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남재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거짓말을 하며 산다. 거짓말을 하나도 안한다는 것은 정말 '거짓말'이다. 거짓말이 들통나도 서로 기분이 좋지 않고, 솔직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되는 경우도 많으니, 사람들 사이에서 사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인상은 그 정도였다. 제목 그대로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 그 거짓말에 대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 정도의 적당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책 제목을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로 붙인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1% 지배 체제가 설정한 유혹의 메시지를 '말의 거짓말'로, 유혹된 개인들의 위선과 기만을 '사람의 거짓말'로 명명해봤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말의 거짓말'과 '사람의 거짓말'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 기만과 위선의 가면을 벗고 남루한 민낯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것이 반유혹의 삶을 실천하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말_8~9쪽)

 

저자가 이야기하고자하는 핵심적인 주제가 무엇인지 알겠다. 시작부터 무언가 답답하게 하고, 마음을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하는 현실이 느껴지는 책이다. 문제는 문제삼을 때 문제가 된다고 했던가? 첫 장부터 삶의 모든 것을 다시 직시해보는 시간이 된다. 절대 유쾌하지 않지만 짚어보고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특히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채 남들의 욕망을 나의 욕망이라 착각하며 무작정 달려가던 나에게 꼭 필요한 독서였다.

세계 인구의 1%가 부의 80%를 소유한다.

1%의 부자가 99%를 지배하려면, 99%가 1%를 욕망하도록 하되, 그 욕망을 좌절시켜야 한다.

간극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메워야 한다.

삶의 성취는 물질의 소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확신과 노력하면 된다는 환상 속에서 99%를 묶어두어야 한다. (5~6쪽)

 

이 책은 '자본가도 아니면서 자본가의 눈을 가진 외눈박이들을 위한 비평적 에세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야깃속에서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이 된다. 세상이 하도 어수선해서 오히려 현실에 눈감고 귀닫으며 살아가던 나에게는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이야기에 생각해보는 기회를 얻게 되어 의미 있는 독서의 시간이 되었다.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그 안에서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것이 전체적으로 꼼꼼하게 읽어나가게 하는 힘이 된다. 마음에 담게 되는 글이 많은 것이 이 책을 읽는 장점이었다.

우리 대부분은 미래의 안정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안정의 고지를 구축하는 데 매진하는 삶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안정의 고지는 다가가면 멀어지는 신기루이며, 부재의 대상은 욕망할수록 불안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41쪽)

 

꾸준히 팔리고 있는 두 종류의 책, 돈버는 책과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책에 대한 이야기도 두 종류의 책 모두를 읽으며 널뛰기하듯 왔다갔다 우왕좌왕 하는 내 마음을 직시하며, 무엇이 행복으로 가는 길인가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다.

"그대 행복만을 향해 달려가라. 하지만 너무 많이 달리지는 마라.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하니까. 행복은 그대들 뒤에서 달려간다."_베르톨트 브레히트

 

이 책을 읽다보면 '맞아, 이 생각에 동의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이건 아닌 것 같아.'라는 부분도 있었다. 저자의 모든 글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해도 상관없다. 적어도 같은 주제의 다른 생각을 이끌어내보는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 나는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 마음을 읽어볼 시간이 되니, 그 또한 의미가 있다.

 

각각의 글은 언제 쓰인 글인지 글의 끝부분에 표시를 해두었다. 그때그때의 사회적 흐름을 좇다 보니 책 전체의 주제가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고 지은이의 말에 밝힌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말이 없었다면 산만하다는 느낌이 다른 감상보다 가장 우선시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어떤 주제로 엮어볼 수 있을지, 큰 틀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으니 현실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을 열어본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