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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 ㅣ 현대시학 시인선 107
이경선 지음 / 현대시학사 / 2022년 11월
평점 :
당신은 소녀 같아라
머리 희끗하여도 눈주름 깊어지어도
날 부른 소리 때로 헛헛하여도
당신은 오늘도 소녀같아라 - 소녀 중에서
기온이 뚝 떨어져 거의 모든 나무, 풀들이 푸르던 잎들을 거의다 떨구고 나목으로 서서
견디고 있는 계절, 찬바람을 맞으며 산책하는 길에 보는 풍경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울창한 초록이 가득했던 숲은 메마른 낙엽들로 덮여있고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가득하지만 잠깐 환한 햇살이 비춰들면 화사하게 다시 살아나는 숲을 본다.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이란 시집 제목이 겨울이 깊어가는 이 계절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 가을, 눈, 여름 이렇게 4부로 구성된 시집은 소녀라는 시로 시작된다.
그동안 문득문득 엄마를 보며 느꼈던 모습과도 닮아서 공감이 되었고, 그 마음이
느껴져서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참 좋았다,
소녀라는 단어는 또 왜이리도 정겹고 반갑던지...
머리는 희끗하여도 눈주름 깊어지어도 당신은 오늘도 소녀같아라는 말에서 묻어나는
진심,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글을 읽어가는동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찾아들었다.
가만히 소리내어 읽어도 좋은 시, 엄마 생각을 하며 읽었고, 또 나를 보는 듯도 하였다.
소란이 소란하지 않은 계절은 나의 예상과 달리 모내기가 한창이고 곧 초복이 다가오는
여름이었다. 모든 생명들이 태어나 자라는 계절, 그 한 가운데 서 있는 마음이었다.
가끔씩 식탁 위에 올려져 있던 천 원 한 장, 엄마의 편지, 그때 철없던 아이는 이제 엄마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담겨있었음을 아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 누이, 친구와의 기억, 이야기들이 담긴 시를 읽으면서 사계절을 넘나들었다.
아련하게 먼 기억들이 시 속에 담기면서 한 편의 이야기가 되고, 한 장의 사진이 되어
그리움으로, 외로움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눈, 대봉감, 엄마.... 우리 곁에서 흔희 볼 수 있는 소재와 기억들이 시인의 글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 계절, 그리움들로 다시 되살아나고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