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 -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너, 나, 우리의 16가지 고민
송가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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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읽어볼까 말까 살짝 고민했다. '20대, 우리는 이기적일까'라는 제목으로는 이 책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없다. 하지만 '인문학으로 풀어보는 너,나,우리의 16가지 고민'이라는 부제를 통해 이 책의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었기에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요즘 애들은 자기 스펙에만 관심 있잖아. 걔네는 이기적이야."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지만 20대는 결코 이기적이지 않다. 촘촘하고 빽빽하게 고민하고 치열하게 존재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20대에 이런 고민을 겪고 지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20대가 아니어도 충분히 이 책을 통해 고민하고 정리하며 생각의 끈을 채색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시작은 책상을 정리하다 발견한 종이 뭉치였다. 그것도 먼지가 수북이 쌓인 종이 뭉치. 그 뭉치가 "먼지가 쌓일 동안 청소도 안 하고 무얼 했느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여하튼 먼지 쌓인 채로 그것은 나에게 왔다. 발견한 김에 무언가 해서 살펴보는데, 예전에 썼던 글들이다. 나는 힘들거나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것 같은 고민이 있을 때 종이에 끄적이며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그렇게 모인 노트와 종이들이었다. (6쪽)

어느 순간, 나는 일기쓰는 것을 멈추었다. 여행을 가는 등 일상에서 벗어날 때 간혹 쓰긴 하지만, 일상에서 무언가를 끄적였을 때는 사는 것이 힘들고 고민 많을 때였다. 그랬기에 저자가 말한 대목에서 문득 동질감을 느꼈다. 한동안 내 고민을 받아주고 나를 일으켜세운 노트는 어디에 있는지, 먼지가 쌓여서 어느 구석에 조용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슬쩍 미소지어진다. 세월이 지난 후에 보면 낯 뜨거운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나?' 감탄할 때도 있다. 저자도 아주 힘들고 방황하던 시기는 살짝 건너가고 인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서 산고끝에 이 책이라는 결실을 얻었구나, 생각해본다.

 

이 책에는 총 16가지의 고민이 담겨있다. 현실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늦었다는 것은 과연 문제일까,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 가능성의 절대성, 연애의 진정성, 연애의 주체와 객체, 결혼과 그에 대한 환상, 부모의 실체, 나도 편하게 살고 싶다, 대학에서의 우리의 모습들, 우리의 이기심, 학력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어른이 된다는 것, 완벽함에 대하여, 자기 찾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이렇게 16가지 주제를 인문학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누구든 이런 고민을 은연 중에 하고 지나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고민조차 하지않고 일상에 지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든 이 책에서 정답을 찾는 것은 아니더라도 정답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시간은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20대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행복조차 다음 기회로 미루면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생각하며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꼭 해야할 고민을 하지 않게 되고, 문제를 인식하는 즉시 외면해버린다.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다가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를 강요당하고, 미래를 위해 더욱 채찍질하며 달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해야할 시점에 제대로 고민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들이 많다. 이 책에서 그런 문제들을 접하고 생각에 잠기게 된다. 신변잡기나 가벼운 농담으로 흘려버리는 시간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테지만, 맨정신으로 조용한 곳에서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이 책은 생각의 도구가 되어준다. 생각 많은 친구가 이야기를 할 때 듣고만 있어도 내 안의 고민이 정리될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또래 친구나 후배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접하는 느낌이 편안했던 책이다. 그렇기에 이 책 속의 글이 더욱 마음에 와닿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떠밀리듯 살아가는 너, 나, 우리를 위한 삶에 대한 16가지 고찰'을 함께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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