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통의 심리학 -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하여
리처드 H.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현암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쌤통의 심리학』을 접했을 때, 처음에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누군가 잘 안 되는 것을 보고 고소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나를 포함하여 인간 누구에게나 있는 본성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몰랐던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지은이는 리처드 H.스미스. 켄터키 대학교 심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감정인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에 대한 실험을 고안하고 연구했으며 질투와 수치심, 경외감 같은 다양한 사회적 감정에 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한국인 사회심리학자와 결혼하여 슬하에 두 딸을 두었는데 이 책 본문에 등장하는 삽화는 모두 큰딸이 직접 그린 것이다.

 

들어가는 글을 읽으며 생소한 단어인 '샤덴프로이데'에 관하여 알게 되었다. 독일어 단어 '샤덴프로이데'는 '피해'를 뜻하는 'schaden'과 '기쁨'을 뜻하는 'freude'가 합쳐진 말로 다른 사람의 불행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일컫는다. 왠지 떳떳하진 않지만 우리 대부분이 느끼는 감정인 샤덴프로이데, 즉 쌤통 심리에 대해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어떻게 동료의 굴욕을 자기의 영광으로 느낄 수 있는지, 내게는 그것이 항상 수수께끼였다. -마하트마 간디

Gandhi, M.K.(1983/1948), 『Autobiography: The story of my experiments with truth』, New York: Dover, p.99

마하트마 간디에게도 그런 감정이 있었다는 솔직한 고백을 보고는 믿겨지지 않아 출처까지 찾아 적어보았다. 이렇듯 쌤통 심리는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느끼게 되는 감정이며 자연스러운 본능이기에,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며 그 심리의 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타인과의 비교, 타인의 실패와 망신, 질투 등의 개인적인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은 물론, 쌤통 심리의 어두운 그림자인 홀로코스트 등 사회적인 면에서의 쌤통 심리학 발현에 관해서도 짚어보게 된다. 아돌프 히틀러가 왜 유대인을 증오하게 되었는지, 유대인 말살의 기저에 있는 인간의 심리적인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특히 이 책에서 '질투'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이 와닿았다. 스스로는 질투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행동이 질투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질투는 스스로 변신하는 습성이 있다. 우선 질투가 분노처럼 '느껴지기' 시작하고, 그래서 만약 부러운 사람이나 집단에 불행이 일어나면 자업자득인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쌤통 심리의 원인이 질투라면, 질투하는 사람은 자신의 동기를 들키지 않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된다. 질투심을 시인하면 열등함과 정당하지 않은 적의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사람들이 질투를 부인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 누가 자신의 열등함을 인정하고 싶을 것이며, 그 누가 자신의 열등함 때문에 남들이 밉다고 털어놓고 싶겠는가? (257쪽)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예 인정하지 않으려는 쌤통 심리에 대해 읽어나가면서 '그래도 이건 아니다','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등의 심정으로 밀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쌤통 심리 자체가 함부로 내비쳐져서는 안 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자가 하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쌤통 심리가 자연스러운 감정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감정을 느껴도 될지, 혹은 밖으로 드러내도 될지 확신하지 못한다. (293쪽)

 

이 책을 읽다보면 성악설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들의 심리는 간사하고 잔인한 것일까. 하지만 인간이 항상 쌤통 심리에 젖어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어떤 순간에는 그런 감정도 느끼는 것이기에 인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이란 기쁨도 느끼고 불쾌감도 느끼는 존재다. …… 분노, 반감, 피로감, 쌤통 심리. 내겐 이 모두가 인간 경험의 일부이다. 그 감정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뜻이 아니라, 가끔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305쪽)

 

이 책을 읽고나니 그냥 보아 넘기던 소설이나 드라마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 안에서 쌤통 심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의 행동을 보며 저런 말과 행동을 하는 데에는 어떤 심리적인 작용을 하는 것인지 자꾸 생각하며 보게 된다. 인간을 바라보는 또다른 시각이 열리는 느낌이다. 항상 보던대로만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다른 방향에서 사람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흥미롭다. 인간의 내면을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을 이 책에서 새롭게 배운다. 그저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 속을 읽어보는 것도 책을 읽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