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희의 영감] 그녀의 사진과 영감을 엿보는 시간

조선희의 영감 - 포토그래퍼 조선희 사진 에세이
조선희 지음 / 민음인 / 2013년 12월

 사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 사진실력이 부쩍 늘고, 관심에서 멀어지면 실력도 급격히 저하된다. 사진작가 조선희의 전작 <네 멋대로 찍어라>는 나에게 사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도록 도와준 책이다. 그 당시 내 사진이 정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사체가 어디에 와야 하며, 어떤 구도로 찍어야 하며 등등 사진을 찍으면서 느낌을 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구도만 생각하고 있던 때에 포토그래퍼 조선희의 책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냥 찍기만 하지 마라. 단지 셔터만 누른 채 컴퓨터 한 귀퉁이에 데이터로만 처박혀 있을 사진을 찍지 마라. '나만의 톤'이 깃든 사진을 찍어라." 그 글을 보고 사진에 대해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내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무엇을 찍어야할지, 어떻게 찍어야할지, 어떻게 하면 잘 찍을지, 사진에 대한 집착과 고민이 늘어났는지도 모른다. 그런 욕심들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가짐을 가져보았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잠시, 사진에 대해 잊고 있던 요즘, 이 책 <조선희의 영감>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 번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질러 보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열정이 사그라들 때 쯤 만난 사진작가 조선희의 사진과 글이 내 마음을 움직인다. 이 책을 통해 조선희의 영감을 엿보고 싶었다. 예전보다 크고 두꺼운 이 책을 보며 조선희의 사진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보며 인상적이었던 영화 <써니>, <건축학개론>과 <관상>을 떠올린다. 그 사진 작업을 조선희가 했다니! 특히 관상은 가장 최근에 본 영화인데다 영화포스터가 인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윤두서의 자화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각 배우의 초상화를 그리듯이 사진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이 책은 시원시원한 크기로 화질 좋은 사진이 담겨있다. CF작업을 하며,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과 그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사진에 대한 한 마디와 언제 어디에서 찍었는지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었다. 사진찍기 작업과 일상에서 영감을 떠올리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어 가독성이 좋은 책이었다. 사진도 마음에 들고 그 사진이 어떻게 나왔는지 보는 시간이 재미있다. 우리는 별 의미 없이 지나쳐버리는 사소한 공간에서도 충분히 반짝이는 영감을 떠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셔터 안에서 그저 흘러가버릴 것들이 새로운 의미가 되어 사진으로 담기는 것이 많은 생각을 던져준다. 이 책으로 조선희의 사진과 그녀의 영감을 엿보는 시간이 되었다. 많이 도움이 되고 생각을 일깨우는 책이 되었다.