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두사호의 조난
A. 코레아르.H. 사비니 지음, 심홍 옮김 / 리에종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작품이 있다. 작품 속 세상은 처참하다. 아비규환, 생지옥의 느낌이다.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이 알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들이 그 현장에서 살아돌아온 사람들인데다가 그림 속 화면 중심 부분 돛대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화가 제리코가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그림을 제작한 것이 바로 이때의 일화를 근거로 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이 책《메두사호의 조난》이 더욱 궁금해졌다. 당연스레 손이 가는 책이었고,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은 H.사비니A.코레아르 공저이다. 이들은 1816년 6월 당시 각각 군의관과 광산기사로 프랑스의 세네갈 원정대에 소속되어 메두사호에 올랐다. 조난이 일어났을 때, 이들은 구명정을 마다하고 다른 150여 명과 함께 뗏목에 올라 13일을 표류한 끝에 살아남은 15명 가운데 있었다. 구조된 뒤에 건강을 먼저 회복한 사비니가 앞서 귀국하면서 이 책의 근간이 되는 '보고서'를 썼고, 오랜 병원생활을 겪은 코레아르가 합세하여 이 책을 완성했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가 <메두사호의 뗏목>을 그릴 수 있었다.

 

이 기록은 프리깃이 좌초한 순간부터 시작해 생루이에 도착하는 것으로 끝난다. 이 책에 종종 해상 전문용어를 사용한 것은 저자들이 미리 서문에서 양해를 구했다.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해양에 종사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판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들의 뜻이 정확히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기술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이 책이 소설이 아니고 역사를 기록한 것이기에 그런 점은 감안하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용어보다도 생생한 사실 전달이 목적인 글이고, 그 목적은 달성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가 가슴에서 치밀어오른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참사인데 인재(人災)라는 점, 무능한 선장과 사후 대처도 미흡했다는 점이 마음을 답답하게 한다. 역자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이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그해 가을이었다고 한다. 온 국민이 생중계로 보았던 그 사건 때문에 마음에 돌덩이 하나 얹어놓은 듯 무겁게 가라앉는다. 굳이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 당시의 일과 교차된다.

"이런 상태로 항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장비들과 지도가 있습니까?"

우리의 질문에 그가 대답했다.

"네, 제가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지급했습니다." 우리를 통솔할 해군 장교가 누구냐고 다시 한 번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바로 저입니다. 잠시 후 제가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 나서 그는 모습을 감추었는데, 나중에 구명정 위에 올라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자신을 철석같이 믿는 불행한 자국 사람들에게 프랑스 해군이 도대체 어떻게 이처럼 기만적일 수 있단 말인가? (59쪽)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갈수록 가관이다. 장교들은 어쩐 일인지 정원이 충분히 남아있는 보트에도 사람들을 덜 태웠고, 하는 수없이 152명의 사람들은 뗏목을 만들어 올랐다. 그런데 장교용 보트와 연결된 예인줄을 결국 풀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의 이기심의 끝은 어디인가. 총독이 뗏목이 버려진 과정을 교묘하게 설명했지만, 이 사람들은 알았던 것이다. 밧줄을 푼 사람이 누구였는가를.

 

그림에서 짐작할 수 있는 당시의 상황은 5장 '사투'를 거치며 구체화된다. 앞 부분까지는 워밍업이었다면 '사투'부터는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읽어나가야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에 불편한 마음으로 읽어나가게 된다.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극한 상황에서 인간들의 처절한 모습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잔인함에 치를 떨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152명 중 단 15명 만이 살아남는 항해였으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이 책에서는 사실의 기록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때로는 현실이 더욱 치열하고 극악무도하다.

그 재앙의 밤 동안 죽음을 가까스로 면한 불행한 사람들은 뗏목에 널려 있던 시체에 달려들어 살을 저며 냈다. 그리고 몇몇은 즉시 그것을 게걸스럽게 먹었다...(중략)...끔찍한 식량이지만, 그것을 먹은 사람들의 기력이 되돌아오는 것을 보자, 사람들은 그 맛을 조금이라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햇볕에 말리자고 제안했다. (111쪽)

 

낭만주의 회화의 대표작이자 세계100대 명화에 빛나는 <메두사호의 뗏목>

루브르 미술관 드농관에 전시된 가로 716cm 세로 419cm의 대작!

이 책을 읽으니 그림으로만 알던 한 장면이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진다. 속이 울렁거리며 울컥하는 느낌이다. 이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조난은 또 없을 것이다. 그냥 묻혀버릴 수도 있을 그 사건을 생존자가 낱낱이 증언하고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 기록이 역사가 되어 후세에게 전달되는 역할을 했다.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될 일이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명화 <메두사호의 뗏목>을 보고 앞뒤 상황을 알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이 잔인하다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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