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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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달 전, 와카마쓰 에이스케 저자의 다른 책 《언어의 나침반 (미번역)》을 읽으며 깊이 있고 품위 있는 아름다운 울림의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작가 책이 국내에는 번역된 게 없다니 좀 놀랐다.

그런데 저자의 다른 책 《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이 나와서 정말 반가웠다. 여전히 고급스럽고 따스한 언어, 영혼에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슬픔을 겪는 사람들을 향한 열세 통의 편지를 담고 있다. 저자 자신이 11년간 암으로 투병해온 아내를 잃어서 '상처받은 치유자'가 되어 진솔하게 쓴 글이며 오래된 고전 같은 유명한 문학작품에서부터 한센병 환자가 자비출판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적재적소에 인용하여 슬픔을 위로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20대 초반에 마음의 병을 앓았던 적이 있다고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 봤는데 그래서인지 공감과 위로에 탁월한 것 같다.

슬픔에 빠지는 경험도 어쩌면 당신의 인생에 더없이 소중한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이 세상은 기쁨만큼이나 슬픔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러니 슬픔을 느낄 때 당신은 보이지 않는 형태로 세상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슬픔을 느낄 때 바로 옆에 있는 내면의 자신과 조우하게 될 뿐만 아니라 타인과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난 슬픔이 싫은데, 슬픔에 빠지는 상태 자체를 이상 사태, 평범하지 않고 비일상적이며 어서 해결해야 할 문제상황이라고 자동적으로 여겨왔다. 누구도 슬프고 싶어 슬픈 것이 아니며 소중한 사람 혹은 어떤 존재를 잃는 것은 당연한 삶의 과정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나이를 먹고 성숙해진다는 게 그런 것 같다. 지긋이 들어주고 고개 끄덕여줄 수 있는 것. 다 안다는 듯이 훈계하지 않고 섣불리 조언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

그녀가 시를 썼듯 당신도 무언가를 써보기 바랍니다. 시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편지를 쓰듯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당신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모든 대상을 향해 진심을 전해보세요. 당신 자신을 포함해서요.

저자는 《언어의 나침반 (미번역)》에서도 그랬지만 누차 편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어가 우리에게 위로를 주고 구원해준다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책들은 우리에게 길잡이가 되어 주지만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 언어야말로 우리를 구원해 준다고 한다. 어떤 문인은 섬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여중/여고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수백 통의 편지가 그래서 내게 구원이 되었나 보다. 받은 편지는 물론이고 독서실 구석에서 공부하다 말고 쓴 엽서와 편지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그 당시의 나를 지탱해준 지팡이이었던 것 같다. 불현듯 20년도 훨씬 전의 내가 말할 수 없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1년 전에 20년 가까이 동행해 온 반려견이 세상을 떠날 즈음, 모든 일을 내려놓고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내시고 세상을 떠나자 애도의 편지를 쓰신 한 소중한 이웃님이 생각난다. 그때로부터 1년이 흘렀다. 슬픔과 함께 동행하시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구원이라는 표현이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숱하게 벌어지는 사소하고 소소한 일이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늘 그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만요.

여느때처럼 가방을 메고 어깨를 늘어뜨린 채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는 10대의 어느날이었다. 옆으로 지나가는 차 안의 두세 살 됐을까 싶은 아기가 창밖의 날 보며 활짝 웃으며 지나갔다. 그리고 일본에서 늘 지나다니는 길의 버스 정류장에서 길을 물으신 할머니께 알려드렸더니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웃어주셨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파편 하나하나가 살아가는 힘을 준다.

