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내가 있다 - 세상에 내 편인 오직 한 사람, 마녀 아내에게 바치는 시인 남편의 미련한 고백
전윤호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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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아내는 어떤 존재일까. 시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시 속에 남몰래 사랑을 넣어 자기들만의 암호로 표시하기도 할 것이고, 일상 속에서 투덜거림을 예술로 승화시켜 표현하기도 할 것이다. 막연히 그들의 삶을 짐작할 뿐 속속들이 들어본 적은 없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투닥투닥 소소한 일상을 보며 그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과 사랑이 적절히 버무려져 맛깔나는 인생을 만들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거기에는 신맛, 쓴맛, 단맛, 짠맛 모두 들어있다. 그런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이 책은 시인 전윤호의 에세이다. 시와 함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요즘은 이렇게 시와 에세이를 병행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한 권의 책에서 시와 에세이를 함께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집으로는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순수의 시대』『연애소설』『늦은 인사』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시 중 아내에 대해 쓴 시들을 모아, 각 작품마다 저자의 애잔하고 애틋한 마음을 소소하게 덧붙인 아내에게 전하는 고백헌사이다. (책날개 中)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 제목이 다소 위험하다. 편집을 맡았던 친구가 굳이 그 제목으로 가자고 해서 하는 수 없이 동의했다는데, 역시나 책이 나오고 나서 후회를 많이 할 법하다. 일단 시집을 받은 장모님의 눈매가 심상치 않았고, 사람들은 무슨 제목이 그러냐고 놀려댔다고 한다. 시적 현실과 현실을 혼동해선 안 된다고 아내에게 신신당부했지만 속이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후회가 있어서였을까. 이번 책은 제목에서 아내의 미소가 느껴진다. 믿음과 사랑을 오롯이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느껴진다. 저자는 아내가 이 책을 결혼 이십 주년 기념으로 세계일주 크루즈 여행 선물을 받는 것보다 값진 것으로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책을 읽어보니 시인 남편이 이런 선물을 준다면 그동안 서운하고 아쉬웠던 마음이 눈녹듯 녹아내렸을 것 같다. 이 책에서 그들의 인생을 본다. 지금까지 아이를 키워가며 살아온 그들의 역사가 눈앞에 펼쳐지듯 그려진다. 농담도 진담도 삶의 소리로 다가온다. 심하게 아프고 나서 아내가 곁에서 금강경을 쓰는 모습을 담은 「금강경 읽는 밤」은 시인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뇌리에 남는다.

 

시와 에세이를 통해 읽게 되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일'이다. 우리의 삶은 예술이고 수행이다. 요중선이라고 했다. 고요한 암자에서 수행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시끄러운 시장바닥에서 선을 행하는 것은 최고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참선에 이르는 것이고, 삶을 살아냄으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삶에서 수행자의 모습을 본다. 또한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여과없는 순수함을 본다. 담백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함이 행복이다. 이 책에는 알리고 싶지 않은 일상일 수도 있는 부분까지 담아냈다.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믿음이 밑바탕이 되어 있기에 가능하리라 본다. 이 책 속에 담긴 그들의 일상은 사랑의 다양한 모습이었다. 제목보다 내용이 마음에 들고, 내용을 보니 그들의 일상이 궁금해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다른 탈을 쓴 비슷한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 속의 시를 다시 한 번 음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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