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려고 하지 마라 -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유혹적인 글쓰기
메러디스 매런 엮음, 김희숙.윤승희 옮김 / 생각의길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유난히도 글이 안써지는 날이 있다. 내 경우는 욕심을 내서 좀더 잘 써보려고 할 때 그렇다. 서평을 쓰든 이메일을 쓰든, 작은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잘 쓰려고 하지 마라' 제목이 나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어떤 일이든 잘 하려고 인위적인 노력을 할 때, 평상심을 잃고 흔들리게 된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했을 때만 못하다. 결과에 대한 욕심을 조금은 덜어내고,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했을 때, 결과가 좋게 나온다. 이 책의 제목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유혹적인 글쓰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퓰리처상 수상작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그것은 즉 내가 퓰리처상 수상작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집어든 목적은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기에, 이 책 『잘 쓰려고 하지 마라』를 읽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왜 글을 쓰는 걸까? 모니터에서 깜박이는 커서를 향해 저주의 말을 퍼부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질문을 한 번쯤, 아니 어쩌면 수없이 해보았을 것이다. (10쪽)

기분이 좋을 때에는 술술 풀어지는 글에 자화자찬하며 뭐든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기분은 바닥을 달리고, 나를 잡아먹을 듯이 깜박이는 커서 앞에서 멍하니 앉아서 꼼짝하지 못하기도 한다. 작가라고 특별히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안될 듯한 사람이지만, 일필휘지로 쭉 써내려가서 바로 출간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있기는 할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세계적인 작가 20인의 유혹적인 글쓰기를 다루고 있다. 실제 작가들의 기본 정보와 특이 사항, 작품 목록 등을 보며, 그들의 글쓰기 세계를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작가의 글쓰기 방법은 각기 다르다. 그들의 솔직한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인다. 지금껏 여러 책을 읽으며 어느 정도가 정답에 근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혼란스럽게 뒤집어지는 느낌이다. 어쨌든 그들은 모두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으로 무엇이든 쓰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소설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글쓰기를 위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글 쓴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인의 이야기를 모았기에 부담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다. 그 중에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방법을 찾아서 적용해보는 것도 유용할 것이다. 낚시를 하며 대어를 낚듯, 나에게 맞는 방법을 보았을 때 기쁨에 전율하게 될 것이다. '이 작가도 이런 방법을 쓰는구나! 나도 한 번 써봐야겠다.' 하면서.

 

그 중 북브라우스 다이아몬드상을 수상한 새러 그루언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글을 쓸 수 없을 듯한 환경에서도 글을 써내는 대단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써라'도 인상적이다.

작품을 계획하고, 플롯을 짜고, 사전 조사를 하고......다 좋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일단 써라! (114쪽)

 

마지막에 '이렇게 써라' 는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부분만 찾아서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그래도 독자로서는 재미없는 소설에 대해서는 짜증을 내게 마련이다. 독자를 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속편한 일이다.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와 조언을 들어보는 기회가 되었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소설가 지망생에게 도움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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