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 - 천부적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영어의 역사
필립 구든 지음, 서정아 옮김 / 허니와이즈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단어를 외우고 토익 시험을 보는 등의 방식으로 영어를 접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영어를 수단으로만 대한 것일 뿐이었다고. 진심으로 영어의 지난 모습을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영어에 관심이 많았다면 기본적으로 이런 부분까지 궁금해했을텐데, 그러지 못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지금이라고 없던 호기심이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세계사를 품은 영어 이야기'라는 제목에 궁금한 생각이 들었고, 지식이 풍부해질 것 같은 기대감이 생겼다. '세계사'와 '영어'를 연결지으며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 생각보다 괜찮다. 첫인상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기대 이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책외모에 내용도 부담없다. 이 책의 저자는 필립 구든, 소설과 비소설을 아우르는 작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친절하고 유창한 설명에 집중하다보면, 저절로 유식해지는 기분이 든다. 싫어하는 단어인 '세계사'와 '영어'가 책제목에 있음에도, 막상 책장을 열어보니 감기던 눈이 뜨이는 기분이다. '아, 그렇구나!' 알아가게 되고, '아, 이런 면이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새로 알게 되는 것이 많다.

 

이 책은 초기 영어, 중세 영어, 영어의 발달, 근대 영어, 영어의 세계화, 현대 세계의 영어, 영어의 문제 등 총 7장으로 나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영어의 모습을 보게 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의 굵직굵직한 단면을 짚어보게 된다. 유럽 변방의 섬나라에서 쓰던 언어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언어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이 책의 옮긴이는 말한다.

 

엘리자베스 시대의 지하 세계 사람들은 어떤 은어를 썼으며 현대 영어의 은어나 속어는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제임스 왕이 지시한 영어 성서는 어떠한 과정을 통해 번역되었는가?

인도의 힌디어, 미국 원주민의 언어, 호주 원주민의 언어, 유대인이 쓰는 이디시어에서 온 단어로는 무엇이 있을까?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서 영어가 제1 언어로 사용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라. 생각보다 다양하고 구체적인 대답이 실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전체적인 질감이 좋아서 사진과 도표 등의 자료도 눈에 띄게 정리되어 있다. 그런 장점으로 더 집중해서 시선고정을 할 수 있다. 화폐에 남은 라틴어의 흔적, 런던의 거리 이름, 셰익스피어와 사투리, 이민자들의 음식에서 유래한 단어 등 중간중간에 나오는 읽을 거리도 풍부해서 시선을 고정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몰랐던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뿌듯하다.

 

과거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영어 이야기에 시선을 집중하며 읽게 된다. 지금보다 먼 과거의 시간도 이번 기회에 짚어보며 읽어보게 되었는데,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보게 되는 '영어의 미래'가 시선을 끌었다. 아무래도 지금 현재의 여러 나라 모습이기에 그런 면이 있을 것이다. 말로만 듣던 싱글리시, 칭글리시, 팽글리시 등의 변종 영어의 역사적인 이유를 살펴보는 것이 흥미롭다. 싱글리시는 싱가포르식 영어를 가리키며, 영어, 말레이어, 중국의 푸젠어 단어를 섞어 쓰는 말이다. 칭글리시는 중국에서 사용하는 영어인데, 지금 이 순간 3억 5,000만 명이나 되는 중국인이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하니, 이는 미국의 총 인구수를 뛰어넘는 숫자다. 요즘에는 영어가 제3국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을 하는 국제어로 사용되는 일이 더 많은 것이니, 이러한 현상을 하나하나 짚어주니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구체적인 예로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 흥미로웠다.

 

과거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영어의 모습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 영어의 현재와 미래, 영어의 문제까지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다. 이 책의 띠지에 보면 최고의 석학 이어령 추천사가 있다. "영어의 시대를 살면서 누구든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점에 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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