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극한의 협상, 찰나의 설득 -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하는 超설득의 심리학
케빈 더튼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매사에 심리적으로 우위에 서서, 내가 원하는 페이스로 타인을 끌어들이고 싶다는 열망때문에 설득에 관한 책을 자주 찾아 읽는 편이다. 설득 뿐만 아니라 심리학관련 서적들을 즐겨보고 있는데, 직접적으로 실용적인 도움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흥미로운 사례들을 읽고 있다보면 행간에서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적어도 설득 능력에 대한 목표의식만은 그 흥미로움만큼 계속해서 커져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느꼈다. 다 틀렸다. 다 글러먹었다. 저자도 말하듯이 노력으로서 설득의 달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특수교육을 받지 않는 일반인이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그정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될까. 기본적으로 이건 자질의 문제다.

영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랙터' 박사와 같은 초 설득의 달인이 현실에 과연 존재할까 싶지만, 실제로도 그에 가까운 사례는 많이 있는 모양이다. 무장한 도둑에게 스스로 얼굴을 공개하게 만들고, 느긋하게 맥주를 마시면서 신상명세까지 털어놓은 뒤 순순히 돌아가게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생판 모르는 여자의 집을 무작정 찾아가 저녁식사에 초대하기도 한다. 이보다 더 놀라운 에피소들도 얼마든지 있다. 자유자재로 상대를 농락하며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싸이코패스다.

싸이코패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한니발 랙터나 강호순 같은 인물만 있는게 아니다. 어느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을지 모른다. 게중에는 영웅적인 일을 해야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빌 게이츠'의 예는 더욱 흥미롭다. 왜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기업이 작은 기업들의 영역까지 침범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빌 게이츠는 사회자를 제정신이냐는 듯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말 칭찬으로 여기겠습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이냐하면 상도의라는 도덕적인 감정과 관련한 질문자체의 뉘앙스를 이해못하는 것이다. 즉 공감의 결여다. 저자에 의하면 빌게이츠는 A급 싸이코패스는 아니지만 사업에 있어서 만큼은 엄연한 싸이코패스다. 감정적인 공감의 결여가 바로 이들 사이코패스의 특성이다. 넘치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득이 되는 것에는 무섭게 집착하나 실패나 손실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듯 하다.

따라서 과감하게 배팅하는 것이 또한 이들의 특성이다. 주식시장이나 사업 부문에 있어서 이런 과감함은 큰 무기가 된다. 설득이나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금전이나 신분을 사칭한 사기사건의 경우를 보다 보면 의외로 치밀하지 못한 수법에 말려 거액을 날린 피해자들이 한심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속아넘어간것은 사실 수법 그 자체보다도 바로 이들의 자신감인 것이다. 모두 통큰 사기꾼들의 대담함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마이클 샌댈'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리주의의 딜레마를 얘기 하면서 등장했던 예시가 여기서는 사이코패스들의 특성을 말하기 위해 다루어진다. 철로 위에 사람 다섯 명이 묶여있다. 열차 궤도를 수정하면 이들을 살릴수 있지만, 대신 수정한 궤도에도 한명의 사람이 있다. 이 경우 대다수의 사람들은 한명을 죽이게 되더라도 다섯명을 살릴수 있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나 만약 다섯명이 묶여있는 상태에서 내 앞에 있는 한명을 직접 밀어서 열차를 세워야 한다면? 이럴경우 사람들은 망설이게 된다. 바로 공감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싸이코패스는 거리낌없이 밀수 있다. 물론,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설득 능력은 머리로 생각해서 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런 감정의 배제, 거침없는 자신감 등 상당수 타고난 자질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득의 경로라던가, 메커니즘, 동물들의 설득법까지 흥미로운 파트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의 흥미로움과는 별개로 역시 한니발 랙터가 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싶다. 하지만 적어도 수많은 랙터 박사로 부터 나를 지키는 법은 지금보다 공고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테스트 결과도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사람으로나왔다.

기존의 서적과는 다른 방식의 접근법이 참신하다. 설득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라고나 할까. 멋지고 재밌는 책이다. 놀라운 설득의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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