서 배웠던 것이다.
그 서류상자는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한 의미를 지닌 상자였다.
그 상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내 인생에서 내가 앞으로 쓰려고 계획하고 있는 모든 글을 준비하고 정리하게 될 공간일 뿐 아니라, 
내가 배웠던 모든 것을 입증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또한 내가 여전히 아버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보통 장성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들은 아니지만 우리 나라에서 주워들은 부자의 관계에서는 조금 어색한 문화인 듯하다.
하지만 가장 좋은 기억을 갖게 해주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건 얼마나 커다란 축복인가!!

우리 아빠도 무언가를 여쭤보고 자신이 아직 쓸모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리가 되면 은근히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나는 화초를 잘 몰라서 주로 화초나 한자어를 많이 여쭤본다. 네이버에 물어봐도 되지만 아빠 찬스를 쓰면 기분 좋아하는 마법에 걸리시니 이것도 효도의 방법이라 여겨 종종 사용한다. 아빠어깨가 으쓱!!^^

아무리 친근한 관계여도 아버지와 함께 자신이 죽으면 들어갈 <관>을 만드는 일은 좀 생소한 일이다. 절대 화장을 하지 않겠다는 단호함과 자신의 관을 직접 설계한다는 스토리는 단지 그것이 나무상자<관>을 뜻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은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커져서 아버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욱 절박하고 더욱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 관 프로젝트의 진행을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이 소설 속에서 나는 종종 나의 경우와 들어맞아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요소들이 많아 즐거웠다.
주인공과 아버지의 나이가 나와 우리 아빠의 연세와 같았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나이 차가 일곱살이 더 많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먼저 1년 전에 돌아가신 아픔이 있다. 그 뒤를 이어 친구 존의 부고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폐암 소식과 치료를 하는 중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그 과정이다. 내가 그리워한 것도 과정이었다."

"몇 주 동안 내가 한 일이라고는 슬퍼한 것뿐이었다. 
내가 알게 된 것은 죽음에 대한 슬픔은 모든 것에 대해 슬퍼하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내 아들이 야구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을 슬퍼하게 만들었다. 생일 케이크를 슬퍼하게 만들었다. 
석양을 슬퍼하게 만들었다.
늙는다는것은 일단 숫자 계산을 하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늙어가는 모든 사람들을 슬퍼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장소와 시간에 슬퍼할 것을 아들은 안다. 
슬픔은 나눌 수가 없다...
오롯이 혼자만의 것이다. 
슬픔을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죽음에 대한 애도....
끝없이 밀려드는 상실감..
울어도 울어도 멈추지 않는 눈물.....
죽음에 대한 슬픔은 모든 것을 슬프게 한다는 작가의 말에 격하게 공감되었다.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는 황망한 슬픔과 휑뎅그렁한 허전함, 
그리고 세상에 울타리가 사라진 것같은 막막함....

죽음을 슬퍼하는 대신 그 삶을 기리고 
산 사람은 살아야한다는 어떤 위로도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힘든 것이다....

"슬픔은 콜라주다.​
명확한 순서없이 한꺼번에 던져진 생생한 이미지, 그것을 해독하는 일이 보는 사람에게 맡겨진 이미지다.
미래는 현재를 뚫고 나가는 과거다. 그리고 과거는 그런 일을 결코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이 필요하다. 
주위에서 누군가의 부고가 자꾸 들린다면 나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오는 느낌이 든다. 
친구 존의 암과 어머니의 암, 그리고 아버지의 암까지...
누구도 영원히 살지 못할 것이고 아버지의 죽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관을 만드는 것이 죽음의 당혹스러움을 이겨내는 방법일 수 있다고 믿고 아버지와 함께 뭔가를 한다는 행위 자체를 누린 것이다.

