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이 책『오베라는 남자』가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텔레비전에서도, 인터넷 서점에서도. 자꾸 접하다보니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표지를 보고 예전에 읽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흥미로운 제목, 탄탄한 스토리, 맛깔나는 문장이 모두 갖춰진 소설이었다. 두꺼운 소설책이어서 읽기까지 결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었을 뿐, 일단 손에 집어드니 지겨울 새 없이 읽게 된 책이다. 그 느낌 그대로 이 책 『오베라는 남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약간 두껍지만 일단 읽기 시작하면 오베라는 남자의 까칠한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 소설은 프레드릭 배크만의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이다. 30대 중반의 유명 블로거이자 칼럼니스트인데, 그의 블로그에서 이 소설이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렇게 이 소설이 탄생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출간 즉시 굉장한 인기를 모았고, 인구 9백만의 스웨덴에서 7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 『오베라는 남자』는 전 세계 30개국 이상 판권이 팔렸으며, 2015년 말 영화 개봉 예정이라고 하니, 영화로는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오베는 59세의 까칠한 남자다. 소설의 첫 장면은 오베가 컴퓨터를 사러가서 벌어지는 일이 담겨있다. 아이패드도 아닌, 랩톱도 아닌, 컴퓨터를 원한다고 고집부리는 오베의 모습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며 뒷골이 당긴다. 남의 말은 듣지 않고 까탈스러우며 답답한 사람이다. 이 책을 읽어나가며 오베라는 남자의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 쪼잔한 모습은 다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은근한 불에 달구어진 무쇠솥처럼 천천히 그의 매력에 빠져들고 만다. 이럴 줄 알았다. 이토록 까칠한 남자의 속내를 보면 까칠하지만은 않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30초마다 웃음이 터지는 시한폭탄 같은 소설'이라는 책소개를 보고, 사실 깔깔거리며 웃고 싶은 생각으로 읽게 된 소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른 감상을 느끼게 한 소설이다. 재미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고, 사람을 좀더 이해하게 되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무섭거나 까칠한 성격으로 접근하기 힘든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상처를 받지 않고 싶어서 경계하는 속내를 볼 수 있다. 그들은 오히려 마음이 여리고 상처입은 영혼일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까칠한 쪼잔함에 뒷목을 잡고 피식피식 웃다가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고 갑자기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었다.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심리적인 근원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 가슴이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 소냐에 대한 그의 마음은 다음 세 문장으로 충분했다.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57쪽)'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난 후 자살하려는 그의 다양한 시도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자살도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온통 그를 방해하는 무리들 투성이다. 천장에 고리를 달고 밧줄에 목을 매려고 했는데 이웃집에 이사온 가족들이 성가시게 방해한다. 갖은 방해에도 일처리를 다 해주고 기껏 밧줄에 목을 맸는데 밧줄은 가운데가 뚝 끊어져 두 개의 가닥이 되어 있었다. 첫 시도가 실패여서인지 그의 자살시도는 자꾸 틀어지고 만다. 게다가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오베인데, 어쩌다가 고양이와 엮여서 방해받기도 하고, 기차에 치여서 죽는 것을 시도해보았으나 누군가를 구해 영웅이 되기도 했다. 그는 죽는 것을 자꾸만 방해받는다. 그렇게 그의 자살은 자꾸 미뤄진다. 그는 자살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자살하기에는 내일도 오늘 못잖게 괜찮은 날이다.(177쪽)라고 생각하며.

 

오베가 자살에 성공할지, 그에게 어떤 과거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하며 읽다보면 금세 마지막 장까지 흘러가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무뚝뚝한 면이 오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며 읽다보면 어느새 오베라는 남자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재미는 기대보다 약했지만 감동은 기대보다 높아서 만족도를 채웠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표지의 오베라는 남자 그림을 다시 보니, 처음의 느낌과는 다르게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