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도 꽃이다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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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이후 3년 만에 찾아온, 조정래 작가의 소설『풀꽃도 꽃이다』는 작가 이름 하나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함께 고민해야할 주제를 적절히 선정해서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시대의 고민을 들려준다. 이번에는 교육이다. 소설을 통해 현재진행 중인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일생을 온전히 문학에 바쳐온 조정래 작가, 그의 교육 현실 비판과 그가 제안하는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이 소설『풀꽃도 꽃이다』을 통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학생들 사이에서 '실력 짱!'인 국어 선생님, 강교민. 그는 교장 선생이 성적을 공개하고 성적표에 등수를 명시하며 아이들을 무한 경쟁시키는 것이 못마땅하다. 뒤에서만 투덜거리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교장 선생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교육자들이 저자르는 가장 큰 잘못은 자기들이 머리 좋게 타고나 공부를 수월하게 했기 때문에 공부를 잘할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며, 무시하는 의식까지 도사리고 있는 것이라며, "그건 교육자로서의 바른 양심일 수가 없습니다."라고 강력히 말한다. 입바른 소리를 하는 당당함에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면서도, 과연 현실에서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강교민이라는 등장 인물의 매력이 이 소설을 거침없이 읽어나가도록 만든다.

 

강교민 선생은 성적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기 바란다며 엄한 얼굴, 강렬한 눈빛으로 학생들에게 당부한다.

인간의 가장 큰 어리석음 중에 하나는 나와 남을 비교해가며 불행을 키우는 것이다.

공부하는 능력은 인간의 수많은 능력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하늘은 그 누구에게나 한 가지 이상의 능력을 부여했다.

모든 인간이 평등하듯이 인간의 모든 능력도 평등하고 공평하다. (48쪽)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 문제 가정, 문제 학교, 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 -교육가 닐 (49쪽)

누구나 아는 이상적인 생각이 '살면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비교를 하면서 자신의 불행을 키우는 것이 현실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이론과 실제의 차이에서 느끼는 거리감일 것이다. 도달할 수 없는 그 거리감이 이 소설의 이야기를 바닥까지 내친다. 아수라장 같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더욱 실감나게, 뒷목 부여잡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보여준다.

 

점점 구체적인 현실을 나열하듯 짚어주는데, 글을 읽어나가며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린다. 우리 아이들의 현실은 어떨까. 누군가는 이 소설 속 이야기가 과장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현실 그 자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며, 누군가는 현실이 더 심하면 심했지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앞뒤 꽉 막힌 상황 속에서 의욕을 잃으며, 꿈조차 강요받으며 끌려다니고 있다는 것을 소설 속 학생들에게서 본다. 

 

자살을 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자살을 하고 싶지 않은 남학생 지원. 그가 컴퓨터에 저장해놓은 심정은 아이들에게는 절절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며, 엄마들에게는 자신의 희생을 송두리째 무시하고 존재 가치를 바닥으로 내치는 것일테다. 양측 모두 이해가 되면서도 둘다 답답해진다. '그들이 그 이전에 진심으로 대화를 나눴다면 달라졌을까? 아니, 대화가 아닌 싸움밖에 더 되었겠는가?'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판검사가 되기 싫은 대신 딱 되고 싶다는 게 없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다른 아이들도 거의 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직 중3일 뿐이다. (98쪽)

중3인 예슬이의 이야기는 이 시대의 여학생과 엄마의 평행선을 보여준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예슬이, 화장조차 공부를 망치는 지름길이라 생각하며 아이를 더 감시하고 싶어하는 엄마 최미혜의 가까워질 수 없는 접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청소년 자살 문제, 사교육 폐해, 학교 폭력의 실태, 원어민 강사 문제 등 우리 나라 교육 현장의 민낯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준다. 행복하게 잘 살고 싶지만, 그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는 굴레. 어머니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교육자들은 교육의 이름으로, 아이들의 꿈을 격려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한경쟁에 몰아넣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누구든 사회악에 적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쳇바퀴를 돌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결코 유쾌하지 않다. 인정하고 싶지 않고 고개 돌려 외면하고 싶은,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나라 교육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돌아보도록 만드는 소설이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읽으며 혀를 끌끌 찰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안도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고, 현실에서 찾고자 한다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며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불편한 생각에 뒷목을 잡기도 하고 자꾸 왔다갔다 하며 읽어나갔다. 어쩌면 변하지 않을, 더 지독해질지도 모를 현실이다. 지금 그 현실을 짚어보며, 철저히 반성하는 마음으로 읽는다고 해도, 그 누구도 자신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자식의 문제, 부모의 문제, 그것도 아니면 남의 문제로 치부하며….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해진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 교육…. 무엇 하나 시원하게 흘러가는 것이 없고 꽉꽉 막혀있다. 사방이.

 

생각하면 할수록 문제투성이인 교육 현실에 대한 고뇌를 공감하며 이 소설을 읽어나간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작가의 글솜씨가 어우러져 박진감 넘치는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2권에 계속>이라는 마지막 글에 다음 권을 향한 손길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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