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이석연 편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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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기억하고 싶은 문장 몇 가지 정도는 나오게 마련이다.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에도 적어놓고 노트에도 적어놓는 등 정신이 없다. 막상 떠오르지 않아서 찾고 싶을 때에는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이럴 때에는 검색해봐도 잘 안 나오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아깝게 놓쳐버린 명문장을 안타까워한 적은 여러 번 있지만,그때마다 결심했던 체계적인 독서노트 작성은 지금도 시작하지 않고 있다. 이런 때에는 좀더 다른 사람의 독서노트를 보는 것도 자극이 된다. 이 책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는 나에게 충분히 각성의 시간을 갖게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이석연. 1994년 변호사로 나서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다. 대표적인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경실련 사무총장(제4대), '헌법포럼' 상임대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 등을 맡았으며,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 변호사, 사단법인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 '21세기비즈니스포럼' 공동대표, '책 권하는 사회 운동본부' 상임대표 등으로 활동 중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광인 그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권의 저서를 냈다.

 

이 책은 보통의 격언집이나 명언록과는 다릅니다. 독서와 여행을 통한 제 삶의 과정에서 직접 겪고 부딪히며 고민하면서 순간적으로 뇌리에 각인되거나 여운을 남기면서 스쳐 지나간 것을 그때그때 채취한 싱싱한 활어(活魚)로 가득한 '독서노트'에서 건져 올린 것입니다.(중략) 이곳의 활어들은 반드시 책에서만 얻은 것은 아닙니다. 신문기사에서 얻은 것도 있고, 여행지에서 본 좋은 표어나 문구, 유적에 새겨진 명언, 심지어 비문(碑文)까지 옮겨 적기도 했습니다. 영화 대사 중에서도 기억할 만한 것을 메모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받거나 기억하고 싶은 문장과 저의 단상을 적었습니다. 때로는 책 내용에 의문을 달기도 하고, 때로는 내용을 요약하거나 편집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페이지에는 책과 상관없는 나만의 생각과 다짐을 오롯이 적은 곳도 있습니다. (5~6쪽)

 

저자는 유목적 읽기 방법과 기술을 소개한 적이 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영원히 살아남는다'라는 유목민의 정신이 저자의 독서편력. 건너 뛰어 읽고, 장소를 달리하여 다른 책을 읽고(겹쳐 읽기), 다시 읽고(재독), 좋은 문장 베껴 쓰고 다시 쓰고 외우기 등이 바로 노마드 독서법인데 이 책이 노마드 독서법의 한 유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는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는 '여행하는 인간'이라는 뜻인데, 프랑스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이 인간의 속성을 '끊임없이 옮겨 다닌다'는 의미로 쓴 말이라고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나뉜다. 1부 '하늘의 그물은 놓치는 것이 없다', 2부 '유언(流言)은 지자(智者)에게서 멈춘다', 3부 '언제 삶이 위기 아닌 적이 있었던가'. 다소 생소한 제목에 3부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펼쳐들면 어느 곳을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게 될 것이다. 또한 어떤 것을 읽든 빨리 읽어나갈 것이 아니라 행간에 숨은 뜻을 잘 파악하며 천천히 음미해야할 것이라 여기게 된다. 사실 이 책의 1부 제목인 '하늘의 그물은 넓고도 성기지만 놓치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학창시절에 인상깊게 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밑에 저자의 첨언이 있다. '죗값은 반드시 치르게 된다. 지난 2007년 대선 막바지에 BBK 사건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검찰이 공소장에 적어 넣은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누가 말했는지 가물가물하던 말은 출처가 명확해지고, 새롭게 알게 되는 글 또한 마음에 새기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다양한 책의 핵심을 엿보게 된다. 누군가가 정리해놓은 써머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쓸데없는 것이 아니라 정리가 깔끔하게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에 책읽는 보람을 느낀다. 가끔은 이런 책을 통해 명언을 집약시켜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이 책을 통해 이석연 변호사의 독서 노트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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