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 사람 편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케다 가요코 지음, 더글러스 루미즈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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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원서로 읽고 참 좋아서 번역본 안 나오려나 기대했던 책이 나와서 읽어보게 됐다. 마음에 담아둬야 할 내용들이 많아서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여놓았던 책이다. 색깔 곱고 얇은 양장본으로 번역본이 나왔다.

흔히 세계 인구를 60억이라고 한다. 너무나 거대한 숫자이기에 지레 상상도 포기한다. 굶어죽는 어린이 수, 전쟁과 내전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의 수, 장애 등으로 사회의 편견과 불공평과 싸우는 사람들의 수가 어쩌니 해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100명이라는 구체적인 수로 보니 손에 잡히듯 눈에 쏙 들어온다. 숫자의 마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명 중 여성은 52명, 남성은 48명이고
100명 중 어린이는 30명, 어른은 70명이다.

100명 중 20명이 모든 에너지 중 80%를 사용하고, 80명이 20%를 사용한다.

100명 중 75명은 비를 피할 집이 있지만 나머지 25명은 집이 없다.

20년 전,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일이 떠올랐다. 아는 언니 소개로 알게 된 친구는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에서 온 난민이었다. 그녀는 나와 비슷한 또래였음에도 겪어온 경험은 천양지차였다.

세계 유일의 휴전국임에도 실질적으로 전쟁 없는 시대에 전쟁 없는 나라에서 안온하게 살아온 나와 폭탄과 살육 속에서 안전을 찾아 미국으로 온 그녀.

독립영화로 조국의 실정을 알린다며 엑스트라를 해달라고 하기에 용달차 짐칸 같은 데서 다른 엑스트라들과 함께 머리까지 천을 뒤집어쓰고 앉아 있었던 적이 있다. 장면은 장대에 목 잘린 사람 얼굴을 걸어놓은 국경을 넘는 것이었다. 간접체험이었지만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한 번 주어진 같은 한평생을 살아가며 미국이라는 부유한 나라에서 만난 그녀와 나의 현실은 정말 달랐다. 살짝 눈물을 보인 그녀에게 난 뭐라고 건넬 말이 없었다.

100명의 마을에도 별의별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오늘 살아있음으로 인해 기뻐하고 춤추며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먼저 손 내밀고 사랑해야 한다. 그 사랑은 돌고 돌아올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10분이면 읽을 책이지만 길게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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