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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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의 느낌은 책을 선택하는 데에 큰 영향을 끼친다. 책을 펼쳐들었을 때 첫 문장이 주는 느낌으로 그 책을 계속 읽어나갈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첫 문장을 모아 한 군데에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출간을 보니 나의 막연한 생각이 실현된 것 같아 기대하게 되었다. 어떤 책의 첫 문장을 모아 '내가 사랑한 첫 문장'으로 담았을지 저자의 이야기에 따라가 보는 시간이다.
 
첫 시작 '세 줄 법칙'은 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적용됩니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입니다...(중략)...무엇이든 깊게 들어가 보면 제 나름의 매력을 다 갖고 있다지만, 한편으로 깊게 들어가려면 우선 첫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짧은 순간의 승부에 모든 걸 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5쪽)
어떤 글이든 첫 문장의 매력에 빠져야 계속 읽어나갈 힘이 생긴다. 그것은 독자는 물론, 작가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고민하는 문제일 것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얼마나 마음 졸이며 첫 문장을 만들어내야할지 작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이 책의 저자는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이라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헌책방 일을 하는 틈틈이 여러 곳에 글을 쓰고 강연도 다닌다. 지은 책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심야책방》《침대 밑의 책》《헌 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책이 좀 많습니다》가 있다.
 
이상의《날개》, 나쓰메 소세키의《나는 고양이로소이다》어니스트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장 지오노의《나무를 심은 사람》등을 이 책을 보며 다시 한 번 떠올린다. 읽었지만 첫 문장이 희미한 작품들의 첫 문장을 바라보며 저자의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첫 페이지의 세 줄 정도는 자세히 읽은 후에, 그 책을 계속 읽을지 그만둘지를 결정한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책을 읽는다. (36쪽)
특히 소설을 읽을 때에 그런 식의 결정을 하게 된다. 처음에 매력적으로 나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기대감이 떨어지고, 어느 순간까지 소설 속 이야기에 빠져들지 못하면 책을 읽다가 말게 된다. 그렇게 중단하면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민이다. 읽다보면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억지로 읽게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끝까지 읽었을 경우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가 공감되었다. '그렇다고 아무 소설이나 읽을 수 있나? 소설은 이야기가 있는 긴 글이기 때문에 중간에 읽다가 재미가 없다든지 하는 이유로 포기하면 기분이 찜찜하다. (37쪽)'
 
이 책을 통해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의 첫 문장과 저자의 글을 보면서 한 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책들이 많았다. 수많은 책의 바다에서 읽어보고 싶은 책을 건지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성과였다. 영화의 예고편을 보듯 궁금증을 유발시켜 책과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친구와 책에 관한 수다를 떨다가 '그책 한 번 읽어봐야겠네?'라며 책 제목과 저자를 적어놓는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또한 앞으로 책을 읽을 때에 첫 문장만 따로 모아놓고 나만의 '내가 사랑한 첫문장'을 엮어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수동적인 독서에서 좀더 적극적인 독서로 향하는 첫 걸음으로 이 책이 나에게 자극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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