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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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상이 어느덧 4회를 맞이했다. 매 해 한 편의 소설에 빠져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1회 수상작부터 당연하다시피 읽어보았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해서도 궁금한 마음과 기대 심리가 작용하여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나려고 의도하지 않아도 결국에는 만나게 되는 인연처럼, 이 책도 마찬가지로 읽을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잡게 되었다. 작년에는 혼불문학상 3회 수상작 『홍도』를 읽으며 소설 속 이야기에 묘하게 빠져드는 경험을 했다. 읽어갈수록 믿고 싶어지고, 또 믿게 되는 소설. 영원을 꿈꾸는 사랑의 마음을 믿어보기로 한 시간이었다. 올해는 혼불문학상 4회 수상작 『비밀정원』을 읽으며 소설 속 이야기에 서서히 빠져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뭐든지 빨리빨리 활활 타오르고 금세 잊히는 요즘 시대에는 자극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지 않으면 관심을 받기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만이 요즘 세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그와 반대의 분위기를 열망하는 마음이 있다. 이 소설은 그 마음을 건드려주는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하게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젖어들어 이끌어가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어느덧 살짝 담갔던 발을 빼려고 보니 깊이 빠져들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읽다가 어느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무엇인지 모를 묘한 감각으로 마비된다. 가슴 속이 뻥 뚫려버린 느낌이 드는 것,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설 속 문장이다. 입에 맴돌며 곱씹어보고 싶은 깔끔한 언어,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런 언어를 끄집어 내어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찬찬히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나의 언어는 무미건조하고 메말랐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어가 세상을 보여주는 것인가? 마음에 드는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혼불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이 아니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잡고 있을 끈기가 나에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점이다. 초반에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끝까지 붙들고 읽어나갈 힘이 나에게 없기도 하고, 워낙 빠르고 바쁜 일상에서 쉼표를 찍는 듯한 작품을 만나기 힘든 면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처음에 조금만 읽다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책 속으로 빠져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빠져들면, 이 책의 여운은 꽤나 오래 간다. 11월, 이 계절에 읽어보기를 권하게 되는 책이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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