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먼저 『말공부』를 통해 조윤제 작가의 글을 만나보았다. 인문고전 원서를 차근차근 읽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빨리빨리 다양한 책을 섭렵하고 싶어하는 나의 생활패턴과 맞지 않아서 자꾸 뒤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렇기에 누군가 인문고전에서 쏙쏙 뽑아낸 말과 해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보며 말공부를 할 필요가 있었다. 『말공부』를 읽으며 옛사람들이 이야기한 지혜의 정수를 알차게 흡입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고전 자체를 직접 접한다면 부담스럽고 난해한 느낌을 갖기 쉬웠겠지만, 여러 곳에서 발췌한 글을 한 권의 책에 모아 담았기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또한 마찬가지의 이유로 읽어보게 되었고, 전작처럼 나에게 고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다. 글 자체가 어렵지 않고 가독성이 좋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어 변함없이 가치 있는 옛사람들의 지혜이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접하며 그 지혜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들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인문고전 재해석 책은 일단 고전을 들춰보기라도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관심을 가지고 좀더 깊이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이 책은 고전의 세계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백과전서,철학서,역사서,병법서를 비롯한 50여 권의 고전에서 뽑은 다양한 명문장을 통해 옛사람들이 남긴 지식과 깨달음을 공부할 수 있다. 옛글 읽는 재미를 알고 싶거나 문제 해결의 방법을 찾거나, 고전 속에서는 매번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고전을 읽는다면 그 고전이 삶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지나치게 철학적인 내용을 내 사고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면 열심히 읽어봤자 정말 '옛사람의 찌꺼기'가 될 수 있다는 점. 현재의 상황에서 살아 숨쉬는 지혜를 제공하고, 통찰력을 키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독서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며 고전에서 문자만 볼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에 적용해서 깊이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지혜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뉜다. 1장 '나를 바로 세운다' 2장 '세상의 변화를 읽는다' 3장 '사람을 경영한다' 4장 '일하는 원리를 안다' 5장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이렇게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누어 그 주제에 따른 다양한 고전을 섭렵하고 있다. 나를 바로 세우고 세상의 변화를 읽으며, 사람을 경영하고 일하는 원리를 알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것! 이 모두가 현대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인 것이다. 이러한 주제로 다양한 고전을 끌어들여 논리적 뒷받침을 탄탄하게 해주었다.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는 고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고, 그 이야기가 우리의 현재에도 맞는 것이니 더욱 집중해서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율곡 이이 선생은 《격몽요결》에서 인생을 망치는 6개의 나쁜 습관을 이야기했다.

첫째, 놀 생각만 하는 습관

둘째, 하루를 허비하는 습관

셋째,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습관

넷째, 풍류를 즐긴다며 인생을 허비하는 습관

다섯 째, 돈만 가지고 경쟁하는 습관

여섯 째, 남 잘되는 것을 부러워하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습관 (24쪽)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인생을 망치는 6개의 나쁜 습관이 이다지도 비슷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세상은 변하는 듯 기본적인 흐름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온고이지신에 대한 정조의 대화도 인상적이다. 온고이지신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정조가 "온고이지신이란 무슨 말인가?" 하니, 신하 이유경은 "옛글을 익혀 새 글을 아는 것을 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조가 다시 말했다. "그렇지 않다. 초학자는 이렇게 보는 수가 많은데, 대개 옛글을 익히면 그 가운데서 새로운 의미를 알게 되어 자기가 몰랐던 새로운 것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을 말한다." 정조가 시독관 이재학과 선전관 이유경과 경연을 하다가 나눈 대화다.  (74쪽)

 

어린 시절부터 성공 지상주의의 교육을 받아왔기에 오늘날 품격 없는 세상이 되었는데, 품격을 회복하기 위해서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간의 교양을 고양하는 다양한 영역을 가르치는 인문학을 통해 품격이 길러지는데, 다산 정약용은 바람직한 공부의 순서로 철학, 역사를 읽고 그 다음에 실용을 공부하라고 권했다. "공부를 그저 출세의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공부도 잃고 나도 잃는다"는 경계가 오늘날의 현실에 절실하게 와닿는다. 품격 회복을 위한 두 번째 노력은 역지사지의 상상력을 기르는 일. 고전을 읽으면 내 입장보다 먼저 상대방을 생각하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되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세 번째 노력으로 나 자신을 성찰해 바로 세워야 한다. (136~137쪽)

 

이 책을 읽으며 좀더 깊이 알고 싶은 문장은 고전을 찾아보는 방법으로 독서의 줄기를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자 그대로의 지식이 아니라 내 안에서 숙성되고 성찰하게 되어 오롯이 나 자신의 지혜가 되는 것일테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점을 염두에 두어야할지는 《장자》'천도'편에 실려 있는 이야기를 보며 생각해볼 문제이다.

《장자》'천도'편에 실려 있는 이야기다. 제나라의 환공이 책을 읽고 있을 때 그 앞 정원에서 바퀴를 만들던 목수 윤편이 이렇게 말을 걸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혹시 읽고 계신 책이 무엇입니까?"

"성인의 말씀이다."

"성인이 아직 살아계십니까?"
"이미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왕께서 읽는 책은 옛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합니다."

환공이 노하여 말했다.

"내가 책을 읽는데 감히 목수 따위가 나를 희롱하는가. 만약 합당한 이유를 대지 못하면 너는 죽은 목숨이다."

윤편이 대답했다.

"저는 저의 일로 미루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지나치게 깎으면 축이 헐거워지고 덜 깎으면 축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정확한 정도는 손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껴야지 말로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신은 제 자식에게도 말이나 글로 그것을 깨우쳐줄 수 없고 제 아들도 배울 수 없습니다. 이미 죽어버린 옛 선인들이 쓴 글도 자신이 깨달은 핵심을 글로는 전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옛 사람의 찌꺼기입니다." (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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