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시작 - 누구나, 오늘부터, 쉽게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고전은 음식으로 치자면 현미밥이나 마른 오징어를 닮았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그 맛을 느끼려면 턱을 움직여 씹어야 한다. 씹는 게 귀찮아지면 부드러운 음식(책)만 찾게 되고, 그러면 음식을 씹는 힘이 약해져 턱도 약해진다. 증상이 심하면 유아식 같은 부드러운 문장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고전을 읽으면 '읽는 턱'이 단련된다. 책을 읽다가도 조금 난해한 부분이나 잠깐 지루한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인생의 한 시기에 이러한 턱 훈련을 하면 평생 '정신의 영양'에 부족함이 없게 된다. (프롤로그_5쪽)

 

 고전은 음식으로 치자면 현미밥이나 마른 오징어를 닮았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그 말에 이 책에 대해 호감이 생겼다. 고전도 음식이나 마찬가지다. 한 번 맛보면 문장을 곱씹게 되고, 그 느낌이 상당히 좋아 마음은 벅차오른다. 마음에 드는 고전을 볼 때 인생을 뒤흔들만한 힘을 느낀다. 하지만 바쁘게 진행되는 일상 생활 속에서 자주 고전에 빠져드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 되어버리고 부드러운 음식만 찾게 되듯 쉬운 문장이 있는 글만 보게 된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 항상 결심만 하고, 열심히 시작하고 있다. 2014년을 맞이해서 잊고 있던 고전 읽기를 시작하려 생각했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고전 시작'을 위한 매개가 된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나뉜다. 지금 왜 고전력이 필요한가 짚어보며, 살아있는 고전력, 즉 논어,괴테 등에 대해 파악해보며, 점점 고전의 세계에 빠져들어본다. 3장에서는 실전편, 나만의 고전, 명저 50권을 살펴본다. 짧은 시간에 고전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전의 중요성을 파악하며, 조금씩 우리 실생활 속에서 응용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고전을 읽는 열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고전이 옛 것 그대로의 문장이라기보다는 인용력을 키우고, 자신의 경험으로 끌어들여 아전인수격으로 읽어나가는 등 우리의 현재에서 무수히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고전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재해석되어 우리의 삶에 녹아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얻게 된다.

 

고전을 읽는 열 가지 방법

1. 사전에 대략의 지식을 갖춘다.

2. 인용력을 키운다.

3. 거슬러 올라가며 읽기-고전의 영향력을 발견한다

4. 단편 읽기

5. 아전인수 읽기-자신의 경험으로 끌어들인다

6. 빠져 읽기- 작품의 세계에 빠지다

7. 클라이맥스 읽기

8. 연극적 음독

9. 균형 읽기

10. 나만의 고전의 숲을 만든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고전은 古文이 아니라 사상,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류의 유산으로 불리는 작품을 말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나만의 고전, 명저 50권'은 고전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 현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많은 힌트를 담고 있는 것, 노력하면 읽을 수 있는 것, 가능하면 다양한 분야의 것, 심신의 핵을 흔들어 활성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 남에게 말하면 기분이 좋고 듣는 사람도 유익한 느낌이 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골랐다(88쪽)고 이야기한다.

 

 50권의 고전은 구체적인 작품이 함께 하기에, 실전에 임하는 마음으로 속도감 있게 이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시작으로 고전에 대한 흥미를 북돋운다. 이 작품이야말로 종합 소설의 최고봉이라고 하니 제대로 읽어봐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은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가치가 올라갔다기 보다는 반대로 노벨상의 가치가 높아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문장에 시선이 간다. 시작 문장도 살짝 맛보게 해준다. 그밖에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 입문》,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사마천 《사기》,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키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등 다양한 고전을 간단하게 훑어보며 직접 읽어보고 싶은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시간이다.

 

 명저 50권 만으로는 아쉬웠는지 간단한 설명과 함께 몇 편 더 소개하고 있다. 한 페이지에 네 권 정도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짧은 호흡으로 간략하고 굵직굵직하게 고전에 대해 짚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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