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1
최규석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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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최규석 작가의『100℃』를 읽던 기억을 떠올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무거운 마음과 미안한 생각으로 그 책을 덮었다. 가슴이 먹먹해지며 불편해지는 마음이 느껴졌다. 처음 읽은 책의 여운이 깊게 남았기에 『울기엔 좀 애매한』도 읽어보았다. 가볍게 웃고 넘기기엔 마음이 무거워지고, 그렇다고 슬픔 속에만 빠져버리기엔 개그와 자학의 내공이 상당한 책이었으며, 말 그대로 애매한 현실을 느꼈다. 그 다음으로 읽은 『습지 생태 보고서』또한 유쾌하게 읽고 나서 뭔가 씁씁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이번에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을 읽으며 노동운동에 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송곳』은 2013년 12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작품이다.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 대한 대항을 좇는 웹툰 『송곳』은 한국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찬사를 받았고, 지금도 연재 중인데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3권까지이다.

 

먼저 이 책의 제목 '송곳'이라는 것이 어떤 뜻으로 쓰인 것인가 궁금해진다. 그 의미는 이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194쪽)

 

이 책 역시 최규석 작가의 작품 성향을 잘 반영한다. 다소 무거운 주제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이다.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가 거창한 다른 세계에 있는 일이 아니다. 예전에 있던 일인 것만도 아니고, 지금 현실에서 불합리한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총대를 메고 앞장서는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이면서, 나또한 손해를 보면서까지 용기를 내어 앞서 나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남들의 일에는 '왜 그렇게 하는가'라고 열을 올리지만, 정작 자신이 그 상황에 처하면 불의에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며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경우도 많으니 이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잘 모르던 것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이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 건데 다 늙은 사람들 모아놓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독일은 초등학교에서 모의 노사교섭을 1년에 여섯번 한답디다. 요구안 작성, 홍보물 제작, 서명 운동, 연설문 작성까지.

프랑스는 고등학교 사회 수업 3분의 1이 교섭 전략 짜는 거라네. 학교에서 이런 걸 가르치니까 그런 나라들에는 판사, 교수 같은 사람들도 노조 만드는 거요.

경찰, 소방관뿐 아니라 독일이나 스웨덴 이런 데는 군인 노조도 있어요. 군대에 노조 있어봐. 군납 비리, 성추행, 의문사 이런 거 쉽게 되겠어요?

우리나라가 산재율은 최전데 산재 사망률은 최고야. 노조 없으면 죽기 전까지는 신고도 못한다는......(202쪽)

이 책의 추천사에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의 글이 있다. 그 말 또한

내 강의를 듣는 것보다『송곳』을 보는 것이 더 많은 공부가 된다.

이 말이 의심스럽다면 프롤로그부터 보시라.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송곳』은 현재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이 총 3권 세트이다. 이번에 1권을 읽어보니 다음 권도 궁금해진다. 속이 답답해지면서도 알아야 할 현실이다. 다음 내용도 읽어보며 송곳 같은 인간에 대해 생각해보아야겠다. 무언가 애매하고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고, 나설 수도 나서지 않을 수도 없는 현실에서 송곳 같은 인간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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