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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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서야 크게 숨을 내쉰다. 일단 이 책을 읽겠다고 집어들면 저절로 그렇게 될 것이다. 만화로 구성되어 한눈에 들어오고 쉽게 읽힌다. '25년간 비밀리에 추적한 한국사 핫이슈, 김진명의 취재 노트 전격 공개!'라는 이 책『김진명 한국사 X파일』은 만화로 풀어낸 취재 기록이다. 끊임없는 의문과 답을 찾는 과정을 큰 틀에서 담아낸 책이다. 이 책에 담긴 7개의 '한국사 미스터리'를 통해 역사에 대한 의문과 그에 대한 취재과정을 살펴본다.

 

 

이 책의 글은 소설가 김진명.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천년의 금서』『몽유도원』『新 황태자비 납치사건』『싸드』『글자전쟁』을 비롯하여 대하역사소설『고구려』까지 발표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의 소설은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시대의 첨예한 미스터리들을 통쾌하게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 철저한 고증으로 일본, 중국의 한반도 역사 왜곡을 치밀하고 일관되게 지적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림은 박상철.『일러스트로 읽는 365일 오늘의 역사』『일러스트레이터 P씨의 5기』『펜 끝으로 더듬어 본 서양미술 순례』등의 책을 냈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허구인지 늘 궁금했다. 어쩌면 한 소설가의 철저한 취재 과정을 생각하지 않은 채 결과물만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제 소설이 나오게 된 과정을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그 기록을 나눌 생각입니다."라는 말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쉽게 읽힌다고 결코 방 안에 앉아서 글만 써서 나온 것은 아니다. 많은 고민과 질문, 그에 대해 발로 뛰고 정보를 모으는 취재 과정을 거쳐 소설이 탄생하는 것이다. '역사와 취재가 없다면 내 소설도 없다'는 저자의 말이 당당해보인다.

 

 

이 책에는 총 7가지 한국사 미스테리가 담겨있다. '한국의 韓은 어디에서 왔나'를 통해 '대한민국 국호 韓의 비밀'을 살펴보고, '임나일본부 조작의 역사를 파헤친다'에서는 광개토태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그날 경복궁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에서는 명성황후 최후의 순간을, '대통령의 죽음, 배후는 누구인가'에서는 박정희 죽음의 진실을 밝힌다. '김정은은 과연 일인자일까'에서는 북한을 지배하는 진짜 권력을, '태조 이성계는 어떻게 죽었을까'에서는 함흥차사의 숨은 사연을, '한자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에서는 문자의 기원을 둘러싼 역사 전쟁을 볼 수 있다.

 

스토리 하나 하나가 추리 소설을 보는 듯 흥미진진하다. 미처 궁금해하지 못했던 것, 궁금하긴 했지만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 누군가 '그렇다'라고 말하면 '그렇구나' 하며 넘어갔던 것들…. 그런 것들에 대해 소설가 김진명은 깊이 생각하고 파헤쳐가며 팩트를 탄탄하게 쌓아가고 소설이라는 장치로 풀어냈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의 문제를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맨 처음에는 국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한'이라는 글자를 국호에 쓴 건 대한제국인데,《조선왕조실록》중 <고종실록>에 보면 '삼한을 잇는다'는 뜻으로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택한다고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삼한은 한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었던, 나라로 인정해 주지도 않는 작은 씨족 사회에 불과한데 한반도 남부의 조그마한 삼한을 잇겠다고 대한제국이라고 한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나는 삼한에 대해 우리가 뭔가 잘못 알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문집이든 사서든 혹은 일개 서간이든 역사상 '한'이라는 글자의 맨 처음 기록을 찾아봐야겠다고 작심하고 찾기 시작했다고.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고 그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 그것은 우리 국호의 유래와 의미부터 아는 일이 아닐까? 하여 첫 이야기를 국호 '한(韓)'에 대해 다루어보았다. (35쪽)

 

이 책에는 소설가 김진명이 의문이 생기면 집요하게 파고들어 자료를 찾고, 결국 알아내는 과정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만화로 그동안의 취재 과정을 굵직하게 보여준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된다. 누구에게나 쉽게 건넬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읽는 데에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말이다. 또한 이 책을 시작으로 여기에서 언급한 소설들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어떤 취재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지 읽어나가다 보면 소설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긴다. 그의 소설에서 고뇌의 시간,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 역사의 재발견 등 지금껏 보지 못했던 땀과 정성이 보인다. 그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든 읽지 않은 사람이든, 일단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우리 역사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 제대로 기름을 부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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