이토록 따스한 언어, 깊은 위로.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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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창의력 여행 - 일본에서 마주친 기발하고 비범한 창의력 이야기
김광희 지음 / 넥서스BIZ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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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련 책은 호기심에서 한번 훑어보곤 한다.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것의 속사정과 배경지식을 새로 깨닫기도 하고, 관심없이 지나치던 것을 다시 보게 되기도 한다. 현재 일본에서 생활하지 않고 일본에 가본 지도 8년 이상이 지났으니 나 나름의 업데이트 및 보수작업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인 사회, 커뮤니티는 살아 움직이고 생장하는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새로 생겨나고 변화하고 쇠퇴한다. 언어를 다룰 때 그 사회에 대한 지식은 윤활유가 된다. 비록 가끔씩 하는 프리랜서 일이지만 늘 공부를 통해 지식을 구축해 내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얼핏 얼핏 듣고 보던 일본에 대해 분석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48명의 소녀들의 아이돌 그룹인 AKB48은 90년대 유행했던 모닝구 무스메의 대를 잇는 차세대 그룹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주 철저한 마케팅 전략으로 레코드 시장의 판도를 바꿔버리고 삼촌팬 (혹은 오타쿠)들을 몰고다니는 인적 상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씨디를 사면 악수를 할 수 있는 '악수권'과 인기 멤버를 선출할 수 있는 '총선거권'이 동봉되어 있어 한 사람이 수십 장을 사기도 한다고 한다. 참신하긴 하지만 팬서비스 차원이 아닌 돈으로 환산되는 악수권, 총선거권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돈 주고 샀는데 응하지 않느냐는 범죄성 있는 팬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일본의 어떤 부분은 무척 좋아하면서도 은근히 무섭고 이질감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데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만 이런 부분이다.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반박할 수 없는데 사람을 함정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어떤 치밀함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공감되는 꼭지는 많은 블로거들이 포스팅하는 일본 편의점의 진화이다. 우리나라 편의점도 많이 특색을 갖게 되어 PB 상품을 비교하거나 도시락, 아이스크림 등을 올리는 포스팅 등이 많이 늘었는데 일본 편의점 디저트 등 포스팅은 압도적인 것 같다. 이제는 단지 물건을 사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거점이 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구매약자인 고령자들, 재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있어 편의점은 단지 물건 사는 곳 이상으로 생존권과 결부된 곳이 되고 있다. 예전에 읽은 《편의점 난민 (미번역)》에서도 보다 심층적으로 데이타와 함께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책에서는 부제를 '소매점에서 생명줄로'라고 달았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주는 것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주오 택시의 임대 거절이었다. 낯선 외국에서 아무래도 택시를 타고 움직이게 되는데 지역에서 거대 택시회사인 주오 택시는 잠시 한철 있다 떠날 관광객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계속 함께해온 지역 주민 특히, 병원에 가야하는 고령자나 장애인 등의 수송을 위해 엄청난 이익이 굴러 들어올 기회를 포기했다. 다른 택시회사들이 반사이익을 봤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후 주오 택시의 이익이 엄청나게 늘었다고 한다. 우리는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어떠했나? 숙박시설이나 음식점들이 한철 살고 떠날 메뚜기처럼 바가지 세례에 국민의 빈축을 사고 말았던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한 챕터 한 챕터가 하나의 문화 분석 리포트가 될 정도로 예리하고 일단은 글을 시원시원하게 막힘없이 잘 쓰는 달필 작가님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상을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닌 학구적인 관심과 관찰력, 분석력을 지닌 분이며 착안점이나 발상, 시사점 도출도 무척 뛰어난 것 같다.

옥의 티가 될지 댐을 터뜨려버리는 작은 구멍이 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외국인에게 신기한 일본 풍경으로 저자에겐 자전거 앞뒤로 애들을 싣고 다니는 '가냘픈' 일본여성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자전거가 얼마나 에너지 친화적인 운송수단임을 강조하며 한국 엄마들은 의기양양하게 애들을 자동차로 옮겨준다고 비꼬았다.

