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 꿈나무 파워 클래식 꿈꾸는소녀 Y 시리즈 3
진 웹스터 지음, 꿈꾸는 세발자전거 옮김 / 미다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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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나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어떤 의미의 책이었는지 솔직히 가물가물하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예전에 읽었다는 기억 말고는 희미해져버렸다. 이번에 미다스북스에서 나온 꿈꾸는 소녀 Y 시리즈 『키다리 아저씨』를 통해 그 기억을 되살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꿈꾸는 소녀 Y'시리즈의 'Y'는 Why의 발음과 Youth의 첫 글자를 의미하며, 꿈꾸는 소녀를 대상으로 감성과 인성을 키워주는 세계명작 중에서 세 편을 엄선하였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도 널리 사랑받는 고전 중에서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세 편의 작품은『작은 아씨들』『키다리 아저씨』『빨간 머리 앤』이렇게 세 작품이다. 가장 먼저 『키다리 아저씨』를 보며 꿈꾸는 듯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의 작품으로 서간체 소설이다. 1912년 출간된 책인데, 이 작품은 나오자마자 엄청난 호평과 함께 대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지금 읽기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고 흥미로우며, 아기자기한 소녀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일단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소녀 때의 감성으로 두근두근 설레게 된다. 이 책을 매개로 어렴풋한 옛 기억이 되살아나며 지금의 나와 만나는 시간이 된다.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었던가! 편지글 만으로도 재잘재잘 주디의 상큼발랄한 느낌이 오롯이 전해지는 느낌이다.

 

 제루샤 애벗은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였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은 고아원을 방문한 손님들을 위해 부산히 준비해야 한다. 그날도 샌드위치를 만들고, 온갖 심부름을 혼자 다 하느라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일이 다 끝나고 원장실로 불려간 제루샤 애벗은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신사분이 대학에 보내주시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그 보답으로 매달 한 번씩 감사의 편지를 써야하는 것이다. 물론 답장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고, 은혜를 갚는다는 마음으로 반드시 꼬박꼬박 편지를 써야한다. 그렇게 제루샤 애벗 양이 키다리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글로 이 책은 채워진다.

 

 '고아를 대학에 보내주신 친절하신 평의원님께' 첫편지는 그렇게 시작한다. 자신을 존 스미스라고 불러달라는 분께 어떻게 공손하게 대할 수 있겠냐며, 어째서 좀더 개성 있는 이름을 고르지 않았냐고 이야기한다. 이대로라면 마치 '말뚝 씨'라든가, '빨래 장대 씨'라는 분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라며, '키다리 아저씨'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통보한다. 그렇게 '키다리 아저씨'께 보내는 편지가 이어진다.

 

 제루샤 애벗도 자신의 이름을 바꾸었다고 편지에 쓴다. 리펫 원장님이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 좀더 창의력을 발휘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전화번호부에서 성을 따와 첫 페이지에 나온 '애벗'을 사용하고, 이름은 묘비에서 따왔다고 한다. '주디'라는 애칭으로 편지를 쓰니 좀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다. 답장은 없지만 재잘재잘 재미있게도 쏟아내는 이야기를 보며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주디가 그린 그림을 보며 어찌나 깔깔 웃게 되는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머리 키다리 아저씨를 상상하며 그린 그림은 압권이었고, 종종 다람쥐나 참새나 지네 같은 손님을 대접할 때가 있다며 그린 그림도 한참을 쳐다보게 된다. 정말 발랄한 소녀다.

 

 단순히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빼곡한 편지글 속에서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건져내는 보람도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커다란 기쁨이 아니라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발견해 나가는 일이에요. 아저씨, 저는 행복해질 수 있는 진정한 비결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현재를 보람 있게 사는 일이랍니다. 과거의 일을 후회하거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예요. (214~215쪽)

 

아저씨는 제가 사치에 물드는 일이 없도록 하셔야 해요. 인간이란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해요. 하지만 일단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기 시작해서 그것 없이 산다는 것은 몹시 괴로운 일이 됩니다. (228쪽)

 

 게다가 나중에는 두근두근 사랑의 이야기까지 펼쳐지니 소녀들이 정말 좋아할 감성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키다리 아저씨는 누구일까? 주디가 사랑하는 저비 도련님과의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궁금한 마음으로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국어 과목 필수어휘와 영단어, 한자검정시험 4~8급 한자가 함께 수록되었다는 점에서도 장점을 찾을 수 있다. 처음에는 뭐 그렇게까지 공부와 연관지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이왕이면 꿩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에 정말 괜찮은 구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막연한 어휘를 제대로 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도 지금도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게 되는 소설이다. 꿈꾸는 소녀 Y 시리즈로 재탄생된 이 책 키다리 아저씨는 감수성이 풍부한 이들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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