서정적인 문장들에 머물고, 관을 짜며 아버지와 의논하는 일에 눈길과 마음이 먹먹하다. 
그것은 가족의 삶과 친구의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가을날 떡갈나무 같다
떡갈나무 이파리 죽어서 땅에 떨어진다
내 몸 죽어서 땅으로 돌아가듯이
그러나 떡갈나무 여전히 살아서
봄을 기다린다.
내 영혼도 그렇게 살아남아
영원한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별 일로 잘 먹고삽니다 - 꿈업일치를 이뤄 낸 31명의 job톡
강이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업의 종류는 다양한데 왜 모두가 한 가지에 매달리거나 몇 안되는 일에 집중해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까?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도 오래오래 먹고 살 수 있을까?
전공과 무관하거나 남들과는 좀 다른 직업을 가져도 괜찮을까?
꿈꾸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낸 서른 한명의 직업 탐닉서라고 소개되어 있다.

꿈업일치를 이뤄 낸 31명의 job톡

"이담북스" 서포터즈로서 제공받은 이 책은 지난 번 <엄마, 나 고등학교 자퇴할래요>를 읽고 연달아 읽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대처할 능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였다.

다양한 직업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이 되면 공무원이나 대기업의 사원이 되어야 잘 살았다는 꼬리표를 받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이런 일도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의아했던 생소하고 색다른 직업을 소개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 놓은 책이다.

다양한 직업군을 소개하며 나의 오늘과 내일을 만드는 직업은 결코 어렵고 정형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난다.
우리는모두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아쉬움을 갖는다.
그 때 고민 속에 빠져 있을 때 준비하고 도전하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담아 필요한 어떤 사람에게는 '울림'이 될 수 있도록...

"한 평론가가 말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직업을 명사로만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동사형으로 바라보고 꿈을 꾸라고.​
저는 제 직업을 대할 때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다양한 일을 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들이 생겨났어요."

교사, 의사, 공무원, 회사원같이 정해진 직업에서 벗어나 나만의 일을 찾으려 할 때 주변이 반대나 불안감에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꿈꾸고 따라가다 보면, 그것은 반드시 즐거움으로 되돌아온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발전시키려는 용기가 곧 행복을 향한 정주행의 시작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모든 일이 직업이 될 수 있다.

"마음이 시키는 일을 선택했다고 해서 그것을 놀이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몇 번이고 직업을 바꾼 게 대단해 보이고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변화하는 삶 속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버티는 동안 위기도 많았다. 일이라는 것은 내가 좋아서 선택했더라도 막상 하려면 일이기 때문에 하기 싫은 순간도 마주하게 된다. 내가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만 한다면 단순 취미에 지나지 않는다. 마음의 소리에 집중해서 해야할 일을 찾아냈다면 그 일에 대한 책임감도 반드시 가져야 한다."

시대가 변화하고 있다. 우리 시절에는 패션잡지나 월간 잡지를 통해 정보를 얻고 연에인의 소식을 접했고, 신문이라는 인쇄매체가 사라져 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지금의 10대들은 모바일로 모든 정보를 얻고 교류한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직업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요즘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열광한다. 이를 계속 찾다보니 생겨나는 것도 많지만 사라지는 것도 많다. 브랜드도 그렇고 이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도 단발성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속 가능하고 장기적인 콘텐츠와 브랜드를 개발하면 지속 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인터뷰를 나눈 사람들이 주는 직업별 팁들도 유용하다.

꿈을 꾸고 목표를 갖는 일에 나이는 상관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꿈을 찾아 행동하는 사람들, 매순간 도전하고 새로운 삶을 위해 용기를 낸 사람들, 결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한 사람들,...

