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전민식 지음 / 북폴리오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어보려고 점찍어 둔 지 꽤나 되었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음모 가득한 비정한 사회, 그러한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끝없이 방황하는 인간을 그린 13월'이라는 한 문장에 매료되었다. 소설을 읽는 데에는 더 이상의 스포일러는 필요없다. 김 새는 느낌을 갖고 싶지 않아서 다른 정보 없이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개인'에 나는 해당이 되지 않는 양, 남의 일인 듯이 흥미롭게만 바라본 것이다. 그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 책이 나의 손에 들어왔을 때에는 이상하게도 자꾸 뒤로 미루게 되었다. 요즘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들썩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 카드사 중 단 하나 이용하던 카드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을 했다. 이미 해지한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의 정보는 상당 부분 유출이 되어버린 상태다. 그런데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의 개인정보를 아무 의심없이 노출시키며 확인했다는 점. 찜찜하다. 기분이 나빴다. 그래서 괜히 이 책에 화풀이를 했다. 이 책을 다시 손에 집어드는 데에는 며칠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감시하는 여자 수인, 그녀는 비밀 정부 기관 '목장연구소'에 소속되어 재황의 뒤를 쫓으며 그가 하는 행동 전부를 꼼꼼하게 기록한다. 정부 산하 기관이라는 그곳은 4대 보험이 지급되고, 수인이 소속된 부서는 '목축자원산업개발부'였다.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그곳에 입사하여 열심히 일한다. '인류를 위한 숭고한 프로젝트'라는 연구소 측의 설명을 믿으며 성실히 일을 수행한다. 그녀의 강박증과 관음증 병력이 채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특이사항이다.

 

 그녀는 관찰하는 사람을 '밥'이라고 부른다. 재황을 수인은 그렇게 칭한다. 그렇게 그녀는 열심히 재황을 관찰하고 관찰일지를 성실히 작성해나간다. 관찰하는 모습이 진행될수록 나의 답답함은 더해진다. 열심히 일에 몰두하면서 자신을 잃어가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때문일까? 어쩌면 나는 수인의 마음을 알 듯도 해서 기분이 묘했다.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일까?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나쁜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야. 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이건 나를 잃어버리는 거야. 나는 없어지고 껍데기만 남아. 어쩌면 내가 관찰자를 그만둔 건 나 자신을 더 이상 잃어버릴 수가 없어서였는지도 몰라."

"어느 순간 진짜 그의 그림자가 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면 그땐 심각하게 그만둘 걸 고려해야해."(111쪽)

 

 이 책의 제목은 <13월>이다. 관찰하는 사람 수인과 관찰 당하는 사람 재황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채워진다. 이 소설의 소재에서 주는 무게감에 쉽게 손에 들 수 없었지만, 일단 이 책을 읽기 시작하니 몰입도가 뛰어났다. 혼란스럽다. 불안하고 답답하며, 의혹과 혼동의 세상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서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된다. 소설 속의 이야기이지만,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에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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