일본에서는 자전거가 단지 레저의 수단이 아닌 생활 이동수단으로서 큰 위치를 점하고 있다. 내게도 신기했다. 그러나 각 나라의 관습과 생활의 역사가 있는 건데 그런 걸로 한국 여자들을 디스하다니, 시각의 편협함과 왜곡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일단 가냘프지 않아서 미안하다. 운전도 못하고, 자전거도 서투른 나는 장 보는 것도 애들 데리고 다니는 것도 도보와 버스, 전철로 땀 뻘뻘 흘리며 하고 다니지만 차로 생활의 편의를 누리는 여성들이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보험료를 거의 세금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만 올리면 보험사가 죽어라 욕먹는다. 이익 구조상 자동차보험으로는 거의 이익이 나지 않는다. 일본이나 미국은 보험사는 엄연히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보험료가 3백만 원 이 넘기도 한다. 보험료가 비싸서, 혹은 대출로 단독주택을 마련하고 주머니 사정이 빠듯해서 차를 굴릴 수 없어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안전 면에서 가뜩이나 좁은 인도에서 아슬아슬 달리며 경적 울리며 지나가는 그네들의 모습이 좋지도 않았다. 게다가 앞뒤로 애들을 앉혀서 타고 가는 건 보는 사람도 위태롭게 느껴지는데 그렇게 하는 게 좋은 건가? 안쓰러운 거 아닌가?

또한, 언제 어디서 한국 엄마들이 아이들을 의기양양하게 유치원이나 학교에 데려다 주는 걸 보셨나 궁금하다. 웬만한 유치원은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초등학교는 도보권으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배정한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스스로 도보나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학원과 학원 사이를 이동할 때 자동차로 옮겨주는 게 그리 잘못인가?

그리고 일본 전통 상점가를 살리기 위해 걸어놓은 여자 가슴골 사진과 비키니 하의를 입은 여자 하체 포스터와 함께 '좋은 살 있다' 이런 문구를 창의적이라고 실어 놓으셨던데 사회 전체적인 외설적이고 저급하며 여성에 대한 인식이 미개인 수준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데 그것이 창의인가? 여성의 신체를 빗대어 노골적인 사진과 함께 올려놓는 그 상점가의 수준이란... 그저 혀를 차고 넘어갈 일인지...

위에 지적한 몇 챕터를 빼주셨다면 나의 인생책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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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는 지금 여기의 사회학 이야기
요시이 히로아키 지음, 정문주 옮김 / 오아시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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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저자의 자기계발서는 믿고 거르는 독자분들이 많은데 나도 그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인문/사회 쪽 서적은 잘 고르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특히 초보자에게 알맞은 개론서 및 입문서 등이 매우 독자친화적이랄까, 읽기 편하고 친절하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사회학 개론서 혹은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깊이를 찾는 독자는 그 수준에 맞는 책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나처럼 관심은 있되 대번에 덤비기는 겁나는 초보자들을 위한 책이다. 그렇다고 가볍거나 단편적이지 않다.

일단 초반부에서 사회학의 기본개념과 사회학이라는 학문의 정립에 기여한 저명한 사회학자들의 주요 주장을 알려 준다. 그러고 나서 타인에 대한 인식과 타인과의 관계성, 일상생활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스마트폰이 변화시킨 삶에 대한 비판, '~답게'라는 말의 폭력성, 인간이 아닌 타자로서의 환경 문제, '정치적'이라는 말의 의미 등을 다룬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외부 자극에 대한 자신의 내면의 고찰이 심리학이라면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성에 대한 고찰이 사회학인 것 같다.

저자는 우리가 삶을 영위해가는 일상생활이 둘도 없이 소중하며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고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방인의 눈'을 가지면 당연히 여겼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일상이 새롭게 다가온다.

