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사회 - 소비자 3.0 시대의 행동 지침서
마크 엘우드 지음, 원종민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주변을 둘러보면 꼭 필요한 물건과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들로 가득차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소비는 늘 지속된다. 마트나 쇼핑몰에 가보면 물건들 천지다. 할인 정보와 쿠폰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끄는 제품들은 늘상 있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이렇게 저렴하게 구입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새 장바구니에 하나 담게 된다. 홈쇼핑 방송을 보면 또 어떤가? 증정상품과 할인쿠폰을 가득 제시하며, 이 제품을 구입하는 데에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라고 어필한다. 마트에 가서 우연히 1+1 행사 제품을 보게 되면, 원래 계획했던 다른 제품을 뒤로 하고 충동적으로 구입하게 된다. 쿠폰함에 꽂혀있는 쿠폰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아끼고 소비하고자 노력해본다. 하지만 이런 심리가 그냥 그렇게 믿도록 하는 트릭이라면? 이 책을 보며 실상을 알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할인사회』는 재미있으면서도 충분한 연구를 토대로 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마크 엘우드, 전문 저널리스트다. 당연히 배경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이 책 속에는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모습도 있고, 앞으로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리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도 있다. 단순히 이성적으로 소비한다고 생각하고 그 이상의 현실 흐름은 알지 못했던 나에게 이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속의 화학 작용은 흥정 호르몬을 만들어낸다. 바로 '바이아그라(buy-agra, 남성을 위한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의 풍자)'다. 이러한 이유가 아니면 왜 그토록 추운 추수감사절 밤 10시에 실외에서 서성거리겠는가? (22쪽)

세일 호르몬으로 가득차서 할인 상품으로 뛰어들어 '할인 열기'를 맛보는 사람, 이 '바이아그라'는 기대 이상의 가격을 볼 때 작용하여 중독되어 버리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했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다양한 상술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이전 소비의 장면이 떠오른다.

가장 싼 가격의 상품이 제일 좋은 흥정은 아니라는 발상을 나는 '골디락스 프라이싱'이라고 부른다. (40쪽)

비슷한 두 상품이 있을 때 고객은 의심할 여지없이 싼 제품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세 제품이 있다면 중간가격의 제품을 선택할 것이다. (41쪽)

텔레비전을 30퍼센트 할인판매 한다. 32인치는 499달러에, 40인치는 699달러에, 46인치는 899달러에!

직원들이 고객에게 말하지 않는 것은 재고량. 32인치 텔레비전은 소량만 판매할 것이고, 46인치 텔레비전은 팔아야 한두 대 정도 판매할 것이다. 이렇게 가장 싸고 가장 비싼 두 제품은 고객들을 가격상, 그리고 품질상으로 자신들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40인치 텔레비전을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41쪽)

커다란 냉장고가 부담스러워 작은 제품으로 사려고 여러 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그때마다 직원은 가장 큰 제품도 아니고, 작은 제품도 아닌, 많이 팔리는 듯한 제품을 권유했다. 냉동실 있는 가장 작은 모델을 사고 싶다고 해도, 나중에 후회하실 거라면서 더 큰 제품을 사도록 유도했다. 이 책을 보니 그 제품들은 재고가 많거나 직원에게 판매수당이 많은 제품이리라 짐작된다.

 

9로 끝나는 가격은 저가제품이라는 것과 0으로 끝나는 가격의 제품은 귀한 제품인 것을, 그리고 7과 8로 끝나는 제품은 막바지 정리세일이라는 것을 나타낸다고 소매업체들은 알고 있다. (45쪽)

'2000원이면 2000원이지, 왜 1990원일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만큼 싸게 보이려고 가격을 책정한 것이리라. 그렇다고 모든 제품이 그런 가격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다음 번에 마트에 가면 유심히 관찰해보고 싶어진다.

 

직원이 단골손님에게 전화해 일반 세일 전에 열리는 VIP 세일에 극비리에 초대하는 세일전세일을 기억하는가? 버그도프굿맨에서는 그 어느 부서보다 신발 부서가 가장 중요하다. 판매가 성사될 시 직원은 4퍼센트의 수수료를 받게 되는데, 어느 보고서에서는 이들은 평균적으로 일 년에 20만 달러나 그 이상을 번다고 한다. 전 매장 매니저는 세일전세일 기간에 큰 돈을 번다고들 한다. (156쪽)

세일전세일, 현금으로 내면 할인이 되는가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당연하다는 듯 가능했던 점, 유행이 지난 재고는 처분하고 직원에게는 큰 성과금을 안겨주는 관례 등 이 책을 보면서 미국만의 일이 아니라 소비가 이루어지는 어느 곳에서든 비슷하게 흐르는 패턴을 보게 된다.

 

 

 

이 책을 보며 쿠폰이 발급되고, 쓰이고 재발급되는 과정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의 쇼핑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책이고, 저널리스트 특유의 집요함으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 많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책이었다. 남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내 모습도 발견하게 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제 값 주고 사면 손해라고 느껴지는 세상, 소비 3.0시대에 제대로 된 소비의 길을 바라보게 된다.

오늘날 모든 소비자들은 기다리고, 검색하고, 더 알아보면 모든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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