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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수 있겠니
김인숙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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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것 같은 일들은 많다. 훗날 돌아보면 멋쩍은 웃음만 나오는 작은 것에서부터, 정말로 죽을때까지 그 앙금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크나큰 상처까지, 미치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을 살면서 이럭저럭 겪어 오지만, 막상 버티고 살아보면 그때마다 어떻게든 미치지 않고 살아진다. 어느 스님의 말씀처럼, 한발짝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던 감정도 사그러드니 이상하다. 어떻게 바라보던 그 일의 경중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테고, 일테면 본인의 마음가짐이라는 걸까. 

 

남편과의 사이에서 느끼던 막연한 정신적인 거리감이 어느날 남편의 외국 현지처라는 현실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을 때, 그 충격이라던가 배신감, 모멸감,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 현지처가 남편의 아이까지 가진 상태라면 분노를 주체하지 못해 남편이든 현지처든 누군가를 죽이는 광기를 연출한다고 해도 이야기가 크게 이상해질 리 없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스스로의 감정에 너그러워 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외국손님에게서 받는 한번의 팁이 한달 임금보다 많은 나라다. 여기에 지독한 가난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는 남자가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진해서 외국인의 첩이 되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마음은 찢어진다. 그렇지만 그 누군가의 또다른 사연 앞에서는 이런 아픔은 내색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누군가는 유산때문에 기약없는 시간을 노인의 수족이 되어 살아가기도 하고, 사고로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가하면, 살인사건의 누명을 뒤집어 쓰기도 한다. 쓰나미라는 범접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순식간에 사랑하는 이들을 빼앗기고, 짖이겨진 육체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제발 죽여달라고 절규한다. 이런 아비규환 속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은 살아간다.

 

애초에 미칠 이유따위는 없는게 아닐까. 모든 아픔은 그것을 딛고 일어서서 한결 더 성장하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랑따위 이별따위 미칠 이유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버티고 살아가다 보면 어떻게든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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