바로 엊그제 이방인의 눈을 경험했다. 자라오면서 종로 일대는 내게 너무나 익숙한 곳이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며, 인사동 거리, 광화문 광장 등 첫 번째, 두 번째 회사생활도 그 근처였고 퇴근 후 혼자서 바람 맞으며 걷곤 했던 거리이다보니 내겐 각별한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그런데 종로 쪽으로 다닐 일도 한동안 없었고 서울 근교로 이사까지 가니 더욱이 갈 일이 없었다. 오랜만의 광화문 거리는 낯설기 그지없었다. 일단 예전의 후줄근한 낮은 건물들이 사라지고 미래도시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건물들이 즐비하고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좀 무서울 정도였다. 지나가며 스치는 향수 및 온갖 체취 등에 코를 연신 킁킁거리는 나의 모습은 이방인 자체였다. 외국에 가서 이방인을 경험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익숙한 거리, 나의 일부였던 거리에서, 그것도 말도 통하는 곳에서의 이방인 체험은 참으로 신선했다.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여자다움, 남자다움 등 '~다움'이 우리 삶을 규정하고, 영역을 제한하는지 더 나아가서는 암묵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남편다움, 아내다움, 엄마다움, 아빠다움, 자녀다움, 학생다움 등 스스로가 보이지 않는 규율에 순종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굴레를 씌우기도 한다.

저자는 스마트폰,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인간관계의 질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시간,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타인과 나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회과학자다운 통계적, 과학적 근거에 의해 주장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모바일 메신저와 빨래터 수다를 비교하며 대면하는지 여부, 같은 공간에 있는지 여부 등을 들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관계는 피상적이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모바일 매체의 속도가 빠르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류는 LTE같은 기술적인 속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상에서도 시간을 들여 천천히 신중하게 교류 및 소통을 한다. 빨래터 수다는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고 이사라도 가면 종료될 수밖에 없지만 모바일 매체는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가능하게 해준다. SNS의 지인이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건 아니지만 SNS가 있으면 원하는 지인과 계속적으로 보다 친밀하게 교류할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거리와 시간, 속도는 모바일 매체가 있기에 더욱 가질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장애인 문제,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중요한 화두를 던져준다. 장애인이 불편한 생활을 하는 건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가 잘못된 것이므로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며 (노멀라이제이션) 소외되어 주변으로 떨어진 기지 않도록 주류가 되어아한다고 (메인 스트리밍) 하는 시각이다.

마찬가지로 환경을 나와 관계가 있는 상대방으로 인식한다면 핵 에너지에는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핵폭탄의 위력에는 두려워 떨면서도 원자력은 위험과 공해 없는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라는 신화가 2011년 동북대지진으로 깨졌다. 그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환경을 인간의 상대편으로 생각하며 환경에 나쁜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 그게 결국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어려운 학문적 지식을 설파하는 게 아닌 삶이라는 보물이 담긴 일상이라는 보물 상자를 어떻게 가꾸어 갈 수 있는지를 구체적이고 쉽게 설명해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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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사람 편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코 지음,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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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원서로 읽고 참 좋아서 번역본 안 나오려나 기대했던 책이 나와서 읽어보게 됐다. 마음에 담아둬야 할 내용들이 많아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던 책이다. 색깔 곱고 얇은 양장본으로 번역본이 나왔다.

흔히 세계 인구를 60억이라고 한다. 너무나 거대한 숫자이기에 지레 상상도 포기한다. 굶어죽는 어린이 수, 전쟁과 내전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수, 장애 등으로 사회의 편견과 불공평과 싸우는 사람들의 수가 어쩌니 해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1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수로 보니 손에 잡히듯 눈에 쏙 들어온다. 숫자의 마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명 중 여성은 52명, 남성은 48명이고
100명 중 어린이는 30명, 어른은 70명이다.

100명 중 20명이 모든 에너지 중 80%를 사용하고, 80명이 20%를 사용한다.

100명 중 75명은 비를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집이 없다.

20년 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일이 떠올랐다. 아는 언니 소개로 알게 된 친구는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에서 온 난민이었다. 그녀는 나와 비슷한 또래였음에도 겪어온 경험은 천양지차였다.

