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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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는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故 정채봉 작가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대한민국 아동 문학계를 이끌어 나갈 동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하여 제정된 상이다. 제3회 수상작은 2012년 6월 1일부터 2013년 5월 31일까지 발표된 단편 동화와 개인 응모작 가운데 예심과 1차 심사, 최종 심사를 거쳐 선정되었다. 이외에 동화 작가 양인자가 그려낸 세 편의 동화를 더해 총 네 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다.

 

「껌 좀 떼지 뭐」제목을 보면 포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투덜대며 궁시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교장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껌을 씹다 걸린 미나는 열흘째 아침마다 교장실에 간다. 교장 선생님의 논리는 이렇다. 학교가 지저분한 이유는 아이들이 씹던 껌을 아무 데나 버리기 때문이고, 그래서 껌을 씹은 사람이 청소를 해야 한다는 거다. 청소를 하지 않으려면 학교 안에서 껌이나 사탕, 과자 같은 걸 먹고 있는 사람 두 명만 잡아오란다. 그 전까지는 매일 아침 일찍 나와서 봉사활동을 해야한다. 미나는 교장 선생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 두 명을 잡으려는 대신 '껌 좀 떼지 뭐'라는 생각이었나보다.

 

교장 선생님과 주인공 미나. 두 캐릭터가 잔잔히 부딪치고 비껴가다가 나중엔 결코 싱겁지 않은 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것은 폭발이 아니고 개화와 같은 충격을 준다.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막무가내 규칙을 정해놓고 자신의 기준만 강요하는 어른을 보며, 오히려 아이의 마음이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런 느낌은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에서도 이어진다. 소란스럽다고 조용히 하라며 끊임없이 잔소리를 하는 선생님에 대항해 아이들은 결국 단합하여 방법을 모색한다.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해야하고, 떨어져도 소리 안 나는 필통으로 가지고 다니라니. 선생님은 책장 넘기는 소리도 소음이라며, 소리내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방법까지 알려주신다. 게다가 토론은 시끄러우니까 그냥 넘어간다니.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 아이들의 조용한 반란이 시작된다.

 

「북치는 아이」에서는 시골소년 승학이의 순수한 동심을 볼 수 있다. 농촌으로 풍물 전수를 받으러 온 승현은 승학에게 이야기한다.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이 꽃을 보면 꼭 나를 닮은 것 같아." 달밤에 하얀 개망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그림과 함께 보니, 서정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승현이 누나는 승학이의 마음을 알까?

 

「천왕봉」에는 현석이와 휘빈이 선생님과 함께 천왕봉에 오르고 있다. 조금씩 밝혀지는 그날의 사건. 교재 연구실은 체육 시간이면 공을 가지러 갔던 그곳인데, 캐비닛 문이 열려 있었다. 그곳에는 봐서는 안 될 것이 있었는데......바로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였다. 다음 날이 시험이니 얼마나 마음이 흔들렸을까? 그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은 웬만한 어른보다 어른스럽다. 이런 마음을 간직하고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불의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저항할 줄 알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양심이 있고, 아이들만의 기준으로 대처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독자는 성숙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깨닫게 된다. 느낌이 있는 동화, 깨달음을 주는 네 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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