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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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팍팍한 삶에 지치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짓고 살아야지." 사실 '농사나'라고 표현할 수 없는 고된 일이라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 농촌의 질서정연한 논밭 풍경은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으로 가꾸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삶도 매일 일만 고되게 하는 것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이들의 일상은 어떨까? 화가인 저자의 사계절 일상 이야기를 담은《딱 좋은 날》을 읽으며,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를 슬쩍 들여다본다. 


이 책의 저자는 강석문. 중앙대와 동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화가이다. 화가인 아내와 결혼후 아들을 낳고 사과과수원이 딸린 풍기의 고향집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시골집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농사를 거들고 밥하고 살림하며 그림을 그린다. 3년 전 양평에 새 보금자리를 지은 후로는 풍기와 양평을 오가며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10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가졌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봄이 오니, 시작하기 딱 좋다', 2장 '여름이 오니, 한눈팔기 딱 좋다', 3장 '가을이 오니, 나누기 딱 좋다', 4장 '겨울이 오니, 꿈꾸기 딱 좋다'에 이어 저자 후기 '세 번째 복의 시작'으로 마무리 된다. 씨앗과 모종, 나에 관한 오해, 매실 농사는 신선놀음?, 나의 마당 성장기, 땀 비가 내린다, 마당의 진짜 주인은, 여름의 맛, 서울 나들이, 단감나무 아래서, 가을부터 시작, 참기름 소식, 비 오는 날 부침개, 그림 속 그들처럼, 니 아부지 뭐 하시노?, 소라와 하늘이, 크리스마스 선물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도시에서 학교를 다니고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고향인 풍기로 내려간 화가이니, 도시인의 시선으로 시골 생활을 그려냈다. 읽다보면 공감하며 웃게 되는 포인트가 있다. 도시에서 살다가 전원주택을 지어 이주하거나 귀농을 택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우리집도 입구에서부터 차바퀴가 지나간 길을 빼곤 온통 질경이 천국이다. 사람의 신발이나 자동차의 바퀴를 이용해 번식하는 아주 똑똑하면서도 친근한 풀이기도 하다. 이 녀석들은 척박한 땅에 자리를 잡고 살다 보니 뿌리 또한 억세게 땅을 부여잡고 있어서 마당 청소할 때 가장 힘들게 하는 풀이기도 하다 귀한 손님 오신다고 해서 오늘 마당 청소를 좀 했는데 이것들 뽑다가 내 손목이 오히려 뽑힐 뻔했다. 뽑아도 계속해서 나고 심지어 뽑히지도 않는 이것들을 좀 잔인하게 아주 뜨거운 물이나 불로써 제거할 때도 있는데, 며칠 지나면 또 쏘옥! 하고 새순이 올라온다. 식물들한테는 욕 안 하는데 질경이한텐 몇 번 한 적이 있다. 질겨도 이렇게 질기고 모진 풀은 내 주변에서 질경이가 최고일 것이다. (63쪽)

하지만 질경이는 천 년이 지나도 씨앗이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다고 한다는 글을 어느 식물도감에서 읽은 후, 마음속에 있던 미움을 모두 없애버리고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고. 비로소 마당 주인이 오래전부터 살아온 질경이였음을 깨달았다며 "질경이! 잘 부탁해!"라는 당부로 마무리한다. 주택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찌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집 마당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화가인 저자이니 중간중간 첨부된 그림도 함께 볼 수 있다. 그림이 천진난만하고 개성 있어서 들여다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화가인 저자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계절 일상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유머 감각에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어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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