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확실히 문학은 이제 권력에의 지름길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써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문학은 그 써먹지 못한다는 것을 써먹고 있다. 문학을 함으로써 우리는 서유럽의 한 위대한 지성이 탄식했듯 배고픈 사람 하나 구하지 못하며, 물론 출세하지도, 큰돈을 벌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유용한 것은 대체로 그것이 유용하다는 것 때문에 인간을 억압한다. 그러나 문학은 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을 억압하지 않는다."
내남없이 그렇다. 학교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성장하는 동안 쓸모를 세뇌당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 쓸모의 척도는 물론 화폐다.
내 삶이 내 삶이 교환가치가 있는가. 잉여가치를 낳는가. 제도교육은남보다 교환가치가 있는 인간, 곧 임금 노동자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육 과정이다. 한 개인이 자본주의 사회의 부품으로 맞춰지면서 본성은 찌그러지고 감각은 조야해진다. 이성복 시인의 시구대로 "모두가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는 상태로 일상이 굴러간다. 그런데 유용하지 않아서 억압하지도 않는 시. 이 시대에 쓸모없다고 취급받는시. 언어들의 낯선 조합으로 정신을 교란시키는 시. 가장 간소한 물성을 가진 시를 통과하며 학인들은 자신에게 가해진 억압을 자각한다.
- P95

철학자 김영민은 모방의 필요성 및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방은 물듦이다. 진정한 모방의 힘은 충실하고 충실해서 마침내 그 모방을 뚫어내는 길 속에 있다. 그러나 착실하게 모방의 길을 걸어보지 못한 자라면 냉소마저 허영일 뿐이다. 가령 프로이트에 충실한 라캉의 생산성이 그러하고, 라캉에 충실한 지젝의 생산성이 그러하지않던가." - P156

. 글쓰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정보와 감정에 일종의 질서를 투여함으로써 ‘주제‘를 부각하는 행위다. 단계가 있다. 마음에 걸라는 것 일단 쓰기. 어지러운 생각들을 자유롭게 마구잡이로 풀어놓는다. 그리고 편집하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판단해서 덜어내고 보완한다. 행동 표정 대화를 떠올리고 그대로 묘사하여 글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런 식으로 차분히 앉아서 하나씩 써나가는 거다. 내가 쓰고자 하는 화제에 대한 사전적이고 교훈적인 정의를 내리기. 가령 여자에게 커피 심부름 시키지 맙시다가 아니라 ‘나에게 그 화제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발견해야 한다. 나의 경험의 의미는 미리주어지지 않는다. 글쓰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 P1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프카의 말.
"우리는 불행처럼 우리를 자극하는 책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아주깊이 상처를 남기는 책이 필요하다. 이런 책들은 우리가 자신보다 더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느껴지고,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숲으로추방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자살처럼 느껴질 것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 P83

혼자 쓰고 혼자 읽고 혼자 덮는 것은 일기다. 글쓰기가 아니다. 비밀이 한 사람에게라도 발언할 때 생겨나는 것이듯 글쓰기라는 것에는 어차피 ‘공적‘ 글쓰기라는 괄호가 쳐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곧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해석당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라고 다그치듯 말할 수도 없다. 몸에 들러붙은 그것이 쉬이 떨어진다면 왜 고민이겠는가. 고통이란 원래 사회적 의미망에서 생겨난다. 타인의 시선이 감옥이 되어버린 상태인 것이다. - P60

 글쓰기는 용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소설가 김연수는 글쓰는 일이 "아랫도리 벗고 남들 앞에서 서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는데, 용기가 충만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아니라 글을 써내는 과정에서 문제에 직면하면서 용기가 솟아난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억눌린 욕망, 피폐한 일상 같은 고통의 서사를 길어 올리는 학인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삶에 관대해질 것, 상황에 솔직해질것, 묘사에 구체적일 것. 결국 같은 이야기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게 삶이다. 뭐라도 있는 양 살지만 삶의 실체는 보잘것없고 시시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상세히 쓰다보면 솔직할수 있다. 상처는 덮어두기가 아니라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 시간과 비용을 치르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아픔을 가져온 삶의 사건을 자기위주로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말하기의 계기가 필요하다. 글쓰기는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하기 좋은 방편이다. 일단 쓸 것.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물관을 쓰는 직업 -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일과 유물에 대한 깊은 사랑을 쓰다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신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시실에 유물을 찍을 때에도 공간의 깊이가 드러나도록 구도를 조금 사선으로 잡는 것을 좋아한다. 대표 이미지처럼 찍는 것보다는 지금 여기서 어떻게 공간과 어우러지며 보이는지를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물관을 쓰는 직업 - 국립중앙박물관 연구원, 일과 유물에 대한 깊은 사랑을 쓰다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신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런데 힘들 때 스스로 도움을 발견하는 것도 아주 훌륭한 일입니다. 칭찬 꼭 해주세요, 본인한테도."
- P127

. 바로 시의성이다. 전시는 기획도비평도 시의성이 생명이라는 것, 여전히 나는 전시를 볼때 시의성을 생각한다. 신문에 연재하는 원고지 15매 분량의 원고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시의성이다. 지금 그 전시가 일반 관람객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하는 것이다.
미술 전공자들이나 애호가들은 알아서 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든 전시들에서 나름의 중요성을 찾아낸다.
그러나 정말 어쩌다 한번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보는 사람, 혹은 ‘그런 곳이 있는 건 알지만‘ 아직 한 번도 가보지않은 사람들은 어떨까. 그 전시를 보는 것이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전시의 시의성을 따져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왜,
지금, 이것이라는 세 단어를 이리저리 조합하며 자문자답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전시가 이 시점에 열리는 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할 때, 단 두 글자 차이로 완전 질문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런 전시가 왜
‘지금에야‘ 열리는가를 감탄할 수도 있고, 이런 전시가 왜
‘지금까지‘ 열리는가 탄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 P157

지금 이 전시를 보는 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다. 궁금했던 전시를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별 생각 없이 보러 왔다가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되는것일 수도 있다. 전시를 재미있게 보고 싶으십니까? 시의성을 생각하며 보십시오. 눈길마다 느낌마다 감칠맛을 더해주는 마법의 양념이니까요.
어떤 전시가 좋은 전시일까. 꼭 보아야 할 사람이 대번에 생각나는 전시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지금 이 전시를보면 상처받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떠오른다면, 아무리훌륭한 작품들이 나와 있어도 의심스런 눈길을 던지게된다. 물론 어떤 전시를 보느냐보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마음이 회복되는 사람들도 있다. - P15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 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트
이소영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념을 가지고 행하라. 예술, 새로운 이론, 발명에 대한 발견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에게 가장 고유한 것은 행하는 것이다.
내 글에서 나만의 향기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좌절하던 나는 토레스 가르시아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삶과 문장의 스타일은 억지로 만들 수 없다는 것.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고 발견하려 하기보다, 우선 무언가 해봐야 한다는 것. 그렇게 행하는 길 위에서 펼쳐지는 자연스러운 보폭과 걸음걸이가 나만의 스타일이 된다는 것. 나만의
‘특별한‘ 스타일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니 삶과 글쓰기의목표가 토레스 가르시아의 작품처럼 소박해지고, 편해졌다. 풍요롭게 느끼되 편안하게 표현하기. 이것이 토레스 가르시아가 일깨워준 나의 스타일이다. - P2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