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항아리
유익서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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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한 번도 불린 적 없는 노래, 삶의 진경이 담긴 참된 노래를 찾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소설을 읽어보고 싶었다. '노래항아리'라는 제목도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기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겠다고 결심한 것도, 읽지 말까 주저하던 것도, 원로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에서였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려는 깨져버렸다. 그것은 나의 편견일 뿐이었다. 이 소설『노래항아리』를 읽으며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원로작가 유익서의 장편소설이다. 유익서는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부곡」이,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우리들의 축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고도의 상징과 알레고리로 시대 상황을 적실히 비춰낸『비철이야기』『표류하는 소금』『바위 물고기』『한산수첩』『고래그림 碑』등의 소설집과, 우리 전통음악의 우수성과 고유한 아름다움의 근본을 밝혀 미학적으로 승화시킨『새남소리』『민꽃소리』『소리꽃』3부작을 비롯하여『아벨의 시간』『예성강』『세 발 까마귀』등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동안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부에서 후진 양성에 힘썼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과 동의대학교 등에서 소설을 강의했다. 대한민국 문학상 신인상, 이주홍문학상, PEN문학상, 성균관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열여섯 살 소녀 솔은 노래를 입에 달고 산다. 그런 솔을 볼 때마다 어미는 노래하면 팔자 사나워진다고 윽박지르고 매질을 하는데도 솔은 노래를 그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통영갓에 녹색 두루마기를 입은 손님이 나타나 마음 놓고 노래 부를 수 있게 해주면 어떠한 고생과 대가도 감내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솔은 기꺼이 그리할 것이며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다고 하자 그는 솔을 구곡산으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솔은 노래 항아리를 얻게 되는데…….


그래, 노래란 무엇인가. 즐거운 일이 있을 때 무심코 흥얼거려지는 것이 노래 아니겠는가. 슬픔이 마음을 파랗게 적실 때 탄식과 함께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 노래인 것이다. 그래, 마음과 육신이 고달픔을 겪을 때, 어딘가 멀리 떠나고 싶을 때,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저도 모르게 일어나 차고 오르는 충동이 노래를 낳는 것이다. 그리운 사람이 보고 싶을 때도, 오래 헤어져 있어야 할 이별 앞에서도, 마음속에 노래가 가득 고인다. 뿐만 아니라, 노래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에 다리를 놓아주는 은밀한 구실도 한다. 노래란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는 최상급의 표현 수단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40쪽) 


조선후기 예인들의 삶이 잘 표현되어 있다. 소설을 읽으며 감정이입을 하며 예술의 세계에 빠져들어보는 느낌을 받는다. 옻칠회화에 뛰어든 한 남자의 예술혼을 그려낸『세 발 까마귀』이후 2년 만의 신작이라고 하니, 예술을 소재로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람을 보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소설가의 전작도 읽어보고 싶어질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온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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