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데이비드 핸드 지음,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이 책의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다.《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우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우연이 아닌 필연인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지 짐작하기 힘들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의 '추천의 글'을 보면 이렇게 설명해주고 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우연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다. 우연이라는 씨줄과 날줄로 이루어진 삶의 커튼을 짜는 '자연의 통계 법칙'이라는 베틀에 대한 이야기다. 커튼 위에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잔무늬의 작은 아름다움, 그리고 커튼을 통과해 벽에 아른거리는 봄 햇살에 감사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우연의 또 다른 이름은 허망함이 아니라 소중함이기에…. (8쪽_추천의 글 中, 김범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있었던 수많은 우연이 떠오른다. 그 중에 특히 '말도 안 되는 일'에 속하는 일도 있다. 우연치고는 너무나 혹독한 운명의 장난같은 일도 있었고, 설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우연의 법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핸드.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수학과 명예 교수 겸 선임 연구원이다. 2002년에는 통계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가이 메달Guy Medal을 받았고, 2003년에 영국 학사원의 연구원으로 선출되었다. 2008년부터 왕립통계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그동안의 연구 업적으로 2013년 대영 제국 훈장을 받았다. 유럽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알고리즘 매매 헤지펀드 중 하나인 윈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고문이기도 하다.

 

2장 '우연을 설명하는 다섯 가지 법칙' 중 필연성의 법칙에 보면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바로 '로또 복권에 100% 당첨되는 법'에 대한 글이다.

당신이 로또에서 1등에 당첨되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물론 당신이 엄청난 부자일 때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하다. 모든 가능한 숫자 세트를 사버리면 된다. 그러면 당신이 산 세트들 중 하나가 1등 당첨번호일 수밖에 없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숫자 세트들을 다 사려면 당연히 많은 돈과 약간의 조직 동원력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 방법이 실행된 적이 있다. (102쪽)

실제로 실행된 적이 있다는 점에 흥미로워져 시선을 집중하고 읽어나갔다. 1990년대에 버지니아 주 로또의 경우에는 약 700만 달러어치만 사면 1등 당첨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금액이면 모든 가능한 숫자 세트를 살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1992년에 몇 주 동안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전체 당첨금은 2700만 달러를 훌쩍 넘었을 때, 자칭 '국제로또펀드'라는 집단이 꾸려졌고, 그들은 모든 숫자 세트를 사는 데 필요한 700만 달러를 마련했다. 약 20명으로 팀을 꾸려 8개 체인의 소매점 125곳에서 복권을 샀는데, 결국 500만 장의 복권만 살 수 있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확률 계산을 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긴 이들의 아슬아슬한 실화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의 104쪽을 참고하시라.

 

그밖에 주식으로 돈 벌기, 네 잎 클로버 찾기, 주사위의 비밀, 신용카드부터 비행기 사고까지, 벼락 맞을 확률, 영아돌연사증후군 등 우연의 법칙 다섯 가지를 통해 이야기를 펼친다. 갖가지 사례를 확률과 통계학적으로 다룬 자연과학서라는 점에서 이 책을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이론만을 다룬다면 금세 시큰둥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사례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니 어느새 가능성이 낮은 듯한 우연의 사건에 익숙해진다. 그냥 기사로만 보았을 때 말도 안되는 사건이더라도 '우연의 법칙을 이해하고 나면, 이 사건들은 전혀 놀랍지 않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우연의 법칙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² 처럼 단일한 방정식이 아니라 함께 엮여서 서로를 강화하는 가닥들의 집합이다. 그 가닥들은 사건들, 사고들, 결과들을 연결하는 밧줄을 이룬다. 주요 가닥들은 필연성의 법칙, 아주 큰 수의 법칙, 선택의 법칙, 확률 지렛대의 법칙, 충분함의 법칙이다. 이 가닥들 중에 하나만 작동해도 겉보기에 개연성이 극히 낮은 사건 - 예컨대 한 사람이 여러 번 로또에 당첨되는 일, 금융위기, 예지몽-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닥들은 함께 엮여서 작동할 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277쪽)

이 책을 읽으며 우연의 법칙을 통해 사소한 사건부터 우주에서의 인간 존재까지 들여다본다. 주식이나 복권 같은 경제 문제, 각종 사고 같은 사회 문제, 자연의 법칙 등 다방면을 미세하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큰 틀에서 보기도 한다. 통계학 지식을 이론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과 연관 지어 설명했기에 관련 분야에 어려움을 느끼는 일반 대중에게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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