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도 쏙쏙, 아주 잘 들어온다. 오늘은 비까지 살짝 내려주니 습기까지 더해져 햇살이 더욱 쨍쨍하고, 돌아다니자니 햇빛이 따가워서 다닐 수가 없는 날씨다. 뜨거운 정도를 넘어서서 따갑다. 도로 위에 계란후라이라도 할 수 있을 듯한 날씨다. 이럴 때에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 소설책이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한 손에 쥐고 슬슬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을 여름 더위에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 손에는 책, 한 손에는 맥주. 이 책이 여름밤에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 J의 다이어리』는 Daum 작가의 발견 2nd 7인의 작가전 선정작이다. 2015년 3월 22일부터 연재 되었던 작품을 기본으로 하여 편저를 거친 도서이므로, 출간된 도서의 내용은 오로지 책에서만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아리. 2008년 『직녀의 일기장』으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2009년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로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을 받았다. 작가의 소설 중에 눈에 띄는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된『김종욱 찾기』이다. 인상적인 작품이었기에 이 책에 대한 호감도 급상승했다. 이 책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궁금해서 손에 쥐자마자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간호사 J는 <라모나 병원>에 취직했다. 동네 사람들은 이곳을 <나몰라 병원>이라 부른다. 어지간히 아파서 시내에 나갈 힘이 없거나, 단골 환자들을 제외하고는 동네 사람들조차 개인병원에 갔으면 갔지, 이 병원은 못미더워 하는 편이다. 병원의 특성상 "코드 레드"도 다른 의미이다. 다른 병원이라면 코드 레드는 환자가 위독할 때나 쓰이는 신호이지만 이 병원에서는 주로 환자들의 난리로 간호사들이 위험해질 때 쓰이는 편이다. 이곳에는 꾀병을 앓으며 입원하는 할머니 환자들을 비롯하여 자해공갈을 업으로 삼아 입원한 사람, 열여덟 살 미소년 중민이 등 환자인 듯 환자 아닌 환자같은 사람들이 입원하고 있다.

 

간호사 J, 이름은 정소정이다. 앞으로 해도 뒤로 해도 똑같은 이름. 간호사가 된 이유는 바람 핀 애인에 대한 복수심때문이었는데, 왜 간호사가 되었냐는 물음에 누구에게나 간단히 대답한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돕고 사는 게 제 꿈이었거든요." 속사정과 다르게 남들 앞에서는 정답처럼 내뱉는 말에 살짝 웃음이 난다. 누구든 자신의 직업에 대해 너무나도 솔직할 수는 없을테니, 비슷한 사정의 사람들은 이 말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모습, 차차 회복되며 죽을 먹던 환자가 밥을 먹게 되는 모습, 쾌차하여 즐겁게 퇴원하는 모습만을 보는 게 나의 로망이었다. 그러나 막상 병원이란 곳은 목숨을 구하는 만큼 잃는 사람도 있다. 그곳은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라, 신음과 비명, 외로움이 교차하는 삶과 죽음 사이의 좁은 방에 불과한 것이다. 그 사실을 각성해야 한다는 것에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 (58쪽)

 

이 책에서 <나몰라 병원> 아니, <라모나 병원>에서 간호사 J가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볼 수 있다. 간호사 J의 사생활을 비롯한 남녀문제와 인간의 외로움 등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포괄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그 내용이 술술 읽히는 적당한 가벼움이 있어서 한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6인실 병원에 입원하면서 여러 환자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모티브가 되어 소설 작품이 탄생했다.

아프면 모든 게 소음으로 들린다. 마음이 뒤틀리고, 걱정해 주는 말들이 그저 성가시다. 무언가를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다. 한편으로는 예민해진 만큼 모든 말들이 뇌리에 남고 사람들의 작은 동작, 표정, 손길을 몸에 새기게 된다. 몸이 좀 나아진 뒤에 그것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참고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214쪽_작가의 말 中)

 

한 손에 쥘 수 있는 편안한 크기에 적당한 페이지, 이 책으로 무더위 속에서 적당한 피서를 즐겼다. 누구 하나 혼을 쏙 빼놓을 듯한 매력은 없더라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듯한 인물에 현실감을 느끼고, 좌충우돌 그들의 삶에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손에 쥐면 끝까지 읽어나가게 하는 작가의 능력을 보니 왜 천재작가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젊은 작가의 젊은 시선이 상큼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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