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에 읽은 책 중 저에게 의미를 던져 준 책 5권을 소개합니다.

 

제 멋대로 기준이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제 생각을 바꾸고, 저에게 변화를 일깨워준 책을 위주로 하였습니다.

 

 

5위 안데르센의 첫 장편소설 [즉흥시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안데르센' 하면 '동화작가'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인어공주>, <성냥팔이소녀> 등의 동화를 지은 작가가 아니던가! 당연히 그가 동화만을 쓴 동화작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안데르센의 첫 장편소설 <즉흥시인>을 읽고 나서야 그가 동화만 쓴 작가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즉흥시인>을 읽으며 그의 작품 세계에 푹 빠지게 되는 시간이다.

 

 이 책에서는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배경이 되는 이탈리아 자연을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소설이다. 같은 자연을 보아도 나는 그렇게 표현해낼 수 없다는 점에서 부러움이 가득해진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감탄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그 점이 나에게는 더욱 크게 와닿는 책이었다.

 

 이 책을 보고 두 번 놀라게 되었다. 첫 번째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에게 이런 두꺼운 장편소설이 첫 장편소설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책 속의 문장이었다. 이토록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라니!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세세한 묘사!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게 그려지는데,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마음을 끌어들이는 묘미가 있었다. 나에게 그동안 부족했던 서정성이 채워지는 듯하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없었던 것을 채우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며 책 속으로 완전히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몰입해서 읽게 되고, 딴 생각을 할 여력을 느끼지 못한 책이다.

 

 

4 예수는 정치적 혁명가였다! 예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젤롯]

 

 

 특정 종교에 대한 글은 자칫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종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한 비판을 비난이라고 생각하며 살인이나 전쟁도 불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볼 때 아슬아슬하게 경계선 상에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떤 때에는 줄타기 도중 살짝 휘청이는 듯 해서 관객 입장에서는 깜짝 놀라게 된다. 하지만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 매력이 있기에 종교 부문에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전체 베스트셀러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이 되었을 것이다.

 

 종교적인 접근이 아니라 역사적인 접근이기에 주석과 참고문헌을 꼼꼼이 살펴가며 읽어볼 수 있었다. 또한 당시의 종교, 사회, 정치적 분위기와 역사의 흐름을 좀더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과 다른 관점에서 '나사렛 예수'의 행적을 되짚어본다. 예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3 이토록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라니!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과학', '사이언스'라는 단어의 거리감 때문에 이전 2권의 책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었다. 궁금하기는 한데, 혹시나 난해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힘들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이토록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라니! 이런 신선하고 재미있는 세계를 이제야 알게 되다니! 과학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고 솔깃하게 풀어내다니!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펼쳐나가서 몰입해서 읽다보니 어느덧 한 권의 책이 금세 끝나고 말았다.

 

 다양한 분야의 핵심적인 이슈와 과학적 정보가 밑받침된 글을 읽는 시간이 흥미롭다.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된 점에서 흥미로워지고, 참고문헌까지 함께 실려있으니 신뢰도를 높인다. 이 책을 읽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과학 이야기를 접하는 시간이 되었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없이 읽어도 좋을 책이고, 학생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많아지리라 생각된다. 이토록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를 안 읽었으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2 43명의 예술가, 그들의 여행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는 시간 [도시 일러스트 여행]
 

 

 이 책은 43명의 예술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자이너의 여행 스케치북이다. 여행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고, 스케치북에 여행의 기억을 담아온 사람들의 글과 그림이다. 여러 명의 예술가들이 직접 경험한 여행과 그들의 그림을 이 책을 통해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에 담긴 43명의 글과 그림은 각각 특색이 있다. 한 사람의 작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작업을 한 눈에 볼 수 있기에 더욱 매력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 그려보고 싶은 그림도 많아서 덕지덕지 포스트잍을 붙여놓고 말았다.

 

 이 책은 에너지가 듬뿍 담긴 책이다. 이들의 에너지가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게 된다. 행동을 자극하는 책이다. 한동안 드로잉을 잊고 살았는데, 이 책을 보니 마음이 들썩들썩, 몸이 부산해진다. 행동개시를 하고 싶어진다. 곁에 두고 자극받고 싶은 책이다. 시큰둥 하거나 우울할 때 펼쳐들면 마음이 들뜨게 될 것이다. 여행 전에 챙겨보면 드로잉을 잊지 않게 될 것이다. 세상에 그릴 것은 정말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보는 나의 마음만 경이로움으로 가득차면 말이다. 이들의 신선한 시각이 주변을 새롭게 보도록 도와준다. 이 책을 보고 나니 드로잉을 하고 싶은 영역이 확장된다.

 

1 대구로 보는 인간의 역사 [대구]

 

 

『대구』는 이미 오래전에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독자들은 마크 쿨란스키라는 이 영명한 필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주강현, 해양문명사가, 제주대학교 석좌교수의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읽고 나서 다시 여러 사람들의 찬사를 보며, 이 말을 떠올린다.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은데, 이제야 나의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다.

 

 일단 이 책은 재미있다. 대구의 생애, 산란 환경, 각국의 대구와 관련된 문화, 대구요리 등 다방면으로 대구와 관련된 지식이 총집합되어 한 권의 책에 엮여 있다는 느낌이다. 인간의 역사를 물고기의 일대기와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신선하다. 이 책을 통해 대구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꽤나 촘촘하고 상세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흥미로운 마음에 빠뜨리지 않고 꼼꼼히 읽어나가게 된다.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아가는 것, 지식습득 면에서 유익했고, 감탄하며 읽은 책이다. 특히 '대구'라는 물고기에 대해 이름밖에 알지 못하고 있었는데,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아서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나갈수록 인간이라는 포식자의 횡포에 발끈하게 된다. 이제는 수중 음파탐지기나 정찰용 비행기를 이용해 물고기 떼를 찾아내고, 마구잡이로 잡아내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어획량이 늘어난 것은 물고기가 풍부해서가 아니라 현대식 트롤선 선단이 워낙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풍부했던 바다의 자원이 삽시간에 멸종위기에 처했다. 그물로 촘촘하게 치어까지 잡고 나서, 살려준다고 놓아주어도 이미 늦은 상태이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대구, 2014년 현재 대서양 대구의 개체수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첨부된 '대구로 보는 세계사 연대표'를 보면, 앞에서 읽은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며 다시 한 번 정리되는 기분이다. 두꺼운 책 한 권을 통해 세계의 역사와 물고기의 일대기를 살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대구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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