다양한 직업군을 접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꿈을 이룬다는 것이 특별한 것도 아니고, 어떤 것이든 내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노력한다면 바로 그 삶이 특별한 나를 만들어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지나온 과거와 현재의 삶, 그리고 나만의 팁들을 전해주는 내용에서 직접 그들과 대화를 나눈 느낌이 든다.
예전처럼 한가지 직업으로만 살아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다.
하고싶은 것과 잘하는 일을 찾고 노력하는 일은 계속 되어져야 할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름과 인터뷰 내용은 있지만 사진이 한장도 없어서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들의 얼굴이나 작업하는 사진 몇 장이 함께있었다면 더욱 생동감있고 좋았을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손 모델의 경우가 어떤 광고에 나왔는지 무척 궁금했다.^^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제공 받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소설이나 문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문외한이었다. '옌렌커'라는 작가 역시 낯선 이름이지만 읽다보니 영화같고 무협지 같은 서사들이 조금은 장황하고 과장된 스토리가 천명관의 <고래> 읽을 때가 생각났다.

원한을 가지고 있는 두 집안의 대를 이은 복수와 사랑으로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상대를 가해자로, 나는 피해자로 생각하며 편을 가르고 분열하고 미워하는 삶이 피폐함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인생의 희노애락의 극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표지마저 짙은 빨강으로 중국의 색채가 물씬 풍긴다.

루쉰 문학상 수상 작가이고 노벨문학상에 거론되는 중국의 작가라는 소개를 보고 신청했던 책이다. 내용은 생각보다 재미있었고, 마지막까지 결말이 궁금해서 침침한 눈을 부릅떠가며 650페이지의 장편을 읽었다.
3일 정도 나누어 읽으면서 결말을 향해 갈수록 조마조마했다.

용서와 화해, 사랑과 배신, 복수와 명예...
과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자와 남자는 서로 사랑을 빌미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다가 또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기도 하고 혹은 그것이 사랑으로 변해가면 마음을 다 바친다.
뒤늦은 후회와 타이밍이 어긋나는 사랑의 조각들은 생을 다 할 때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남자는 명예과 권력을 따라가기 위해 사랑을 배신하기도 하고 사랑없는 결혼을 하기도 한다.

촌장 주칭팡의 딸 주잉으로 이어지는 '주'씨 일가와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쿵둥더와 그의 네 아들 '쿵'일가의 일대기가 중국의 한 마을의 역사와 함께 장엄하게 펼쳐진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지레는 목숨걸고 돈을 벌어 들이는 수법으로 부자가 된 쿵밍량을 추앙하고 그를 따라 돈을 벌기를 원한다. 올바른 방법은 아니었지만 돈을 벌게 된 그들은 서로 하나가 되어 마을 전체가 잘 살기를 바라게 된다. 그렇게 '현'이 되고 '진'이 되고 '시'로 승격하는 장면들이 끝과 시작을 이룬다.

주잉의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쿵씨 일가를 향한 복수의 기다림. 주잉은 그 때를 기다리며 쿵씨 일가를 무너뜨리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간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다치게 하고 헤어지고 인생을 소비하는 미움과 증오, 그리고 복수의 대물림은 한 사람만을 향한게 아니라 그 집안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다.
엄청난 재력가이며 미모를 가지고 머리까지 비상해서 사람들을 잘 다루는 주잉.
여자로서의 삶은 재산이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주잉이 마을을 떠나기로 결정한 날은 아버지가 사망한 지 이레째 되는 날이었다. 그녀는 무덤과 비석 앞에서 절하고 지전을 태운 다음 의연하게 마음을 떠났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엄숙한 표정과 굳은 눈빛을 띤 채.
유일하게 한 일이라면 쿵가 대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듯 침을 뱉은 것뿐이었다."

사랑하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다른 가족의 몰락이었을까?
복수를 다짐하는 순간부터 아마 마음 편할 날이 없었을 것 같아 안타까웠다.
중국이 가난한 시골에서 번화한 도시를 흉내내어 급속하게 진행되는 변혁들 속의 많은 부조리와 얻는 것과 잃어가는 것들을 소설 속에서 표현했다.

눈에 보이는 청렴함을 가장한 권력과 명예를 향한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세상의 근심은 내가 먼저 걱정하고
세상의 즐거움은 내가 나중에 누린다."

