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건 아닙니다. 처음에는 마지못해서랄까, 떨떠름하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여행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혼자일 때도 있고, 누군가와 함께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잠깐 저기까지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갑니다. (시작하며)
 
이 책의 '시작하며'에 마스다 미리가 쓴 말이다. 어쩌면 공감하게 될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이 글을 통해 느껴진 첫인상이었다. 나또한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나무늘보과인데다가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떠난 여행이 누적되면서 어느새 여행은 내 인생의 일부가 되어버렸음을 동의하니까.
 
마스다 미리의 책은 제목부터 공감하게 된다. 아무래도 글을 읽으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비슷한 점에 공감하게 되는 것이 책을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소소한 일상을 잘 끄집어내는 힘이 있는 작가이다. 이 책 『잠깐 저기까지만』에는 마스다 미리의 여행 이야기가 실려있다. 때로는 혼자 떠나고, 때로는 둘이 여행을 떠난다. 엄마와 함께, 남자친구와 함께, '잠깐 저기까지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혼자여도 좋고, 둘이어도 상관없는 여행 이야기, 이 책을 읽으며 그녀의 여행 이야기를 들어본다.
 

 

 
수짱 시리즈 만화의 작가인 마스다 미리. 작가의 에세이는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를 통해 처음 접해보았다. 만화도 만화 나름대로의 색깔이 있지만, 작가의 에세이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공감을 많이 하게 된다. 소소한 일상을 바라보게 되는 담백함이 있고, 서서히 뇌리에 남아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는 묘미가 있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 작가의 여행 에세이. 날 것 그대로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부담없이 집중해본다. 일본 곳곳 여행 이야기에 더해 핀란드와 스웨덴 여행기까지 첨가되니 다양함은 기본. 담백하게 여행 이야기를 쏟아내면서도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하나씩 있어서 머뭇거리며 그 문장 앞에서 생각에 잠긴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친구란 참 좋구나, 하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38쪽)
 

 

 
'청춘이란 지난 뒤에도 어딘가 가까이 있다가 이따금 얼굴을 내미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38쪽)
 
"30대 때는 이대로 내 외모가 바뀌지 않을 줄 알았어."
"맞아, 맞아."
그러나 40대에 들어서니 이게 뭐냐. 살집이며 표정이며 은근히 전체적으로 노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104쪽)
 
한없이 넓은 모래사장에 서 있으니 지구도 행성의 하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주'가 잇다는 것을 아는 것은 지구상에 사람뿐이니, 가끔은 이런 걸 느껴보는 것도 좋다. (121쪽)
 
각각 여행의 마지막에 나오는 '여비' 부분은 일본인 독자라면 솔깃한 정보일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여행을 가겠다는 생각을 하며 예산을 점검해보게 될 것이다. 충분히 여행 바이러스를 퍼뜨리며 행동으로 옮기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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