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상식이다 - 아는 만큼 맛있는 뜻밖의 음식 문화사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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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시는지?" 개정증보판에 붙여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나름대로 답변을 떠올려보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맛있게 먹은 음식이지만 계속 질리도록 먹다가 좋았던 기억마저 사라졌던 것도 있고, 딱히 떠오르지 않는 것을 보니 한 가지만 선택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힘들어서인 듯도 하다. 저자는 재래시장 음식점에서 칼국수를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이야기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웃으며 먹다 보니 별것 아닌 칼국수였지만 유별나게 맛있게 느꼈던 것 같다며 음식 맛을 좌우하는 것은 함께 먹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분위기에서 먹었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요즘들어 맛집이나 먹방, 쿡방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음식을 접하게 되는 기회가 많이 있다. 시청자에게 보여지는 것은 시각적인 효과가 전부인 셈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호들갑이 믿기지 않을 때도 많이 있다. 직접 먹어보지 못한 점도 있고, 직접 먹더라도 한 입 먹었을 때 과장된 반응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는 개인적인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음식일지라도 그 날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음식 맛이라고 생각하니 저자의 말에 한껏 동의하게 된다.

 

음식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재미도 있지만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알고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도 있다. 음식의 유래를 알면 음식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을 종종 경험했다. 맛도 맛이지만 음식 이야기를 알면 책에서는 찾기 힘든 생생한 역사와 문화도 알 수 있다. 음식이야말로 황제에서부터 거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빼놓지 않고 먹는 것이기에 인류의 생활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6쪽)

 

이 책의 지은이는 윤덕노. 아는 만큼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한가득 품고 있는 음식 전문 칼럼니스트이자 음식문화 저술가이다. 25년간의 기자생활을 바탕으로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9년 전에 나온 『음식잡학사전』의 개정증보판이다.

 

음식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경건한 마음으로(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이야기 '랍스터'에서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랍스터가 빵보다 못한 가난의 상징이었다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한때 미국에서 '가난의 상징'으로 꼽혔던 랍스터가 지금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부의 상징'으로 바뀌었으니 정말 가재가 용 됐다.'는 마지막 문장이 나에게 일격을 가한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나뉜다. 제1장 '역사 속의 한 장면'에서는 랍스터, 토마토, 불도장, 베트남 쌀국수 등을 다루고, 제2장 '원조와 어원'에서는 포테이토칩, 마파두부, 자장면, 짬뽕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제3장 '음식남녀'에서는 굴, 송로버섯, 여지 등의 음식이, 제4장 '전쟁과 도박'에서는 케밥, 바게트, 크루아상 등이, 제5장 '황제의 음식'에서는 캐비아, 푸아그라, 샥스핀, 제비집 요리 등, 마지막으로 제6장 '건강과 소망'에서는 국수, 송편, 보신탕 등을 다룬다. 총 여섯 장에 걸쳐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간단히 사전처럼 담겨있는데 그것만으로 한 권의 분량이 채워진 것이다.

 

표지에 이 책의 예전 제목인 '음식잡학사전'이라는 말도 덧붙였으면 좋겠다. 목차를 보다가 궁금한 생각이 드는 음식을 먼저 펼쳐보아도 되고, 음식에 얽힌 역사가 궁금할 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음식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을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음식에 대한 상식이 부쩍 늘어버린 느낌이 든다. 친한 사람들과의 한 끼 식사에서도 식재료나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며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 것이고, 낯선 사람들과의 부담스런 식사 때에도 부드럽게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 유용할 것이다. 오늘 점심에는 '노름꾼이 만든 동양의 샌드위치'라고 하는 '김밥'을 먹으며 김밥의 유래가 일본인지 그 이전에 한국에서도 있었는지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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