"촌장으로 확정되 후 쿵밍량은 문득 지난 1년 동안 마을 사람들이 산속 무덤에 통곡하러 가지 않았다는게 떠올랐다. 슬픔과 아픔이 있을 때면 조상 무덤을 찾아가 대성통곡하던 풍습을 잊고 살았다.
사실 그건 정말로 운다기보다 조상 앞에 무릎을 꿇고 속내를 털어놓는 행위에 가까웠다.
쿵밍량은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무덤 앞에서 한바탕 후련하게 울고 싶었다."

"그녀는 혼서를 빼앗아 확인하려고 허공으로 손을 뻗다가 식탁 모서리에 있는 국그릇을 치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국그릇이 세조각 나고 달걀탕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연회에서 그릇이 깨지는 것은 매우 불길한 징조였다. 그래서 모두 깜짝 놀라 누렇게 얼굴이 떴다.
오직 주잉만 깨진 그릇을 보고도 반짝반짝 빛나는 무대의 붉은 장막처럼 웃을 뿐이었다."

엄청난 필력으로 두 가문과 형제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시가지를 탈바꿈하기 위해 권력과 재력으로 승부하는 인간들의 황당하고 무질서한 이야기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독자에게는 문학이 늘 삶을 인도하지만
작가에게는 삶이 항상
문학을 강요한다
--작가의 말

오늘날 중국은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방식으로 가장 짧은 시간 내에 유럽과 미국의 역사 단계를 추월하려하고 있다보니 규칙과 과정이 목적으로 대체되곤한다.

역사 속에서는 언제나 영웅적인 인물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시대적으로 어떤 수단을 가리지 않고 빨리만 갈 수 있다면 발전과 부귀와 승리를 위해 권련과 재력은 암암리에 영혼을 갉아먹기도 한다.
때로는 소설같은 황당하고 복잡한 일들이 인생 속에는 얼마나 더 많이 벌어지고 있는가..

문학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나 글을 쓸 때의 시대적 배경들을 참고하면 이해가 쉬어진다.
이 작품 역시 중국이라는 오래된 나라이면서 새로움을 갈망하지만 봉건적이고 전제적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읽으니 흥미로웠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미처 따라가거나 넘지 못하는 진실과 가능성 등에 대해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을 상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석 / 목걸이 - 어떤 정열 / 달빛 / 어느 미망인 / 후회 / 행복 / 첫눈 루켓유어셀프 6
기 드 모파상 지음, 최내경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다닐 때 읽기 좋게 알맞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감이 기분 좋은 책이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은 주로 <보석><목걸이>를 기억하고 있는데 그 외에 여러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독서모임에서 한차례 읽었던 책이지만 소장하고 읽으니 더욱 즐겁다.

보석, 목걸이-기 드 모파상
옮긴이 최내경

기 드 모파상​
185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어머니의 친구였던 플로베르에게 문학 수업을 받았다. 플로베르의 소개로 에밀 졸라를 비롯한 당시 파리의 자연주의파 문인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그 문인들이 낸 단편집에 <비곗덩어리>를 싣게 된 모파상은 일약 문단의 스타가 된다.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벨아미>
<피에르아 장>등의 장편소설을 남겼다.

작가 소개를 보고 첫 소설 <비곗덩어리>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는 실려있지 않았다. 모파상의 단편소설들은 친근한 일상에서 각양각색 인간의 위약함과 허점, 위선 등을 특유의 재치로 그려내고 있다. 읽다보면 웃기다가 슬프다가 당황하기도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여보, 진짜 보석을 살 능력이 없으면 타고난 아름다움과 우아함으로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법이라오.
이것이야말로 가장 진귀한 보석이지.
<보석>

사람마다 자기가 추구하고 행복을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가구를 취미로 모으는 사람, 그릇을 사 모으는 사람, 옷이나 명품 가방을 사는 사람, 차를 최고로 갖고 싶은 사람, ...

