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해부 -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충격적인 문장이 있다.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니! 범죄는 상황에 따라서 우발적으로 일어나거나, 미리 계획하게 된다면 원한이 있어서 평소부터 분노가 밑바탕을 깔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얼마 전에 읽은 책 『괴물의 심연』을 통해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뇌 구조에 대한 연관성을 살펴본 적은 있는데, 생소했던 그때의 느낌을 이 책을 통해 구체화시키게 되었다. 이 책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좀더 이론적으로 탄탄하고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조각상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각상에 비유하자면, 작품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있더라도 그 작품만 보았을 때에는 손색이 없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뇌,유전자,몸에서 범죄의 원인을 발견한다'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더라도 이 책에서 연구를 진행한 내용을 볼 때에는 흠잡을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 에이드리언 레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범죄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책으로 폭력에 대해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

『폭력의 해부』는 거의 한 세기 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중요한 논쟁거리, 즉 폭력에 생물학적 근거가 있음을 인지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날 폭력이 우리에게 드리우는 어둠의 장막을 걷어붙이고 더 밝은 내일을 만들어가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2쪽)

신경범죄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에이드리언 레인이 이 책의 저자이다. '왜 어떤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고 어떤 사람은 그러지 않는가?'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쫓아 35년간 연구해왔다. 사이코패스의 생리를 이해하기 위해 교도소에서 4년간 근무했으며, 폭력범죄자에게 뇌영상 연구를 최초로 적용했다는 점이 특이사항이다. 범죄 분석과 예방을 목표로 신경과학 원리와 뇌촬영기술을 응용하는 신경범죄학을 개척하고 대중화한 학자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폭력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범죄의 유전학적 근거, 폭력적인 뇌는 어떻게 오작동하는가, 자율신경계에서 일어나는 일들, 폭력의 신경해부학, 어린 시절의 건강이 끼치는 영향, 영양실조 미량영양소 정신건강, 생물사회적퍼즐, 범죄 치료, 법률적 영향, 폭력의 미래' 등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주'와 '찾아보기'만 하더라도 거의 100페이지 정도의 분량을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기에 관련 연구자들에게 학술적인 밑바탕이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다가 좀더 깊이 알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관련 논문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폭력의 생물학적 관련성에 대해 논리적으로 풀어나간다. 폭력과 범죄에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는 증거를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진화에서 유전자까지, 중추신경계 기능에서 자율신경 기능까지, 다방면으로 진행한 연구의 핵심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된다. 특히 이 책에서 6장 '살인자로 태어난 사람들: 어린 시절의 건강이 끼치는 영향'과 7장 '폭력의 조리법: 영양실조, 미량영양소, 정신건강'의 내용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태아로 있을 때부터 어린 시절, 성장의 전 과정을 통해 신체적인 부분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보게 되는데, 뇌의 사진과 도표 등 구체적인 연구 자료가 담겨있어서 눈길을 끈다. 생선을 먹는 양과 폭력의 관련성에 대한 이야기도 처음에는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지만 생선기름 전문가 조 히벨른이 매년 생선 소비량과 살인율을 기록한 연구 수치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와 '세계 해산물 소비량과 살인율의 관계' 도표로 보게 되니 좀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가 신경범죄학과 얽힌 신경윤리학의 쟁점들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 그리고 혁신적인 임상적 신경과학 연구 결과를 현명하고 신중하게 공공정책과 통합하는 것이 미래 폭력 예방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폭력에 대한 공중보건 관점의 접근을 더욱 발전시킨다는 것은 진실로 더 건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변화시키고, 다음 세대를 위한 더 안전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제기된 쟁점들에 관해 공개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함으로써 대중은 미래의 발전에 대비하고, 미래의 폭력 예방을 원활하게 성공시킬 것이다. (568쪽)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기서 밝히는 이론만이 진리라고 생각하자는 것보다는 이런 견해도 있다는 포용력을 필요로 한다. 저자도 폭력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설명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힌다. 우리가 절대 지식이라고 생각하던 것들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이라고 논증하며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서 다룬 과학적 견해의 일부는 저자의 개인적 관점이 덧붙어 변질되고, 모든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실증 연구에서 오류의 경계에 서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 폭력 예방을 위해 생물학적인 부분에서 여기에 제기된 쟁점들을 논의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들에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과학적이고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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