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 문학에서 찾은 사랑해야 하는 이유 아우름 2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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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세대가 묻다

"왜 문학 작품을 읽어야 하나요?"

 

장영희가 답하다

"문학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 주니까요."

 

영문학자이자 에세이스트였던 장영희. 병상에서 쓴 마지막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은 병상에서 쓴 글이지만 생각처럼 무겁지도, 힘들지도 않은데다가 생각할 거리를 툭툭 던져주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었다. 이웃집 언니같은, 아는 선배같은, 편안한 말투와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당하게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당찬 모습이 한동안 마음에 남았다. 그녀의 글을 다시 보게 된 것은 『다시,봄』을 통해서였다. 한 일간지에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이라는 제목으로 1년간 연재되었던 120편의 칼럼 중 계절에 관한 시 29편을 담아 책으로 엮은 것이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분이지만, 그녀의 글은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이 책은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2권이다. 아우름 시리즈를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이렇게 책으로 만나니 어느덧 5주기가 지나버린 세월이 무상해진다. 이 책을 보며 문학 속에 깃든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뭐니 뭐니 해도 제가 이제껏 본 사랑에 관한 말 중 압권은 《논어》12권 10장에 나오는 '애지욕기생 愛之欲其生',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말입니다.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 실린 <사랑과 생명> 중 일부를 발췌해 수록한 여는 글 中

그 말을 곱씹어보며 본문의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이 책은 총 2장으로 구성된다. 1장 '사랑하고 잃는 것이 차라리 나으리'에서는 작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2장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는가'에서는 작품을 통해 이 세상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먼저 1장에서는 작가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편지를 썼는지, 요즘처럼 손편지가 희귀해진 시절에는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봐도 내용이 좀 유치할 정도로 상투적이고 단순해서 복잡하고 난해한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가들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 편지들이라고 이야기하며 그건 아마 사랑 자체가 아주 순수하고 단순한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누구든 사랑을 할 때에는 순수하고 진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의 사랑은 그 이야기가 뒷받침되니 그 시가 더욱 마음에 와닿는다. 시만 보았을 때에는 그냥 사랑에 관한 시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어떤 상황에서 쓴 시인지 알게 되니 더욱 마음에 쏙 와닿는 언어가 된다.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작가의 문학작품을 볼 수 있다. '언제 한 번 읽어야지' 생각만 하면서 뒤로 미루고 있는 문학작품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펼쳐져서 또다시 그런 생각을 하며 읽어나가게 되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스콧 피츠제럴드, 제임스 매튜 배리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다. 마지막에는 장영희 교수의 사랑에 관한 에세이 두 편으로 마무리된다.

 

인문교양 시리즈의 책이 얼마나 눈에 쏙쏙 들어오고 마음에 거름이 되는지 잘 알게 되는 책이다. 부담없이 얇은 분량이지만, 알차게 담긴 한 권의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먹먹해진다. 자꾸 손을 뻗어 사랑의 시를 곱씹어본다. 곁에 두고 지내다가 감정이 너무 메말라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면 살짝 꺼내들고 싶은 책이다. 그러면 사랑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와 글 속에서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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