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스러운 고백 박완서 산문집 1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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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박완서 님의 산문을 처음 접한 것은 『세상에 예쁜 것』이라는 책에서였다. 읽으면서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 글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었다. 대충 읽고 넘기려고 했는데, 글자 하나하나가 아까워서 천천히 아껴가며 읽게 되는 책이었다. 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펼쳐들었는데 흥미진진한 느낌에 설레게 되었고, 그 기억은 나에게 강하게 남아있었다.

 

이번에 『쑥스러운 고백』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1977년 출간된 박완서 작가의 첫 산문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를 재편집한 책이라고 한다. 그 전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다. 글만 보아서는 1977년에 출간된 책을 재편집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시대 감각을 느끼지 못하겠다. 또한 세대차이를 전혀 느낄 수 없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가득하다. 글을 보면 박완서 작가의 생생하고 통통 튀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돌아가신 분이라고 생각되지 않고, 그저 조금 윗세대의 열린 감각의 소유자인 작가라는 생각만 들 뿐이다.

 

이 책은 아예 소리내어 읽게 되었다. 글자 하나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 때문이기도 했고, 소리를 내어 읽으면 눈으로만 읽을 때와는 다르게 시청각을 이용하여 마음에 꾹 도장을 찍어두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 덕분에 아침에 습관 하나가 생겼다. 커피 한 잔을 타놓고 수필 한 편 또는 두 편 정도 소리 내어 읽게 된다. 읽다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책은 많지만 곱씹으며 음미하면서 읽을만한 책은 손에 꼽을만했던 것을 상기하게 된다. 수많은 책 속에서 방황했던 것은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한 여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들뜨는 마음으로 삶의 활력이 된다. 

 

글을 쓰기 위해 거창한 소재가 있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일상 속의 사소한 소재, 소소한 느낌으로 글을 이끌어가는 힘을 박완서의 산문에서 엿보게 된다. 같은 장면을 보아도 이렇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일반인과 다른 감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메말라있는 감성에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작가가 짚어주었을때, 비로소 감탄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나자신의 변화를 이끌어주고, 주변을 깊이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무언가 행동을 변화시킬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 진정 책의 작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아침은 달라졌다. 대충 눈으로만 읽으려던 책을 꼼꼼이 눌러읽게 되었고, 그냥 눈으로만 읽으려던 책을 소리내어 마음에 담게 된다. 그렇게 책읽는 아침 시간은 나를 생생하게 만든다. 생동감 있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그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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