이 소설의 부인은 보석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싸구려 모조 목걸이와 반지들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은 죽은 아내를 애도하며 슬픔에 잠겼다가 살길이 막막해져서 아내의 물건 중 그나마 값이 나가보이는 목걸이 하나라도 팔아 보려고 한다.
싸구려 모조품이라고 생각했던 그 보석들이 전부 생각지도 못했던 진품이었다니..
배신감이나 당혹감도 잠시, 죽은 부인의 보석함을 보며 희열로 가득차는 남편의 모습에 슬픈 웃음이 났다.^^;;;
부인이 살아 있을 때 진짜 보석이라고 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누가 알 수 있으랴?
과연 누가 알겠는가?
인생이란 참으로 기묘하고 변화무쌍하다!
한 사람이 파멸하거나 구원을 얻는 것은 늘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로도 충분한 것이다.
<목걸이>

비슷한 듯 다른 두 소설이다. <보석>이라는 소설은 부인의 가짜 보석들이 진품으로 본질이 바뀌면서 갑자기 부자가 되는 설정이고, <목걸이>에서의 부부는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 친구에게 빌렸다가 잃어버린 모조품 목걸이가 진짜라고 생각해서 벌어진 일이다.

진짜든 가짜든 보석이나 사람이나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진품이 가짜처럼 보이고, 모조품이 진짜 보석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함을 풍자해서 그린 소설이다. 인간의 깊은 내면에 숨겨진 본질을 재치있게 풀어냈다.

만일 그의 인생이 가득 채워져 있었더라면.
만일 그가 뭔가 했더라면, 모험이라든지 커다란 쾌락, 성공, 온갖 종류의 만족을 맛보았더라면, 그러나 아니다.
아무것도 없다. 그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먹고, 잠자리에 든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내지 않은가, 그 기회란 것을!
그가 무사태평했기 때문이다. 매사에 열의가 없는 것이 그의 큰 병이고 결점이었으며
나쁜 버릇이었다.
<후회>

재밌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흠뻑 빠져 웃으면서 읽게 된다. 이야기도 재치있게 하지만 묘사를 하는 장면들도 멋있었다.

저녁 나절, 차를 마실 시간이었다. 그러나 아직 등불을 밝히기 전이었다. 별장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다. 이미 사라진 태양은 지나가면서 황금 가루를 문질러 놓아 하늘을 온통 불그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중해는 물결 하나, 떨림 하나 없이 미끈하며 석양을 받아 아직도 반짝이는데, 마치 한없이 크고 잘 닦인 금속판 같았다. 멀리 오른쪽에는 톱니 모양의 산들이 석양이 남긴 창백한 주홍빛을 배경으로 검은 윤곽을 그려냈다.
<행복>

오랜 시간동안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행복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결국 인생이란 얼마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주제는 바로 지금을 사는 우리의 삶이기도 하다.
격렬한 사랑으로 인생을 걸어도, 사랑이 지나고 나면 헛헛해지는 인생임을 짧은 단편을 읽으며 기억을 더듬고 추억에 빠져들며 생각하게 된다.

때로는 충격적인 결말과 반전도 있지만 진짜와 가짜, 사랑과 배신, 진실과 위선 등을 다양한 이야기로 엮어 흥미롭다. 모파상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여러 단편들을 읽으면서 진정한 사랑과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삶이 지금의 우리의 삶과 많이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이미 그 때부터 인간의 본질은 다양한 듯하면서도 비슷한 일들의 연속과 반복이다.

진짜와 가짜 물건을 고르고 고르듯이
진짜 내 사람은 가장 힘들거나 가장 기쁜 순간에 빛이 난다.
작은 것에 행복하고 감동하는 우리의 삶을 가장 정직하게 살아내고 그것이 행복임을 오래오래 음미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