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경영학>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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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경영학 - 당신의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경영학의 진실
매튜 스튜어트 지음, 이원재.이현숙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많은 이들이 평소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
어쩌면 이것은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다기 보다는, 금기시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한 용기있는 책이다. 경영학이 과연 필요한가?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경영학이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
경영학의 허구성을 말하면서 그것을 뒷받침 하기 위해, 전공이 철학이면서도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 승승장구했던 저자의 경험담을 번갈아가며 이야기한다. 이제껏 정설이자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경영학 구루들의 이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며 그 실체가 무엇인지를 낱낱이 폭로한다.
경영에 문외한인 비전공자가 현직 CEO들에게 조언을 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저자가 경험하고 곁에서 지켜 본 컨설팅 기업이란, 의뢰자의 위기극복을 위한 참신한 방안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지능적으로 기업으로부터 많은 돈을 뜯어낼 수 있을까 하는 궁리로 가득 찬 집단이다. 진정한 의미의 컨설팅을 위한 컨설팅이 아니라, 컨설팅이라는 하나의 수익모델로서의 컨설팅일 뿐이다. 기업들은 이 허황된 부분에 매년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다. 경영학 또한 이와 마찬가지라서, 경영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경영학이라는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기업의 돈을 빼먹는 컨설턴트들의 단계별로 특화된 기술은 쇼킹할 정도다. 마치 거대한 숙주를 무력화시키고 단물 쓴물 다 빨아삼켜 그 생명까지 빼앗아가는 기생충과도 같다. 최종적으로 기업에서 그것을 눈치채는 단계에 이르러서도 가차없이 최대한 빼먹고 튄다는 것이 이들의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지금도 기업들은 이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하고 있다. 이것은 보다 성공적인 기업이 되려면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컨설팅에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기업의 강박관념 같은 것은 아닌지. 지금의 경영학의 위치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성공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혹은 경영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MBA 자격증이 필수다 라는 의식같은...
위대한 경영학의 구루로 인식되는 몇몇 경영학의 교주들에게로 화제가 옮겨가면 이는 더욱 가관이다. 베스트셀러를 양산하는 이들의 논리는 알고보면 자신만의 세계에서 쌓아올린 가공의 탑에 지나지 않는다. 스스로의 머릿속에서 나온 완전한 허구.
현실에서는 실제로 전혀 적용되지도 못할 뿐더러, 이들의 강의를 들으며 호응을 보내는 수많은 청자들은 대부분이 비경영인들이다. 문외한들.
이들 구루들은 과거의 상황은 이론적으로 기가 막히게 끼워맞춘다. 그러나 현실, 혹은 미래의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에 있어서는... 글쎄? 이들 중 그 누구도 경영을 학문 분야로 확립한 사람은 없으며, 단지 학문 분야의 아이디어만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심지어는 경영이라는 것에 몸담아 본 일체의 경험도 없다. 이들은 이미 경영이 아닌 경영의 무늬를 입힌 엔터테인먼트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일전의 어느 책에서 유능한 MBA출신들을 긁어모아 요소요소에 배치했던 엔론의 몰락과, MBA출신을 등용하지 않는 사우스 웨스트 항공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비교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과연 MBA 자격증이 개인의 몸값을 높이는 것 이상의 효용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제는 미국내 MBA 자격증 소지자의 수가 미국 어느 대도시의 인구수를 능가하기 직전 수준이라고 한다. 가히 인플레이션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이들은 경영대학원에서 주가 띄우기, 눈만 돈 창출, 폭탄 돌리기의 전문가가 되어 나온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다루고, 그리고 인간의 소통이 중심에 있는 분야가 바로 경영이다. 그것을 숫자나 공식으로 수치화해 틀에 끼워 맞춰서 통제할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나 안이한 발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에서는 이미 거시 경제학에서 간과하고 있던 인간 중심의 행동경제학, 행태경제학이라는 것이 태동했다. 경영학에도 이제는 그와 같은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시종일관 신랄하지만 그러나 이 책에서 최종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폭로 그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리더,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소양,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제는 경영에서, 어떤 기발한 이론보다도 인간을 알기 위한 철학적 사고가 중시되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