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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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아프리카 소설을 처음 접해보았다.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다소 부담감을 느꼈지만, 아프리카 소설가에 대한 궁금증과 이미 소설 좀 읽는다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저자 '디온 메이어'의 소설이 궁금해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소설에 몰입하게 되는 요인은 등장 인물들에게 느끼는 공감과 인간적인 면모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소설『악마의 산』은 몰입도가 뛰어나고 시선을 잡아두어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언어로 본능적인 피의 현장과 대혼란을 묘사한 대담한 범죄 소설.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들고 절대 멈추지 않는다. 간결한 대화에 녹아 있는 유머가 중용의 선을 지킨다.

-선데이 인디펜던트

 

이 책의 저자는 디온 메이어. 195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케이프 주에서 태어나 포체프스트룸 대학교에서 역사를 공부하고, 아프리칸스어 일간지《디 폴크스블라트》의 기자로 일했다. 이후 카피라이터, 크리에이티브 드렉터 등으로 활동하며 소설을 집필하다가 전업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2015년까지 '형사 베니 시리즈' 4권을 출간하여 명실공히 국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형사 베니 시리즈 중『13시간』,『악마의 산』,『세븐 데이즈』가 숀 빈 주연의 3부작 영화로 제작에 들어갔다. 전 세계 2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디온 메이어의 작품들은 매번 영화화가 거론될 뿐 아니라 해외 문단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기에 먼저 이 책의 '옮긴이의 말'을 보면서 도움을 받았다. 작품으로 바로 뛰어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곳의 현실을 알고 읽는다면 더욱 폭넓은 시야로 현실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무지개의 나라'라는 별명이 있는데,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한 정신적 지주인 데즈먼드 투투 대주교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만든 별명이라고 한다. 아마 다채로운 민족 문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아픈 역사 위로 무지개 같은 평화와 화합이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다고 옮긴이는 말한다. 『악마의 산』은 아파르트헤이트 폐지 이후 오늘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함이 있다. 토벨라 음파이펠리에게 사건은 어느 토요일 느지막한 오후, 캐스카트의 한 주유소에서 시작되었다. 주유소에서 보닛을 열려고 픽업트럭 앞쪽으로 다가서는데, 그때, 첫 번째 총성이 울렸다. 권총을 든 남자 두 명의 총격에 아들 파카밀레는 피범벅이 되었다. 파카밀레는 토벨라의 피가 섞인 아들은 아니었지만 사랑했던 여자의 아들이니 그의 아들이나 마찬가지라며 입양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사건은 이미 일어났고 아들을 잃었다. 재판에서 토벨라의 과거 직업을 들먹이며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 했고 결국 탈주하고 말았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사실적인 묘사에 시선이 간다. 총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토벨라, 성매매 여성으로 살아가는 자괴감에 비밀스러운 자해를 시도하는 크리스틴, 알코올 중독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베니 그리설…. 전혀 연관 없는 듯한 세 사람이 크리스틴 딸 납치 사건으로 연결되며 소설의 이야기는 하나로 이어진다. 세 명의 등장 인물은 마음에 묵직한 돌덩이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건에 휘말려 고통에 몸부림치기도 하고, 알코올 중독의 나약한 마음 상태가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공감이 다소 긴 이야기에도 시선을 뗄 수 없는 힘이 있는 것이다.

 

『악마의 산』에는 천재적인 수사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히어로도, 범죄스릴러에 흔히 등장하는 사이코패스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구조의 문제를 포착함으로써 격동의 근현대사를 거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주소와 나아갈 길을 고찰한다. 유럽 독자들이『악마의 산』에 열광한 이유는 묵과해선 안 될 제3세계의 현실에 대한 훌륭한 사실주의인 동시에 수많은 토론거리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571쪽)

 

소설 속 장면은 시작부터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듯 선명하게 보인다. 소설을 읽을 때에 구체화된 영상이 눈앞에 아른거리면 몰입도가 뛰어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당연히 영화화 될 소설이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형사 베니 시리즈 첫 번째 책인데, 다음 권이 궁금해지고 저자의 소설을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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