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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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흉흉하고 별별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만 범죄와의 전쟁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는 범죄의 역사다.'라고 이 책을 시작한다. 역사의 많은 굴곡들이 범죄와 함께 해 왔으며, 인류는 전쟁 없이 살아온 적이 없다고 한다. 모든 전쟁은 범죄의 결과일 뿐이라고 단호히 말하는 저자의 발언에 궁금한 마음이 더한다. 종교도 범죄와 무관하지 않고, 개별적 범죄 사건들도 역사의 방향을 틀었다. 질병과 천재지변으로 인한 고통 못지 않은 범죄로 인한 고통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저자는 정치로, 경제로, 문화로, 기술로, 과학으로 역사를 읽어왔지만 막상 범죄로 역사를 바라보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거의 없었음을 깨달으며, '범죄'라는 열쇠에서 인류의 고통과 불행의 문을 열고자 시도했다.

 

이 책은 『신동아』에 1년 넘게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해온 것을 모은 것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고자 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범죄'라는 메시지였다. 범죄가 역사와 문명의 변화에 결정적인 원인을 작용했다는 점을 알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총 4부에 걸쳐 범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살인 사건으로 시작된다. 기원전 1850년경 수메르에서 살인 사건 한 건이 발생한다. '아내의 침묵 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재판 과정이 기록으로 남은 최초의 살인 범죄다. 남편이 살해당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아내를 어떻게 해야했을까? 고대판 국민 참여 재판인 민회 재판이 신전에서 열렸다. 살인 사건에 가담한 세 남자에게는 사형 판결이 내려졌지만, 아내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이 책에서는 다양한 범죄를 다루고 있다.

 

예수와 소크라테스, 전쟁범죄, 인신공양, 분서갱유, 마녀사냥 등을 다루고 십자군 전쟁,아편전쟁 등의 국가범죄도 볼 수 있다. 범죄형 얼굴이 따로 있다는 연구인 골상학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를 배가시킨다. 범죄의 유전성 논쟁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뜨겁게 진행되었고, 범죄의 원인을 진화론 관점에서 풀어보려는 시도도 생겨났다. 생김새나 두개골 구조의 차이를 진화의 차이로 설명한 롬브로소의 주장도 흥미롭다. 케네디 암살과 음모론, 프랑스 6.8혁명과 영국 노조 파업, 9.11테러와 오클라호마,보스턴 폭탄테러까지 범죄의 역사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을 보니 역사를 범죄의 관점에서 훑어보는 것이 의미가 있다.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명예살인과 부르카 금지법,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 사이버 해킹을 바라보며 인류의 전반적인 범죄 양상을 살펴보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인 『크라임 이펙트』는 그다지 임팩트가 있지 않아서 책을 읽는 데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부제의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덕분에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신동아에 연재한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제목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어쨌든 이 책은 제목보다 내용이 마음에 들고, 범죄를 바탕으로 세계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해주어서 읽어볼만한 책이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범죄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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