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오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서태옥 글.사진 / 초록비책공방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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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정오'라, 중년을 의미하는 것일까? 제목에서 짐작되는 것은 중년을 위로하는 글 정도의 느낌이었다. 중년은 대책없는 젊은 혈기의 나이도 아니고, 어느 정도 세상을 보는 깊이가 생기는 때다. 때로는 그렇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주변에서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인식하지 못한다. 자꾸 '중년, 중년' 이야기하니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면이 있다. 어떤 때에는 그것이 못마땅하다.

 

 그런데 이 책은 '인생의 정오'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다'라는 부분에 더욱 중점을 둔 책이다. 짧은 글귀 속에서 생각에 잠기게 도와주며, 주변을 한 번 더 바라볼 수 있도록 보는 눈을 키워준다. 함께 담긴 사진도 전체적인 분위기를 띄워준다. 긴 호흡의 글을 읽기에 부담이 있을 때에는 이렇게 짤막하게 끊어지는 글이 짬짬이 읽기에 좋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주변을 바라보는 폭을 넓히도록 도와주면서 말이다.

 

 이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왼편에는 사진이 있고, 오른 편에는 글이 있다. 명언이나 책 속의 문장을 짧게 보여주고, 그에 대한 생각을 펼쳐나간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기에 삶 속에서 무수히 교차되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다. 부족한 나의 감성을 누군가가 건드려서 일깨워주어야, 이제야 나도 그런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김밥을 그저 한끼 식사 대용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김밥 생각'은 김밥을 소재로 그 이상의 생각을 진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면, 이런 부분까지 볼 수 있는 감성이 부럽다.

김밥을 말아보면 압니다. 그 안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잘 어울리며 살아가는지를. 각박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때, 김밥을 말아보면 알게 됩니다. - 박광수, <참 서툰 사람들> 중

노랗게 화가 난 무우, 부끄러워 낯붉힌 당근, 쓸데없이 의욕만 앞선 햄, 우왕좌왕 갈피 못 잡는 우엉, 가끔 나타나 금치라고 우기는 시금치, 바쁠 땐 보이지 않다가 가끔 나타나 공을 가로채는 깻이파리, 설익은 논리를 당연하게 주장하는 밥알무리들, 그리고 촘촘하지 못한 때 묻은 김......감싼 김 안에서 욕심을 버리고 어울릴 준비가 되었는가. 나는 긴 세상 속 무엇으로 살고 있을까. (41쪽)

 

 

지금 나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는 문장은 '구조요청'

 

모든 공격은 도와달라는 외침이다. -해리 팔머

지나보면 알게 된다. 사춘기 딸아이의 공격적인 말투도,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아내의 잔소리도, 토씨 하나를 빌미로 호통 치는 상관의 눈초리도, 만날 때마다 속을 긁는 친구의 트집도, 모두 자기를 도와 달라는 구조요청이란 것을. 그 처절한 공격에 공격으로 대응하지 말자. 그냥 도와주자. (79쪽)

 

'함께 있는 사람들'의 글도 와닿는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을 칭찬하고 뜨내기손님을 즐겁게 해주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생각 없이 무수히 많은 상처를 입힌다. -엘라 휠라 윌콕스

안타까운 사람아, 그대가 사랑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은 밖이 아니라 집 안에 있다. 함부로 대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바로 그대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117쪽)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페이스 북과 블로그에 올린 글을 책으로 보는 느낌이 좋다. 컴퓨터 속에서 보는 것도 좋겠지만, 차 한 잔 마시면서 오롯이 책 속의 내용만 음미하는 시간도 괜찮다. 그것이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고, 그렇기에 짧은 문장이 더 긴 여운으로 마음 속에 남을 수 있는 것이다. 탁자에 놓고 차를 마시며 조금씩 음미하며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었다. 휴식과 생각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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