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길 - 우리 함께 걸어요
안희정 지음 / 한길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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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뉴스를 보면 삶은 고구마 한두 개도 아니고 열 개쯤은 연거푸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나와 같은 생각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는 점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양쪽 모두 팽팽하게 접점을 찾지 못하며, 세상은 달그락 달그락 불협화음 속에서 흘러간다. 그래서일까. 정치에 이전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책을 통해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되도록 다양하게 접해보고 싶었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귀를 닫고 있는 것 또한 고정관념에 빠져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하며 이번에는《안희정의 길》을 읽어보기로 했다.

 

 

안희정, 그의 이력을 먼저 살펴본다.

1964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2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남대전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군사정권을 비판하다 제적당했다. 1983년 검정고시로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을 하다 검거돼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기까지 1년여간 수감된다. 이후 국회의원 의원실에서 일하며 제도권 정치에 입문하지만 1990년 3당합당에 회의를 느끼고 여의도를 떠난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1994년 복학한다. 같은 해 노무현을 만나 참여정부 출범 때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대선자금 문제로 1년간 옥고를 치렀다. 2010년 충남도지사에 당선되었고 2014년 재선되었다. (책날개 中)

충남도지사라는 이력 이외에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짚어본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우리 함께 바꿉시다', 2장 '우리는 모두 친구입니다', 3장 '한없이 용서하고, 한없이 받아주고', 4장 '인간세상의 다툼을 공정과 평화로', 5장 '사랑으로 정치를'로 구성된다. 이 책은 안희정 도지사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쓴 일기 형식의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각각 짧은 글을 통해 그의 정책, 일상 등 인간 안희정을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보낸다.

여기 펴내는 이 책은 기도하는 심경으로 그날그날 적은 저의 자성록(自省錄)입니다. 한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성찰한 한밤의 기록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의논하고 싶은 주제들입니다. 제가 생각하고 제기한 이 주제들을 국민 여러분과 더 토론하고 의논해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8쪽)

 

이 책을 통해 인간 안희정에 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적어내려간 글을 보면, 다른 매체를 통해 그의 단면만을 보던 때와는 달리 좀더 포괄적으로 안희정을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인격을 공격하지 마십시오. 저의 정책과 주장을 비판해주십시오. 제 인격을 공격하는 그런 글들을 제가 아무렇지 않게 읽을 수 있을까요? 제 마음이 딱딱한 돌처럼 굳어버리길 바라십니까? 저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 마음도 연두부처럼 부드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좋은 사람입니다. (2017년 1월 16일, 연두부 같은 마음, 40쪽)

 

개헌논의에 대한 나의 생각, 국가위기 극복을 위한 나의 제안 등 정치적인 면은 물론이고, 소소한 일상에 대한 단상도 볼 수 있다. 텃밭 가꾸기 3년차라는 글에는 '나무꾼이 산신령께 기도드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살아 있는 것을 베어 넘기는 것은 그것이 풀이건 나무건 꽃이건 죄의식을 수반하는 듯하다. 오늘 밤 꿈에 베어버린 모든 놈이 나올 것만 같다.'라는 심정을 드러낸다. 나무를 베며 생각한 것이 한 인간의 솔직한 고백이기에 마음의 빗장을 살짝 풀게 된다. '아이를 훈련소에 부려놓고 오는 날'에서는 1년 농산물을 공판장에 내려놓고 돌아서는 농부의 심정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내 인생의 가장 값나가는 수확물. 애틋함과 서운함과 슬픔. 이 시대의 부모에게서 볼 수 있는 글이다.

 

모든 언어 사용은 감성의 칼을 휘두르는 일이다. 나뭇가지 하나도 베어 넘길 수 없는 칼이지만 그 칼은 사람을 절단낸다. 하지만 그 칼은 채찍 같아서 종종 제 눈알을 빼가기도 한다. 함부로 휘두르지 말라. (2014년 3월 10일, 칼, 220쪽)

최근 선의 발언으로 보는 이를 경악하게 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 글을 그 누구보다도 안희정 자신이 마음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 언어 사용은 칼과 같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여전히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의문을 가지며 의아함을 지울 수 없다.

 

대선을 치르기 전에 대선 후보에 오르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자 책을 읽으려고 선택했다. 이번에는 안희정 충남지사의 글을 읽어보았다. 그의 정치적인 생각과 더불어 인간적인 일상과 단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정책만을 접하는 것보다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한 인간에 폭넓게 접근하는 것이 다음 대통령을 뽑기 위한 기본 자세라는 생각이 든다. 그 시작점으로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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