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이드북 거꾸로 읽기
뱅상 누아유 지음, 이세진 옮김 / 걷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읽거나 잡지를 보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알게 되는 책이 있다. 요즘들어 이 책을 잡지에서 추천도서로도 보고, 책을 읽다가 발견하기도 했고, 오늘의 책으로 선정된 것을 보기도 했다. 궁금했다. 여행지에 가면 나의 여행이 가이드북처럼 근사하게 진행되지 않아서 난감할 때가 많다. 어떨 때에는 가이드북에서 주는 정보가 전혀 맞지 않을 때도 있었다.

 

 지금은 여행 가이드북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만, 예전에는 인도 여행 가이드북이 얼마 없었다. 일본인들이 가지고 다니는 가이드북의 번역본이 가장 일반적이었는데, 틀린 정보가 많았다. 석양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바닷가에서 해 질 때만 기다렸는데, 정반대편에서 해가 지고 있거나, 타지마할에 야간에 들어가면 입장료는 조금 비싸지만 좋다고 했는데, 야간개장을 하지 않는다거나, 그런 기본적인 여행 정보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니, 맛집이나 숙소 관련 정보는 오죽했을까? 사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 여행지 정보이기에 여행 책자 속에 있는 정보도 수시로 변하는 것이니 100% 믿을 것은 못된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이 책에 솔깃했다. 여행작가의 민낯을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고 싶었고, 어떤 내용을 새로이 알게 될지 궁금했기에 이 책 <여행 가이드북 거꾸로 읽기>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실제로 여행 가이드북 15권을 집필했다는 뱅상 누아유의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행 가이드북을 쓴다는 것에 대한 환상은 와장창 깰 수 있었다. 어떤 직업이든 밖에서 바라보면 환상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일을 하다보면 실제로 그렇지 않은 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하는 작가의 경우, 특히나 외부에서 환상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나또한 그랬으니.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좀더 여유있게 여행을 다니며 멋진 곳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일반인들보다는 훨씬 풍요롭게 여행을 채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삐딱한 현실이 보인다.

 

 이 책을 읽다보니 여행 가이드북 작가의 여행은 그렇게 여유로울 수는 없겠구나, 느끼게 된다. 빡빡한 일정, 한정된 예산, 원치 않는 곳으로의 여행, 여행지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혼자 밥먹으며 정보에 대해서는 치밀하게 기록해두어야하고, 때로는 직접 묵지 않는 숙소에 대해서도 작성해야 한다. 발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녀야하는 그들에게 낮잠은 사치일 정도. 생각만해도 강행군이라 골치가 지끈거린다.

 

 때로는 삐딱함 속에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삐딱한 시선이라 짜증이 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다보면 가이드북은 참고만 할 일이지 전적으로 의존하거나 강하게 믿을 것은 못되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가이드북을 보고 간 곳에서 나는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고 자책할 일이 아니라, '이런 문장을 쓰느라 고생했겠구나!' 생각하면 그뿐이다. 좋은 곳은 아주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안좋은 곳은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해보자. 여행 가이드북을 쓸 때에는 좋은 말만 쓰든가 아예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100쪽)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어떻게 행간을 읽을 것인가'를 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의 현실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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