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 시간 - 인생을 생각하는 시간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시간 "




삼사십대 싱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어느새 토착화되버린 기분마저 드는 마스다 미리의 새로운 신간 "차의 시간"이
출간되었다. 주말엔 숲으로,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수짱의 연애 ,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등 수짱 시리즈를 비롯 수많은 책들을 펴내고 펴낸 족족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흥미진진한 스토리라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명료한 만화체도 아닌 우리나라의 옛 그림들의 매력 중 하나인 여백의 미가 한가득인것 같은 이 책에 왜 싱글들은 열광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는 이유는 줄거리를 파악하고 빅재미를 선사하는 기존의 만화와는 180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책 장을 펼치고 무방비 상태에서 마스다 미리 그녀가 이끄는 그대로 눈알을 굴리다 보면^^ 그 훑는 행위 자체가 휴식이고 힐링이고 차의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차의 시간은 그런 시간이다. 복잡하게 머리를 쓰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골치아픈 스케줄을 짜보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때론 멍때리면서 머릿속을 비우고 본연의 나로 돌아가보는 시간이다. 동료랑 가거나 친구랑 가거나 가족이랑 가거나,연인이랑 가거나 때론 혼자 카페를 가게 될때 나에게 스며드는 공기는 다를 수 있다. 그 모든 순간들을 마스다 미리만의 여유로운 눈썰미로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을 읽다보니 다른 나라에 살고 있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지만 삶과 일상을 대할때 느끼는 생각들이나 당황스런 에피소드들을 겪었을때의 상황이 너무나 비슷해  많이 공감하면서 읽게 되었다.
나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 보고 미래를 예측해보는 시간이였달까? ㅎ




스타벅스를 비롯 수많은 카페에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옆 테이블의 학생들에 빙의되어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비밀스런 대화를 이어가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기도 하며 편집자와 들른 카페의 메뉴에 대해  어떤게 더 맛있을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수다도 떨어보고 살짝 어색한 아버지와는 최근에 읽은 책에 대해 서로 교류를 하며 차의 시간을 가진다.
나이드신 노부인들을 정중히 대접하는 웨이터를 보고 나오며 좋았던 시간이였다라고 떠올리는 에피소드에선 얼마전 들렀던 새로 개업한 시부야의 카페에서 어둡고 구석진 자리로 배치된 언짢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란 그녀의 솔직한 속내가 짠하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이젠 더이상 젊지 않은 나이가 되어 젊은 여성들에 비해 환영받지 못하고 소외되어 지는 그래서 더 나이들었을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는 모습은 삽사십대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이지도 않은가 해서...더 공감되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엔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도 그려지지만 때론 불안한 현재,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감정도 깔려 있다. 그리고 주위에 사람이 많거나 혼자이거나 느껴지는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서도.




"허무함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라고 그녀는 말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 앞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생물" (93 ~94 P)

인터넷,핸드폰,스마트폰 메신저,각종 SNS로 인해 직접적인 대화가 줄어드는 요즘 ,혼자서 카페를 들르는 이도 많아졌다.그들은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로를 한잔 시켜 놓고 책을 읽기도 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멍하니 고독을 씹기도 하며 노트북으로 무언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집보다 카페에서 더 집중력이 생긴다는 이유도, 단지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가 내가 여기 있음을...나란 존재를 알아봐 달라는 무언의 표현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세상과 사람에 치어 혼자임이 더 편해진 현대인들이지만 또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게 이 세상이다.
이 카페란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도 누군가는 이 고독 또한 봐달라는 외로운 현대인들의 작은 몸짓이 때론 눈물겹기도 하다.




마스다 미리 책의 특징 중 하나는 '디저트'에 대한 그녀의 남다른 사랑이다. 주말엔 숲으로 에서도 시골로 이사한 하야카와에게 친구들이 도쿄의 유명한 제과점 과자들을 선물로 들고가 맛있게 나눠 먹는 에피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책에서도 일본의 유명한 카페와 거기서 판매하는 디저트들이 대거 등장해 보는 내내 커피와 케잌이 당기기도 했다.ㅎ
한국에 그녀가 방한했을때 출판사 관계자들과 들른 카페에서 케잌을 한사람 당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나누어 먹는 모습에 신기해하는 에피소드도 등장하고 연중 행사인 호텔 디저트 뷔페에 관해서도 나온다. 개인적으론 파르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읽다보면 일본인들이 (아니면 마스다 미리가 ) 파르페와 단 디저트를 많이 사랑하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사십대 싱글녀인 그녀이지만 어쩜 이렇게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일본으로 여행을 가서 혹여라도 스타벅스에 들러 달달한 라떼를 마시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뭉뚱한 단발머리의 마스다 미리가 평온하게 파르페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보다 내 눈과 마주치진 않을까? 라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소소하지만 평안해지는 이야기들과 삶의 연륜에서 느껴지는 철학들도 짤막하게 등장해서 쉽게 읽히면서도 내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는 계기도 되는 책이다. 과거속으로 갔다가 미래로도 갔다가 지금의 현실로 돌아와 차 한잔 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언제나 차 한잔의 시간은 짧지만 다시 돌아올 그 시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인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