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보면 영혼이 훼손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정신을 놓고 바쁜 일상에 몰두하다보면, 순식간에 세상이 황폐해지고, 정신이 피폐해져버린다. 그대로 아무 생각없이 하던대로 바쁜 일상에 몸을 던지고 살아가게 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근본으로 돌아가 철학적 사색을 할 필요가 있다. 실존의 몸부림이다. 살아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도 하고, 정신이 번쩍 드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어도, 그들이 전해주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지금 살아가는 나에게 커다란 가르침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을 권하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철학을 삶 이외에서 찾던 시선을 돌려, 삶을 철학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저자의 생각이 재미있다.

"아테네학당에서 하루쯤 청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탄생한 이 책은 내 꿈의 학교이자,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일상철학 커리큘럼이다. 우리는 고대의 위대한 스승 열두 명을 초빙하여 오늘날 교육에서는 그냥 지나치고 마는 것들, 즉 우리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 어떻게 관여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볼 것이다." (14쪽)

 

 먼저 이 책의 구성이 흥미로웠다. '기조연설, 오전수업, 점심시간, 오후수업 1부&2부, 졸업식'으로 나뉜다. 아테네학당에서 청강하는 기분이 든다. 저자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나, 그 생각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렇게 좀더 적극적으로, 청강하는 자세로 강의에 임했다.

 

 책을 읽는 것은 책 속에서 지식을 습득하는 데에 기본적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냥 단순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서 좀더 생동감 있게 삶 속에 끌어들이는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철학이 사람들을 살리기도 하고, 복잡한 삶을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도 한다. 단순한 수학공식을 외우는 차원을 넘어 응용문제를 푸는 듯한 기분으로 천천히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 책을 보며 특히 관심있게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가 '에픽테토스'와 '에피쿠로스'였다.

 에픽테토스는 "어떤 것들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어떤 것들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 목록을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 목록에는 우리의 몸,재산,명성,직업,부모,친구들,동료들,상사,날씨,경제,과거,미래,우리가 죽을 거라는 사실 등 얼핏보아도 꽤나 많은 것들이 있는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에는 '우리의 믿음' 하나만 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는 데에서 우리의 고통은 커지는 것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잘못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우리의 책임이다." -너스

자꾸 화를 내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화내지 않았던 날들을 세어보아라. - 에픽테토스

지금의 나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의미 있었다. 학창시절 에피쿠로스 학파의 철학은 수업 시간이나 시험 문제의 비중이 현저하게 적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이후에 자세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각 학파를 면밀히 바라보고, 연관지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이 철학에 대한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고정관념을 깨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서양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면 모두가 거쳐야 할 과정이다. 삶이 힘들다면 그럴수록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 철학적인 사고를 하고, 삶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 책이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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