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배신 - 왜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가
아힘 페터스 지음, 이덕임 옮김 / 에코리브르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이 찐 것 같지 않은데 자신은 살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살을 빼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너도나도 살을 빼고자 한다. 바짝 마른 사람도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여기는 세상, 정상이 아니다. 물론 나도 한 때는 그 열풍에 휘둘려 다이어트의 시작과 실패를 거듭하며, 요요현상에 빠져들기도 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을 벗어던지고 나서야 오히려 비정상적인 허기짐에 따라 먹고 싶은 음식을 찾는 현상이 줄어들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로 오히려 살이 찌게 되는 것을 내 몸이 자체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다이어트의 배신>이다. 너도나도 살을 빼자는 다이어트 열풍에 반대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느끼던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는 유명 온라인 서점에서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입력해보라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째서 체중 감량에 관한 책이 그토록 많이 출판되어 독자들의 손에 들어가는지에 대해 두 가지 결론을 이야기한다. 첫 번째는 체중 감량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존의 다이어트 관련 책이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10쪽)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상식'으로 알고 살아가는 것이 있다. 하지만 다른 시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터무니없는 우스꽝스러운 느낌을 받을 때도 상당히 많다.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비너스의 탄생>의 비너스를 21세기의 기준에서 보면 날씬하지 않다. 상상에 빠져보도록 유도하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만약 2013년으로 이동한 다음, 모델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린다면, 담당자는 비너스의 몸매를 못마땅하게 훑어보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아가씨는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무대에 서려면 적어도 10킬로그램 정도는 감량해야 할 것 같군요." 현대의 체질량지수로 볼 때 비너스는 정확하게 '건강함'과 '병적인 상태'의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는 점. 약간 '체중 과다' 상태라고 진단하는 의사도 있을 수 있다. 주치의라면 체중 감량을 권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적이었던 세 가지 이야기를 짚어보려한다. 미네소타의 굶주림에 관한 실험, '이전 및 이후'에 관한 사진, 비만대사수술에 관한 이야기가 그러하다.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된 것이고,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첫 번 째 인상적이었던 미네소타 실험 이야기를 이 책 소개대로 간단히 이야기해보겠다. 1944년 미네소타 대학에서 미군 참여 아래 이루어진 연구는 이후 과학계에 '미네소타의 굶주림에 관한 실험'으로 길이 남았다. 연구 방식은 간단했다.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1년에 걸쳐 관찰하는 것이 전부였다. 처음 석 달 동안은 식량 공급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처음 석달이 지나자 피실험자에 대한 칼로리 공급을 반으로 줄였지만, 피실험자들은 육체적 노동을 계속해야 했다. 6개월에 걸친 굶주림 기간 동안 실험에 참여한 모든 피실험자는 현저한 정신적 결함을 보였다. 심각한 집중력 감퇴와 언어 장애, 어지럼증과 균형 감각 상실부터 완전한 성욕 상실에 이르기까지 증세는 다양했다. 또한 극단적 피로와 추위를 호소하고 여름인데도 여분의 담요를 요구했다. 사회적 접촉을 기피하기도 했다. 많은 피실험자가 공포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자살 충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오늘날 의사들은 이런 현상을 신경당결핍 증세로 본다. 이는 신경계에서 저혈당증이 일어나 발생한 현상이다. 일종의 혈당(포도당)공급 병목 현상이 뇌의 능률을 떨어뜨리고 제약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혈당을 소비한 후 뇌의 기능이 하나씩 마비되는 것이다. (68~69쪽)

 

 두 번째로 '이전 및 이후' 사진에 대한 것이 충분히 공감되었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탈색이나 화이트닝 산업이 호황을 이루었는데, 그들이 사용한 크림 속에 수은이나 히드로퀴논 같은 독성 강한 물질이 포함되었으며, 암 발생률을 크게 높일뿐만 아니라 피부를 상하게 하고 내장을 파손하며 신체 내부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런데 그 선전을 보면 오늘날 다이어트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롭게 개발한 획기적인 이 화학물질은 검은 피부를 흰 피부로 변모시키는 데 약효가 너무나 완벽해 흑인을 백인으로 착각할 정도다." 1949년의 광고 기사는 오늘날의 체중 감량제 광고와 섬뜩하리만치 닮은 점이 많다는 글에 공감하게 된다. 어쩌면 지금의 비정상적인 다이어트 산업 광고를 다른 시대에서 본다면 미친 짓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세 번째는 비만대사 수술에 관한 것이었다. 위 절제 수술에 관한 것이다. 최근 비만대사 수술 옹호자들은 이 수술법이야말로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신뢰할 만한 방법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수술을 받은 과다 비만증 환자들은 수술 후 체중이 줄었을 뿐 아니라 혈액 속 포도당 수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수술 환자는 더 이상 당뇨병을 앓지는 않겠지만 그 대신 남은 평생을 배고픔 속에서 살아야 한다. 비만대사 수술은 뚱뚱한 사람들의 혈당은 낮추지만 뇌의 신진대사 불안정을 초래한다. (146쪽) 미국의 과학자들은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비만대사 수술을 받은 1만 6683명의 환자에 대한 자료를 분석했는데, 환자 중 31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중 30퍼센트는 수술 후 2년 안에 자살했다. 그리고 나머지 약 70퍼센트는 수술 후 3년 안에 자살했다. 수술 이후 뇌는 에너지를 급격하게 절약하거나 스트레스 시스템을 엄청나게 압박하는데, 수술 후 심각한 뇌 저혈당증으로 발작을 일으키거나 영양 결핍으로 인해 고생하기도 한다.

 

 그 이외에도 실험이나 연구 결과에 의해 도출되는 정보를 제공해주기에 개인적인 생각만 나열한 책이 아니라 좀더 폭넓게 다이어트에 대해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이었다. 다이어트를 해서 날씬한 몸매를 만드는 것이 '건강'이라고 생각하는 '상식'에서 벗어나, 좀더 폭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누군가가 살을 빼서 예뻐졌다며 감탄하는 것이나, 살쪘다고 구박하는 것보다는 미의 기준을 '있는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삼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다이어트에 미친 세상에서 한 번쯤 현실을 직시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이런 류의 책이 좀더 다양하게 출간되어 시류에 무감각하게 휩쓸리는 사람들을 구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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