세계 유일의 휴전국임에도 실질적으로 전쟁 없는 시대에 전쟁 없는 나라에서 안온하게 살아온 나와 폭탄과 살육 속에서 안전을 찾아 미국으로 온 그녀.

독립영화로 조국의 실정을 알린다며 엑스트라를 해달라고 하기에 용달차 짐칸 같은 데서 다른 엑스트라들과 함께 머리까지 천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 장면은 장대에 목 잘린 사람 얼굴을 걸어놓은 국경을 넘는 것이었다. 간접체험이었지만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주어진 같은 한평생을 살아가며 미국이라는 부유한 나라에서 만난 그녀와 나의 현실은 정말 달랐다. 살짝 눈물을 보인 그녀에게 난 뭐라고 건넬 말이 없었다.

100명의 마을에도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오늘 살아있음으로 인해 기뻐하고 춤추며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먼저 손 내밀고 사랑해야 한다. 그 사랑은 돌고 돌아올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10분이면 읽을 책이지만 길게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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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책읽기 - 즐거운 인생을 위한, 살아 있는 독서의 기술
니와 우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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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에 있어서 나름대로 주관이 있어서 남들이 뭐라고 해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관련 도서들은 그래도 찾아보는 편이다. 남들은 왜, 어떻게 독서를 하나 궁금해서이다. 이 책은 원서 제목을 직역하면 《죽을 만큼 독서》이다. 어떻기에 '죽을 만큼 독서'라는 제목을 붙이게 됐는지 궁금해서 장바구니에 넣어놨는데 번역본이 나와서 정말 읽어보고 싶었다.

대단히 새로운 것은 없었으나 몇 가지 다시금 확인하고 결심하고 되새겼다.

베스트셀러나 남이 추천하는 책이라고 해서 부화뇌동하여 따라 읽을 필요는 없으며 차례 등을 보며 찬찬히 생각하여 스스로 책을 골라야 한다는 것 등은 나와 정말 생각이 비슷했다.

알고 있었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건 노트에 기록하는 것이다. 눈으로 읽고 줄 쫙 긋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손을 활용하여 기록하는 것이다. 나는 데이타베이스처럼 검색하여 찾을 수 있게 엑셀에 정리를 해놔야겠다. 조금씩 하다 말다 했는데 나의 독서 역사로 남겨 놓고 두고 두고 보며 기억하고 싶다.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메모해 둔 것이 기억나서 연계되고 그럴 때 지식이 더욱 풍성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분은 교양이란 자신의 무지(無知)를 아는 것과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는 독서를 통해 배양할 수 있다.

낭만적인 견해가 나오는데 독서를 많이 하면 세렌디피티(멋진 우연이나 뜻밖의 행운)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독서를 하면 내면에 서랍이 많이 생기고 문제의식이 싹트는데 고리가 없으연 지나쳐버릴 것도 고리가 있으면 남들과 똑같은 것을 봐도 걸려들 테고 그로부터 새로운 전개나 가능성이 열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왠지 모르게 그 기분 알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무 지식 없이 봤을 땐 별 의미 없던 것이 책을 통해 알고 있다면 더 깊이 더 새롭게 행복하고 기쁠 일이, 혹은 지식을 더욱 깊이 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일본의 저명한 기업가이며 애독가이다. 이분의 삶의 자세가 반영한 경영철학이 정말 본받을 만하다. 미숙한 자에게 일을 시키면 성숙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어느 순간에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책임은 리더가 달게 지는 것이며 언제나 정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4천억 엔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찾아내고 일시에 반영하는 결단을 내리고 일치단결하여 그 이상 되는 이익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 분의 삶의 저력도 대단하다.

기대 없이 읽어가다가 정자세로 앉아 줄 쳐가며 읽었다. 세상은 넓고 읽고 싶은 책은 많지만 잘 선별해가며 더 나은 모습을 나를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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