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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잠결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옷을 벗는다는 것은 몽유병 환자 아니면, 창녀들이나 하는 짓이다.' 

 
....라는 괴변론 같은 문장때문에 애초의 기대감이 급격히 실망감으로 바뀐 상태로 시작한 이야기는 읽어내려가는 동안에 몇번이나 그 인상이 뒤집혔다. 수시로 뒤집혀 가는 그 인상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아주 독특한 이야기였다. 때로는 '카프카'가 떠오르고, 때로는 '조지 오웰'이 생각나는가 싶더니, 종국에는 현대사회의 인스턴트와도 가벼운 인간관계, 그리고 지금 나는 누구를 연기하며 무엇과 소통하고 있나에까지 그 생각이 미치고 만다. 

 
왜 K는 느닷없이 가까운 사람들이 마치 타인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는가? 어째서 낮익은 이의 익숙치못한 모습이 담긴 정체불명의 동영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핸드폰 속에 담겨져있고, 왜 그가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역할을 바꿔가며 등장하는가? 왜 K는 친누이의 육체를 보면서 욕망을 느끼게 되었는가?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사실은 그 사람이 아닌가? 그럼 누구인가? 나는 내가 맞나? 혹시 이 세계에는 창조자 그것도 아니면 세상을 관장하는 감시자가 있어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그들에 의해 정해진 수순, 계획표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점점 흥미로워지던 이야기는 늦지않은 시점에서 하나의 단서를 던져준다.

mea culpa! 내 탓이로소이다. 

 
무엇을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는가. 낮익은 사람들을 타인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문제가 아닐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어쩌면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역할을 연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정에서의 나, 학교와 직장에서의 나, 여러 크고 작은 관계 속에서의 나, 그리고 단지 전화번호, 등록번호, 인터넷 아이디로만 존재하는 또다른 수많은 내가 있지 않은가. 독일에는, 이세상에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가 존재하고 있어서 그 존재를 실제로 마주치면 죽는다는 도플갱어 전설이 있다. 그 도플갱어의 전설이 이 이야기 속에서는 결코 SF나 괴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 정말로 이세상 곳곳에 나의 도플갱어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이 정보화 사회가 우리를 어쩔수없이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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