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한참 감수성이 풍부할 때, 손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었다. 지금은 우편함을 보아도 당연스레 고지서나 책자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뜻밖의 반가움, 기다림의 두근거림을 주는 것이 편지였다. 편지를 쓰는 것이 즐거웠다. 편지지를 고르고, 직접 손으로 한 자 한 자 적어나가며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날 그날의 감정을 쏟아붓기도 했다. 어쩌면 일기 이외에 나의 생각을 담은 통로였을 것이다. 지금에와서 아쉬운 것은 그 편지들을 내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 흔적없이 사라져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크다.

 

한 사람을 알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그 사람이 적은 글을 보는 것이다. 일기라든지 편지 혹은 엽서의 글은 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기는 흔적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는 통로다. 이 책 『존 레논 레터스』를 읽으며, 음악으로만 접했던 존 레논을 다른 경로를 통해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존 레논은 기쁘거나 짜증나거나 증오심이 치밀거나, 유쾌하거나 화가 나는 그 모든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글로 남겼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음악뿐 아니라 글로도 남긴 것이다. 존은 영감이 떠오르거나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자연스럽게 펜과 종이를 꺼내들었다. (시작하며_9쪽)

이 책의 특징은 존 레논이 보낸 편지를 모아 엮은 것이다. 단순히 그의 삶을 나열한 것보다 편지글을 주제로 하여 그의 일생을 묶어나간 것이 이색적이다.

 

 

이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에 칼라판으로 가득 편지를 담았다. 사진이 흑백인 것에 비하면 편지글이 주인공이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존 레논에 대해 굵직한 사건 정도만 알던 나에게 존 레논의 삶을 정리해주고, 그에 맞게 편지글을 구성하여 읽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존 레논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서는 어린 시절의 존부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가 주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살아갔는지, 그들과 편지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이 책을 통해 상세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때로는 낙서처럼, 때로는 그림을 첨부하여, 그의 진심어린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단순히 편지만을 모아놓은 것이라면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을텐데, 이렇게 전후상황의 진술과 함께 엮어놓으니 평전의 새로운 구성인 듯 흥미로운 마음이 배가된다. 이 책에는 존레논이 세탁소 주인에게 보낸 쪽지라든지, 수퍼마켓에서 구입해야 할 목록을 적은 것 등 사소한 일상에서 필요한 소소한 메모까지 담겨있어서 그의 일상을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 인도에서 지냈다는 사실만 알았는데, 리시케시에서 마하리시라는 구루를 만나 얼만큼 수행을 하고 어떤 일로 되돌아오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존 레논을 세세히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존 레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부터 그의 열성팬까지! 이 책을 읽는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편지를 골라 읽게 될 것이다. 이미 적잖은 수의 존 레논 평전이 출간되었지만, 이렇게 특별한 책은 만나지 못했다. 보통 정성어린 책이 아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며 한 번 더 이 책의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존 레논이 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보낸 엽서와 편지들을 긴 세월에 걸쳐 찾아 모으고 복원한 뒤 비틀즈 공식 전기 작가인 저자의 해석을 곁들여 엮어낸 것이다. 존 레논의 편지글을 보며 존 레논이라는 사람의 일생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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