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말.
"우리는 불행처럼 우리를 자극하는 책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아주깊이 상처를 남기는 책이 필요하다. 이런 책들은 우리가 자신보다 더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처럼 느껴지고,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숲으로추방되는 것처럼 느껴지고, 심지어 자살처럼 느껴질 것이다. 책은 우리 내면에 얼어 있는 바다를 내려치는 도끼 같은 것이어야만 한다. 나는 이렇게 믿고 있다."
- P83

혼자 쓰고 혼자 읽고 혼자 덮는 것은 일기다. 글쓰기가 아니다. 비밀이 한 사람에게라도 발언할 때 생겨나는 것이듯 글쓰기라는 것에는 어차피 ‘공적‘ 글쓰기라는 괄호가 쳐 있다. 그래서 글쓰기는 곧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해석당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하지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라고 다그치듯 말할 수도 없다. 몸에 들러붙은 그것이 쉬이 떨어진다면 왜 고민이겠는가. 고통이란 원래 사회적 의미망에서 생겨난다. 타인의 시선이 감옥이 되어버린 상태인 것이다. - P60

 글쓰기는 용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소설가 김연수는 글쓰는 일이 "아랫도리 벗고 남들 앞에서 서는 것"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썼는데, 용기가 충만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아니라 글을 써내는 과정에서 문제에 직면하면서 용기가 솟아난다는 말일 것이다.
나는 억눌린 욕망, 피폐한 일상 같은 고통의 서사를 길어 올리는 학인들에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삶에 관대해질 것, 상황에 솔직해질것, 묘사에 구체적일 것. 결국 같은 이야기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는게 삶이다. 뭐라도 있는 양 살지만 삶의 실체는 보잘것없고 시시하다. 그것을 인정하고 상세히 쓰다보면 솔직할수 있다. 상처는 덮어두기가 아니라 드러내기를 통해 회복된다. 시간과 비용을 치르고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아픔을 가져온 삶의 사건을 자기위주로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말하기의 계기가 필요하다. 글쓰기는상처를 드러내는 가장 저렴하고 접근하기 좋은 방편이다. 일단 쓸 것.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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